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국이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준비하는 초입에 들어서면서 여·야 정치권의 역학구도에 변화가 생겨날지 주목된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모두 당내 장악력에 균열이 생겨날 조짐도 나타나고 있어 당내 역학구도의 변화가 계파분화의 수준을 뛰어넘는 정계개편 양상을 띨 가능성도 벌써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모두 당내 장악력에 균열이 생긴 탓에 계파 분화의 수준을 뛰어넘는 정계개편 가능성이 커졌다는 시선이 나온다.
27일 정치권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여·야 모두 22대 총선을 준비하는 사전 작업을 시작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공석인 66개 당원협의회(당협) 조직위원장을 선임하는 심사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당협위원장이 없는 당협에 새 조직위원장을 뽑는 절차인데 조직위원장이 지역 당조직의 의결을 거쳐 당협위원장이 되는 만큼 사실상 당협위원장을 뽑는 절차라 할 수 있다.
몇몇 지역 당협위원장 경쟁 구도를 보면 계파 사이 대리전 양상도 나타난다.
허은아 의원과 정미경 전 최고위원은 이준석 대표 체제에서 각각 서울 동대문을과 성남 분당을 당협위원장으로 거의 낙점됐는데 친윤계 인사와 다시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허 의원은 김경진 전 의원과, 정 전 최고위원은 김민수 혁신위원과 맞붙는다.
여·야를 막론하고 비례대표 의원들이나 지역구를 옮기려는 정치인들의 지역 행보도 본격화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옮긴 지역에서 사무실을 열고 지역민들과 접촉면을 넓히느라 분주한 모습들이 눈에 띈다.
총선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각 당의 계파 분화 가능성도 점점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공천을 둘러싼 대립이 첨예한 당내 갈등을 유발하는 사례는 여태 허다했다.
공천은 각 정치인들로서는 정치 사활이 달린 문제인 만큼 어느 총선 때나 공천을 둘러싼 잡음이 있었고 이는 선거 후에도 뒤끝을 남기는 일이 많았다. 이 때문에 총선 전후로 크고 작은 정치세력 구도 개편이 늘 있었다. 분당이든 통합이든 각 세력 사이 논의의 중심엔 늘 공천이 있었다.
더구나 현 상황은 여·야 모두 구심점이 약해지며 큰 폭의 정계개편의 불씨가 점차 자라나는 형국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 모두 당 장악력에 균열이 생긴 탓에 각 당의 분열이 가속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으로 낮은 지지율과 당내 싹트는 친윤계를 향한 반감이 꼽힌다. 한국갤럽이 25일 발표한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여론조사를 보면 윤 대통령에 관한 긍정평가는 30%, 부정평가는 62%로 집계됐다.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긍정평가가 30%를 밑돌기도 한다. 임기 초반이란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지지율이 낮다고 할 수 있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과 여당의 정당 지지율은 어느 정도 동조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 때문에 여당으로서는 윤 대통령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는 게 어렵다고 판단되면 어느 순간 대통령과 거리 두기를 심각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다.
정치 현안을 놓고 친윤계와 비윤계의 대립각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여·야 합의로 본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계획서’과 통과됐는데 여기에 친윤계가 불만을 표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친윤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이 국정조사에 찬성했다는 뜻인데 이는 친윤계의 입김이 전만 못하다는 것으로 읽히기도 한다.
게다가 총선 전에 치러지는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서 유승민 전 의원이 선전하고 있다는 점도 윤 대통령과 친윤계에는 대단히 불편한 대목이다. 유 전 의원은 당내에서 가장 윤 대통령에 비판적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인물이다.
현재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유 전 의원의 당대표 적합도가 선두로 나오고 있다. 현실화할 가능성이 현재로서 높지는 않지만 만약 유 전 의원이 최종적으로 국민의힘 대표에 오르는 상황이 온다면 윤 대통령은 여당 안에서도 최악의 경우 고립되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 그만큼 레임덕도 빨라질 수밖에 없다.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부터 차기 총선까지가 국민의힘 세력 분화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란 게 정치권의 대체적 시각이다.
친윤계가 당권을 잡고 차기 총선을 주도하게 된다면 그 전후로 비윤계가 분리돼 나올 수 있다. 친윤계 주도로 과거 노무현 대통령 시절의 열린우리당처럼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친위세력과 야권 인사 일부를 규합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야당인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로 구심력이 약해지고 있다. 이른바 ‘대장동 특혜 비리’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의 측근으로 알려진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이 잇달아 구속되며 이 대표의 당내 입지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내 ‘비이재명계(비명계)’에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이 대표의 정당으로 비쳐지는 상황에 우려를 표시하며 이 대표의 유감 표명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이 대표의 지난 대선의 당내 경쟁자였던 이낙연 전 대표가 언론에 소환되고 있는 것도 이 대표의 당내 장악력이 약해진 증거 가운데 하나다.
이 전 대표는 대선 뒤 미국으로 떠났는데 최근 귀국설이 돌았다. 귀국설은 사실무근으로 밝혀지긴 했지만 민주당 안팎에서 이 대표의 대안론으로 이 전 대표를 비롯해 중량급 인물들이 다시 거론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여당보다는 야당에 원심력이 더 강하게 작용한다. 여당은 대통령과 정부가 구심점 역할을 하는데 야당에서는 그만한 구심점이 존재하지 않는다.
더구나 지금의 민주당이 169석의 거대 정당이란 점도 원심력으로 작용한다.
여·야 모두 당내 리더십이 확고하지 않은 데다 총선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당의 분열과 같은 사태가 벌어질 동력은 작지 않다. 분열된 상황에서 각 세력 사이 연합전선을 형성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치권 내에서 정계개편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는 이유다.
친명계 좌장 격인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25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사회자가 총선 무렵 정계가 상당히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느냐고 묻자 “그렇게 본다”고 대답했다.
정 의원은 “현정부의 목표가 민주당을 분열시키고 그런 상황에서 다음 총선 때 영향을 미치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여권 일각에서 여당도 분열할 거란 얘기가 많다”고 말했다.
앞서 인용한 여론조사는 한국갤럽이 22일부터 24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했으며 유선10%·무선90% 임의전화걸기(RDD) 방식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여론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사항은 한국갤럽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