제2롯데월드의 운명이 위태롭다.
제2롯데월드 건설을 놓고 싱크홀, 석촌호수 수위저하 등 여러 논란이 쏟아지자 서울시가 원인조사에 들어갔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이 그룹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제2롯데월드의 운명이 이 조사결과에 달려있다.
|
|
|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이런 와중에 신동빈 회장은 제2롯데월드 저층부 조기개장을 강행하려고 해 박원순 서울시장의 결정이 주목된다.
신동빈 회장은 제2롯데월드 저층부인 에비뉴엘동을 늦어도 이달 중 개장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제2롯데월드 저층부는 에비뉴엘동, 쇼핑몰동, 엔터테인먼트동 3개 동으로 구성된다. 에비뉴엘동에 명품관과 함께 면세점이 들어선다.
롯데면세점이 관세청에 신청한 롯데면세점 잠실점의 제2롯데월드 이전 계획이 승인된 사실이 10일 확인되면서 롯데가 제2롯데월드 조기개장을 강행하고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4일 한중경제통상협력 포럼에서 제2롯데월드 조기개장에 대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관세청은 면세점 이전계획을 승인하면서 ‘서울시가 제2롯데월드 저층부 임시사용을 승인할 경우’라는 조건을 달았다. 롯데그룹은 지난 달 9일 저층부 3개 동의 임시사용 승인 신청서를 서울시에 냈다. 저층부는 지난 5월 완공됐다. 제2롯데월드 타워부분은 2016년 말 완공을 계획하고 있다.
서울시는 교통과 안전문제 등을 정밀조사해 저층부 임시사용 승인을 결정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관련 분야의 전문가, 시민단체, 지역주민으로 구성된 시민자문단을 꾸려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서울시는 저층부 임시개장에 따른 교통수요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 결과는 이달 말 발표된다. 서울시 교통영향평가에 따르면 제2롯데월드가 완공될 경우 공휴일에 7266대, 평일 퇴근시간에 7078대의 신규 교통량이 발생한다. 그러나 임시개장에 따른 교통 증가량 관련 조사는 진행된 적이 없어 서울시가 별도의 조사를 발주했다.
서울시는 제2롯데월드 주변에서 발생한 싱크홀 현상의 관련성 조사에도 착수했다. 싱크홀 현상은 지반이 내려앉는 현상이다. 서울시는 10일 석촌호수 수위저하와 싱크홀 원인 조사를 위해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오는 21일 입찰을 통해 연구업체를 선정하고 앞으로 9개월 동안 조사를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가 임시개장에 따른 교통수요조사 결과도 나오기 전에 교통대책부터 마련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임시개장을 승인하기로 내부방침을 정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관계자는 “조기개장 직후 상황을 보고 제2롯데월드 일대를 교통혼잡 특별관리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며 “주차장 완전유료, 상품배송 금지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
|
|
▲ 박원순 서울시장 |
서울시가 제2롯데월드 임시개장을 승인할 경우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제2롯데월드를 놓고 교통혼잡, 싱크홀 현상 외에도 공중충돌 위험성 등 여러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제2롯데월드는 건물 외관이 유리로 돼 있어 하늘과 구분이 되지 않고 비행 조종사의 일시적 착시와 시력상실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제2롯데월드 주변 석촌호수의 물이 하루 450톤 정도 유출되고 있어 롯데그룹이 매일 물을 공급하고 있는데 이런 현상도 제2롯데월드 공사와 관련이 있다는 학계의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제2롯데월드 조기개장이 애초의 계획보다 연기되면서 상당한 부담을 안고 있다. 신 회장은 애초 저층부를 지난 5월 개장할 계획이었으나 안전 문제가 제기되면서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신 회장이 저층부 개장 연기로 입점을 계약한 회사들로부터 보상요구가 빗발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가 에비뉴엘동 개장을 강행하려는 것도 에비뉴엘동에 입점하게 될 명품브랜드들로부터 고소를 피하기 위한 조치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입점을 준비중이던 국내브랜드들은 이미 무기한 연기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내부에서 제2롯데월드사업과 관련이 있는 롯데물산, 롯데건설, 롯데쇼핑 등의 경영진들은 줄줄이 가시방석 위에 앉게 됐다.
제2롯데월드사업을 주도한 롯데물산의 경우 임시개장 문제가 이른 시일 안에 해결되지 못할 경우 문책성 인사 칼바람이 몰아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제2롯데월드 시공을 맡았던 롯데건설의 박창규 전 사장은 이미 1월 경질됐다. 롯데쇼핑은 입점을 계약한 회사들에 손실을 보전해주면 실적악화를 피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