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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영배와 G마켓 전성시대 연 류광진, 티몬 변화 전략은 '재미'와 '끈기'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2-10-25 15: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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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영배와 G마켓 전성시대 연 류광진, 티몬 변화 전략은 '재미'와 '끈기'
▲ 류광진 티몬 새 대표이사(사진)는 구영배 큐텐 대표와 G마켓의 전성시대를 함께 열었던 창립멤버다. 그가 티몬의 수장을 맡아 회사의 성장동력을 찾아낼지 주목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변은 없었다.

구영배 큐텐 대표이사가 티몬의 새 수장으로 선택한 인물은 자신과 동고동락하며 G마켓을 키웠던 류광진 대표였다. 큐텐과 티몬 경영진에 G마켓 출신들이 포진한 모양새다.

구영배 대표와 류광진 대표 등 G마켓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원년 멤버들이 ‘소셜커머스 1세대’ 티몬의 활로를 찾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25일 티몬에 따르면 류 대표는 지난 17일 이사회를 통해 새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취임 등기는 20일 이뤄졌다.

류 대표는 25일 티몬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열심히 잘 해보자’는 취지의 간단한 취임 인사를 전했다. 티몬의 미래 사업 방향을 놓고는 큐텐의 주력사업인 크로스보더(국경 간 거래) 강화 정도를 짧게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 대표의 선임을 놓고 티몬 안팎에서는 예견된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사실 류 대표는 동남아시아 기반 이커머스기업 큐텐이 티몬을 인수하면서 새 수장 후보로 꾸준히 거론돼 왔다. 그가 큐텐 수장인 구영배 대표와 함께 10년 이상 한솥밥을 먹은 인연이 있기 때문이다.

류 대표는 2000년 초반 인터파크에 입사해 2001년 사내벤처인 인터파크구스닥(G마켓의 전신)에 창립멤버로 합류했다. 인터파크구스닥의 초대 대표인 구영배 대표와 이 때부터 '한 식구'가 된 것이다.

류 대표는 사업 초기부터 G마켓 사업의 기획뿐 아니라 영업까지 직접 뛰었다. 팀장과 e마케팅사업본부장 등을 거치며 사업을 총괄하는 상무로 재직했다.

당시 그는 독특한 아이디어가 많고 이를 실제로 구현하는 실행력도 갖춘 인물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류 대표는 G마켓이 이베이에 성공적으로 매각된 이후에도 부사장으로 일하며 2012년까지 힘을 보탰다. 

구영배 대표와 류 대표의 인연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구 대표가 동남아시아 이커머스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설립한 큐텐에서 류 대표는 홍콩법인 대표를 2년가량 맡기도 했다. 새 사업을 시작하면서까지 류 대표와 함께 했다는 것은 그만큼 구 대표의 신임이 두텁다는 얘기다.

이후 류 대표는 커머스가 아닌 다른 분야에 뛰어들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음식배달 서비스 ‘띵동’을 운영하는 허니비즈의 공동대표를 역임했으며, 이후에는 '로보 어드바이저'(인공지능 바탕의 자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머니비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2021년 다시 구 대표가 이끄는 큐텐의 부사장으로 합류했고 올해 초에는 큐텐이 국내에 설립한 큐텐코리아유한회사의 수장으로 선임됐다.

류 대표의 이력을 살펴보면 구 대표가 류 대표를 티몬 수장에 발탁한 이유는 명확해 보인다. G마켓과 큐텐을 함께 일구면서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티몬의 경쟁력을 회복하라는 중책을 맡긴 것이다.

하지만 류 대표의 앞길이 녹록치 않다는 것이 이커머스업계의 주된 시각이다.

이커머스시장은 이미 쿠팡과 네이버가 양강 구도를 굳건히 하고 있다. 티몬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넓지 않다. 티몬의 이커머스시장 점유율은 3% 안팎으로 추정될 정도로 존재감이 미미한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물론 기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큐텐이 해외직구 등 크로스보더 커머스에 특화한 사업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측면에서 티몬이 이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한다면 시장에 균열을 낼 가능성도 있다. 류 대표는 큐텐 홍콩법인을 맡으면서 관련 사업을 진두지휘해본 경험을 갖고 있다.

일각에서는 얼마나 끈질기게 변화를 추구하느냐가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바라본다. 그동안 티몬은 여러 대표이사 체제를 거치면서 전략이 자꾸 수정된 탓에 무엇 하나 뚜렷한 강점을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에 류 대표의 ‘끈질긴’ 성격은 하나의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목도리 사건’은 그의 이러한 성격을 잘 드러내주는 유명한 일화다.

2003년 10월 한 판매자가 내놓은 목도리가 당시로서는 ‘주문 폭주’나 다름없는 3천 건의 주문을 받자 이 판매자는 당황해 “배송이 불가능해 주문을 취소할 수밖에 없다”고 G마켓에 전했다고 한다.

하지만 류 대표는 소비자와 한 약속을 깰 수 없다면서 판매자에게 “무조건 서울 여의도 우체국으로 물건 전부를 보내라”고 당부했다. 그리고 직원들과 함께 우체국으로 가 상품 분류와 포장 작업을 벌여 전체 물량을 차질없이 소비자에게 배송할 수 있었다.

류 대표는 앞으로 티몬을 이끌어갈 주요 사업부의 팀장, 부장급 인사를 통해 티몬의 변화를 주도하는 조직부터 갖춰나갈 것으로 보인다.

티몬 관계자는 “회사의 미래 방향성과 관련해 아직 내부적으로 공유된 것은 없다”며 “앞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류 대표는 1972년생으로 이커머스시장에 발을 담그기 전에 독립영화 감독으로 활동한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G마켓 창립멤버와 여러 스타트업 창업 등의 '화려한 이력'을 두고 “제 장점은 새로운 일에 대한 호기심이 많고 재미를 추구한다는 점”이라며 “저에게 재미는 ‘새로운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새로운 것을 찾게 되고 남들보다 빠르게 승진도 하고 창업도 하고 대표도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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