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서열 대통령이 12월14일 윤석열정부 120대 국정과제 현황판이 설치된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대통령실> |
[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대통령이 노동시간 유연화를 뼈대로 하는 노동정책에 드라이브를 거는 동시에 '
문재인케어'를 사실상 폐기하는 방향으로 건강보험 정책 개편에 힘을 싣고 있다.
주 52시간제와 함께
문재인케어라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이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 정책이라는 점에서 전 정부 지우기가 본격화했다는 시선이 나온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노동 정책과 건강보험 정책 기조를 놓고 야권을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가) 주 52시간 노동제와
문재인 케어를 폐지하겠다고 한다"며 "전임 정부 정책이라고 해서 색깔 딱지를 붙여서 무조건 부정만 한다면 국정 성공은 불가능하고 그에 따른 고통은 국민들의 몫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좋은 정책에는 정치적 색깔이 있을 수가 없다"며 "국민의 삶을 조금이라도 낫게 하고 우리 사회를 한 발짝 전진시킬 수 있다면 상대의 정책이라도 빌려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지내며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윤건영 의원도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권의 흔적을 몽땅 지우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 같다"며 "정권을 잡으면 경제·민생을 챙기고 국정을 돌보는 게 우선인데 윤 대통령은 전임 정부에 대한 정치 보복에 올인하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앞서 12일 고용노동부 의뢰로 노동시장 개편안을 준비해 온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단위 연장근로신간 관리 단위를 현행 주 단위에서 월, 분기, 연으로 다양화하는 내용을 담은 권고문을 발표했다.
이후 윤 대통령은 전날(13일) 국무회의에서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권고문을 거론하며 "권고 내용을 토대로 조속히 정부의 입장을 정리하고 우리 사회의 노동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흔들림 없이 개혁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권고안에 따르면 일주일 최대 노동시간이 현행 주 52시간에서 주 69시간까지 늘어날 수 있다. '최저임금 1만 원'과 함께
문재인정부 대표 노동정책인 주 52시간제가 사실상 무력화되는 셈이다.
윤 대통령이 시행된 지 4년이 넘어 노동시장에 뿌리내린 주 52시간제를 개편하겠다고 나설 수 있는 데에는 화물연대 총파업 사태를 통해 정책 드라이브를 걸 동력을 얻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법과 원칙'을 강조하며 강경 대응 기조로 나섰고 결국 화물연대는 백기투항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윤 대통령은 우호적 여론을 조성할 수 있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국민 여론은 국정 동력 확보의 핵심이다.
알앤써치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40.1%로 집계되며 지난 7월 이후 5개월 만에 40%대를 회복하기도 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윤 대통령이 노동시장 개편을 시작으로 여론의 지지를 키워가면 전 정부와 방향성을 달리하는 국정과제 수행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건강보험 정책이 꼽힌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8일 자기공명영상(MRI)과 초음파 검사 등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대폭 줄이는 방향의 정책 개편 방침을 내놨다. 이른바
문재인 케어를 손보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8월 로봇수술·초음파·자기공명영상촬영(MRI)·2인실 등 3800여 개 비급여 진료 항목을 완전히 없애 가계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것을 뼈대로 하는 건강보험 보장강화 정책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 케어를 직접적으로 비판하며 건강보험 정책 개편에 힘을 실었다.
윤 대통령은 13일 국무회의에서 "지난 5년 동안 보장성 강화에 20조 원을 넘게 쏟아 부었지만 정부가 의료 남용과 건강보험 무임승차를 방치하면서 대다수 국민에게 그 부담이 전가되고 있다"며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인기영합적 포퓰리즘 정책은 재정을 파탄시켜 건강보험제도의 근간을 해치고 결국 국민에게 커다란 희생을 강요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
윤석열정부가 추진하는 법인세 인하 역시 이전 정부 정책을 폐기하는 행보다.
문재인정부가 25%로 높인 법인세 최고세율을 이전 수준인 22%로 되돌리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12일 한덕수 국무총리와 주례회동에서 "법인세법은 대기업만의 감세가 아니라 모든 기업의 투자와 일자리를 늘려 민간 중심 경제 활력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국회에서 처리돼야 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윤석열정부의 전 정권 지우기는 최근 들어와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아니다. 윤 대통령은 이미
문재인 정부의 대표 에너지 정책인 탈원전정책을 철회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신한울 1호기 준공식 축사에서 "정부 출범 후 지난 정권에서 무리하게 추진된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전 정책을 정상화했다"며 올해를 '원전 산업 재도약 원년'으로 규정했다.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