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서울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이 애초 계획보다 한 달 이상 분양 일정을 당기려 하고 있다. 

애초 조합은 2023년 1월 일반분양을 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는데 이자 부담이 높고 부동산시장이 악화함에 따라 일반분양을 빠르게 추진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 둔촌주공 일반분양 앞당겨 12월 추진, 부동산 한파 뚫고 완판될까

▲ 서울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이 이자비용 부담 등을 고려해 일반 분양을 애초 계획보다 한 달 빠른 올해 12월에 추진하려 한다. 이에 분양이 완판될 수 있을지 부동산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 <연합뉴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은 지난달 일반분양 가격 산정 자료를 강동구청에 제출하고 현재 분양가 심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일반분양가는 구청의 분양가 심의위원회 심의를 통해서 결정된다. 구청에서 추천한 2개의 평가기관이 평가한 택지비 감정평가금액에 아파트 건축 공사비와 각종 가산항목을 추가해 산출된다.

조합은 11월 중순에 심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분양가격이 나오면 바로 입주자 모집 승인을 신청하고 일반분양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세워둔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이 일반분양을 서두르는 이유는 자금조달 위험을 최소화하고 분양수입으로 사업비와 공사비를 갚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0월 말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을 통해 조달한 7천억 원 규모 사업비의 대출 만기는 2023년 1월19일에 돌아온다. 이 대출의 이자율은 기존 대출의 약 3배 수준인 11.79% 수준이다.  

즉 1월에 일반분양을 진행한다면 한 번의 대출 차환이 더 필요할 수 있다. 이에 분양일정을 당겨 차환 없이 사업비와 공사비를 모두 상환하려는 것으로 읽힌다. 

현재 3.00%인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내년 초에는 3.75%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조달시장이 경색되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조합이 대출 차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성공 하더라도 더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한다.  

이미 조합은 한 차례 대출차환에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 

앞서 조합은 지난 10월27일 사업비 7231억 원을 조달해 기존에 발행했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를 갚았다. 자산유동화기업어음의 만기(10월28일) 하루 전에 극적으로 차환에 성공했다. 

그동안 조합은 사업비 7000억 원에 추가로 1250억 원을 더한 8250억 원 규모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의 발행을 시도했지만 투자자를 구하지 못했다.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의 공사가 지난 10월17일 재개되고 일반분양 신청까지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부동산업계는 일반분양에 관심을 쏟고 있다.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의 일반분양 물량은 4786세대로 올해 하반기 서울의 분양 물량 1만7천 세대의 3분의 1 수준을 차지한다. 서울 아파트 분양 물량은 2020년 7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급감했다. 2021년에는 9천 세대 수준을 보였다. 

다만 최근 프로젝트파이낸싱 자금 경색에 더해 가파른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내년 시장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 시행사와 건설사들이 분양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일부 미분양이 나온다고 해도 더 늦출 수 없다고 판단한 듯 보인다. 

실제 부동산 플랫폼 업체 직방에 따르면 11월 전국 아파트 분양 예정 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 늘어난 4만2096세대로 집계됐다. 서울만 따져보면 4090세대로 지난해 전체 분양 물량의 절반 수준에 이른다. 둔촌 쪽이 12월 분양에 나서면 한 곳에서 11월 서울 전체 물량이 시장에 나오는 셈이다. 

둔촌주공 일반분양 일정이 앞당겨질 것으로 보이면서 과연 분양이 완판될지 여부에 부동산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해보면 11월에 서울 분양물량이 많아 부담이 되는 상황에서 부동산시장에 한파가 몰아치고 있지만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의 분양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부동산업계에서는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의 일반분양가가 3.3㎡당 3700만 원 안팎으로 형성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국민 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의 일반분양가는 11억~12억 원 수준에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주변 대단지 아파트 시세와 비교해 저렴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2019년 9월에 준공된 강동구 고덕 그라시움(4932세대)의 84㎡의 시세는 14억 원 수준이었다. 

또한 정부가 지난 10월27일 아파트 중도금 대출 제한을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완화하기로 한 점도 분양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대출보증 내부 규정만 손보면 되기 때문에 11월부터 시행될 것으로 부동산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중도금대출은 주택도시보증공사나 한국주택금융공사(HF) 등의 보증서를 받아 금융사에서 중도금을 마련해 계약자에게 연결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건설사가 한꺼번에 대출을 받아 집단대출이라고도 하는데 현재는 분양가가 9억 원을 넘으면 나오지 않는다. 

더욱이 인근에 강남, 송파 등 주요 업무시설 접근성이 높고 대규모 아파트 단지라는 장점도 있다. 

1천 세대 이상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경우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을 누릴 수 있고 지역 아파트 시세를 이끄는 만큼 청약 수요가 몰리는 경향이 있다. 

실제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1~10월 1천 세대 이상이고 시공능력평가 15위 안에 드는 건설사가 짓는 아파트 단지의 청약 경쟁률은 12.3대 1로 조사됐다. 이는 전국 1순위 평균 경쟁률 8.22대 1을 훌쩍 웃도는 수치다. 

일각에서는 최근 시장 흐름을 봤을 때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에서 미분양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는다. 다만 미분양 물량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미분양이 발생하면 시행사(조합)와 건설사는 추가 마케팅 비용을 지출하거나 할인분양 등에 나서야 한다. 조합에 부담에 1차적으로 돌아가고 미분양 규모가 커지면 건설사도 공사비를 받지 못해 함께 어려워진다. 

둔촌주공 조합 관계자는 “일각에서 조합이 3.3㎡당 분양가격 3900만 원을 희망한다고 말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며 “조합원들의 분담금을 낮추고 이자 부담을 낮추기 위해 일반분양 가격이 발표되면 사업을 조속히 추진하려 한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