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로 취임 100일을 맞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가장 눈에 띄는 행보는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한 소통이다.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토부 장관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 장관은 2018년 11월부터 운영하던 개인 유튜브 채널 ‘원희룡tv’를 국토부 정책과 현안을 소개하는 창구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현직 장관이 직접 출연하는 콘텐츠를 개인 채널에서 공개하는 만큼 총리실로부터 겸직 허가까지 받았다.
원 장관은 원희룡tv에서 전세사기부터 외국인 부동산투기, 심야시간 택시대란 등 부동산과 교통영역 실생활에서 국민적 고충과 관심이 높은 사안들을 직접 다뤘다.
국토교통부 대통령 업무보고 내용, 지난 16일 발표한 주택 270만 호 공급대책 및 재건축·재개발 규제완화 계획 등 국토부의 정책 현안을 설명하는 영상도 올라와 있다.
원희룡tv 콘텐츠 목록에서 원 장관이 지난 100일 동안 걸어온 길을 일목요연하게 읽을 수 있는 셈이다. 원 장관은 올해 5월14일 윤석열 정부의 초대 국토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원 장관은 원희룡tv에서 20대 대선 후보 경선기간에 대장동 의혹 관련 유튜브 영상으로 얻었던 ‘1타 강사’ 콘셉트를 유지하고 있다.
현직 장관으로 올린 첫 유튜브 영상은 전세사기 문제에 관한 13분짜리 콘텐츠인데 '인강' 포맷을 따왔다.
원 장관은 ‘국토부 장관도 당할뻔한! 신종 전세사기 대비책’이란 제목의 영상에서 하얀 와이셔츠 차림으로 분필을 잡고 칠판 앞에 섰다. 원 장관은 직접 판서를 하며 전세사기의 유형부터 정부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는 대책에 관해 ‘강의’를 풀어갔다.
이 영상은 공개된 지 두 달도 되지 않았지만 조회수가 1만5천 회를 넘고 댓글은 560여 개를 넘어섰다.
실제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사연을 호소하기도 하고 전세사기 해결을 위한 여러 정책적 방안에 관한 건의, 의견 등이 댓글로 달렸다.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유튜브 채널 '원희룡tv'에 올린 '국토부 장관도 당할뻔한! 신종 전세사기 대비책’ 영상 갈무리. < 원희룡tv >
원 장관은 국토부가 법무부, 국세청, 관세청 등 관계기관과 함께 외국인의 투기성 부동산거래에 관한 기획조사를 최초로 실시한다고 발표한 다음날에는 원희룡tv에 ‘외국인 부동산투기 원천봉쇄’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서울 등 전국 집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내집 마련’이 쉽지 않은 마당에 한국의 대출규제나 세금제도 사각지대에서 외국인들의 투기성 부동산 거래가 늘어난다는 보도에 들끓던 여론에 표적을 맞춘 것이다.
이 영상은 댓글만 635개가 달리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한 달 전인 7월23일 올라온 영상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비서실장, 경제수석, 대변인만 동석한 국토부 업무보고를 내용으로 국토부의 주거안정, 교통민생, GTX, 해외건설과 신산업 육성까지 주요 정책방향을 소개하고 홍보했다.
가장 최근 영상인 ‘부동산 공급 270만 호, 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도 국토부의 정책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정치권과 시장에서는 원 장관의 유튜브 채널이 국민 소통뿐 아니라 국토부가 부동산 정책의 주도권을 잡는 데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원희룡tv는 구독자가 17만8천여 명에 이른다. 유튜브는 사회 각계각층의 다양한 연령대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언론보도나 국토부 공식 홈페이지 등과도 파급력부터 차이가 크다.
게다가 원 장관이 원희룡tv에서 말했듯 정부 ‘부동산 정책의 총괄책임’ 기관의 장관이 직접 출연해 정책과 사안을 설명하고 계획을 소개한다. 사람들의 눈과 귀가 쏠릴 수밖에 없다.
원 장관은 국토부 장관에 임명된 뒤 국토부 출입기자단에 배포한 메시지에서 “정책 성공의 전제 조건은 소통”이라며 “국민과 소통의 기회를 최대한 늘려 ‘소통 신기록’을 세우는 장관이 되겠다”고 말했다.
그는 국토부 장관으로 처음 올린 원희룡tv 영상에서도 “장관이 일이나 똑바로 하지, 무슨 유튜버야 하시는 분들이 있겠지만 이런 의견은 시대에 뒤처진 것이다”며 “국민과 가까운 정부, 국민과 통하는 정부가 돼야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다”는 소신을 보였다.
원 장관이 지금까지 소통 부분에서 두드러진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원 장관은 유튜브 활동 외에도 직접 경기도 일산에서 광화문까지 버스를 타고 출근길에 나서거나 자정이 넘은 시간 강남역 사거리에서 택시를 잡아보기도 했다.
취임 뒤 첫 기자간담회에서 한 달에 한 번 이상 언론과 간담회를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원 장관은 취임 100일을 맞은 이날도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논란이 된 1기 신도시 재정비계획에 관한 해명부터 270만 호 주택공급 정책의 상세방안 발표 계획 등을 알렸다.
다만 원 장관은 부동산 정책의 구체적 실현 방안 제시 등 '내실'을 채워가야 하는 부분은 과제로 지적받고 있다.
부동산 정책의 성과가 뒤따라주지 않으면 원희룡tv를 비롯한 활발한 소통 행보가 장관 업무에 소홀하고 정치인으로 스포트라이트만 쫒았다는 비판으로 되돌아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원 장관도 직접 언급했듯 국가의 부동산 정책을 책임지고 총괄하는 국토부 장관인 만큼 ‘스타성’보다는 정책활동의 ‘전문성’으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의 핵심 주거안정 정책인 270만 호 공급대책의 뼈대가 나온 만큼 원 장관의 국토부 장관으로 능력도 이제부터 진짜 시험대에 올랐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시장과 부동산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 270만 호 공급대책이 선언적 목표수치만 있고 알맹이가 없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1기 신도시 재정비계획을 놓고도 대선 공약 후퇴를 넘어 정부가 공약을 파기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본격적으로 정치쟁점화 할 수도 있어 보인다.
한문도 연세대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2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국토부의 270만 호 공급대책을 놓고 “먹을 반찬은 없는데 빈그릇만 늘어놓은 것”이라며 “로드맵을 정확히 짜야 하는데 지금은 폭발적으로 공급하겠다는 신호만 주고 정작 중요한 이야기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지금 대책에는) 시장에서 수요자들이 원하는 내용은 없다”며 “국민들 입장에서는 공급 대책이 나왔지만 이게 무슨 대책인지 모르겠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