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7월28일 울산시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차세대 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함 진수식에서 진수줄을 자르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시기가 공교롭다고 해야 할까.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순방 이후 조용한 행보를 보인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논란이 불거지면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또다른 부담이 되고 있다.
7일 정치권 및 학계에 따르면 최근 국민대학교가 김건희 여사의 박사학위 논문을 놓고 표절이 아니라고 결론내린 뒤 후폭풍이 거세다.
당장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조사 결과를 규탄하며 지난 4일 국민대를 항의방문한 것을 비롯해 국민대 동문들도 논문 조사보고서 공개를 요구하고 나섰다.
5일엔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전국국공립대교수회연합회, 사회대개혁지식네트워크 등 13개 교수연구자 단체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대학교의 조사 결과를 비판하기도 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인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이들과 함께 기자회견에 나서 "국민대가 '일부 타인의 연구내용이나 저작물의 출처표시를 하지 않은 사례가 있었다'고 표절을 인정하면서도 '표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공식 판정을 내렸다"며 "남의 물건을 훔쳤는데 도둑질은 아니라는 극단적 형용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누가 봐도 명백한 표절논문에 뻔뻔한 면죄부를 발행한 까닭은 무엇인가"라며 "학문적 양심을 싸구려로 팔아넘기는 행태"라고 꼬집었다.
국민대가 김 여사의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된 이후 결론을 내기 까지 8개월을 끌어 왔는데 또 다른 표절 의혹이 제기된 석사 논문과 관련해 숙명여대가 김 여사의 석사논문 표절 조사를 사실상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를 두고 대학들이 정권의 눈치를 본다는 시선도 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자 김 여사는 두문불출하다가 한 달여 만에 정조대왕함 진수식에 모습을 드러내는 등 조심스런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논문 표절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그동안의 '노력'이 무색하게 됐다.
업친 데 덮친 격으로 김 여사가 코바나컨텐츠를 운영할 당시 전시회 인테리어를 담당했던 업체가 12억여 원 규모의 대통령 관저 내부 공사 일부를 수의계약 형태로 맡았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친분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대선 때 논란이 됐던 '건진법사' 전모씨가 김 여사와 친분을 앞세워 세무조사 무마를 청탁하고 전씨의 지인이 공천을 도와주겠다며 여권 인사를 만났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을 추진하자 이준석 대표가 비대위 전환 결정 가처분 신청을 내기로 하는 등 내홍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그동안 잠잠했던 '김건희 리스크'마저 다시 고개를 든 셈이다.
논문 표절 논란은 김 여사 개인의 문제지만 윤 대통령이 내세웠던 '공정' 이미지에 흠집을 낼 수 있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그냥 넘어가기 어려운 부분이 존재한다.
더욱이 대통령실과 이어지는 공적 사안들이 김건희 여사와 개인적 인연에 영향을 받는 일이 일회성 논란에 그치지 않고 반복되는 점도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동력을 확보하는데 안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민주당은 대통령 관저 공사 수주 의혹과 건진법사 이권 개입 의혹에 맹공을 퍼붓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4일 정책조정회의에서 "관저 공사와 관련한 김건희 여사의 '사적 수주' 의혹이 계속 불거졌지만 대통령실 대응은 동문서답 아니면 묵묵부답이고 해명도 오락가락"이라며 "의혹 전반에 국정조사를 포함해 국회법이 정하는 모든 절차를 조속히 검토하고 진상규명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KBS에서 관저 공사 수주 의혹을 두고 "이 모습을 보면서 박근혜 정부 때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씨 국정농단이 떠오르지 않는 국민이 별로 없을 것"이라며 “사실이라면 권력 사유화의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친인척을 감시·감독할 수 있는 특별감찰관을 빨리 임명해 주변에서 국정을 농단하는 일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도 3일 비대위 회의에서 "단순한 실수라 하기엔 비리 의혹의 구린내가 용궁에 진동하고 있다"며 조속한 비서실 개편과 함께 특별감찰관 임명을 촉구했다.
이미 김건희 여사의 외부 활동에 제약을 둬야 한다는 의견이 높은 상황이다. 김 여사의 이름이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 자체가 윤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기관 여론조사공정이 데일리안 의뢰로 1~2일 전국 남녀 유권자 100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대통령 부인의 활동 범위는 어디까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39.6%가 "공식적 행사에 한정해 활동해야 한다"고 대답했고 39.2%는 "외부 활동이 없는 조용한 내조를 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자유롭게 활동해야 한다"는 응답은 15.9%에 그쳤다.
여론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