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7월8일 중앙윤리위원회에 출석해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을 소명한 뒤 국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당 윤리위원회의 징계 결정에 법적 투쟁과 세불리기를 통해 맞서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사실상 '탄핵'에 준하는 중징계를 받아든 이 대표가 당대표 사퇴 압박을 버텨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8일 국민의힘 안팎에 따르면 윤리위원회의 이 대표 징계 결정 효력을 놓고 이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가 다른 태도를 보이면서 초유의 당대표 징계 사태 수습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는 윤리위원회 징계 결정에 반발하며 당대표로서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정치적 권한과 수단을 쓰겠다고 예고했다.
이 대표는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인터뷰에서 "수사 절차가 시작도 되기 전에 6개월 당원권 정지라는 중징계를 준다는 것은 윤리위 형평에 이의를 제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가처분이라든지 재심이라든지 이런 상황들을 판단해서 모든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리위 징계 결과의 징계 처분권이 당대표에게 있다"며 "징계 처분을 보류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윤리위원회 규정 제30조를 보면 당대표는 최고위원회 의결을 거쳐 징계 처분을 취소·정지할 수 있다. 여기에 당헌당규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징계 결정 후 열흘 안에 윤리위원회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소명 기간 중 최고위원회를 열어 징계 처분을 무력화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 대표가 소명 기간에 이의신청을 하더라도 윤리위원회가 이유없음으로 기각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아울러 이 대표가 스스로 징계 처분을 보류·취소하는 방안도 제척 사유 등 논란으로 역시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여기에 권 원내대표는 징계 결정이 내려진 즉시 이 대표의 직무가 정지됐다고 주장하며 이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국민의힘 당헌 29조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됐을 때 당 대표가 선출되기 전까지는 원내대표, 선출직 최고위원 가운데 최고위원 선거 득표순으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
다만 권 원내대표는 궐위가 아닌 사고에 따른 당대표 공백으로 판단했다. 6개월 동안 대표직을 수행할 수 없지만 징계가 끝난 후 복귀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은 것이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징계 의결 즉시 효력이 발생해 당대표 권한이 정지되고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을 하는 것으로 당헌당규가 해석된다"며 "(이 대표의) 업무가 6개월 정지되는 것이라 '사고'로 해석돼서 직무대행 체제로 보는 게 옳다는 것이 다수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으로 권한을 행사한다면 당장 11일 예정된 최고위원회 주재 권한도 권 원내대표에게 있다.
이 대표가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법원이 받아들이면 본안 판결을 다툴 때까지 징계 효력을 정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원에서 유리한 판단을 받아내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적지 않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YTN뉴스라이더에 출연해 징계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놓고 "법원에서는 보통 정당의 의결이나 공천 관련돼서는 판결하지 않는다"며 "대부분 정당의 자율권으로 보장을 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은 아마 법적 절차도 시간을 지연하는 것 이상의 큰 의미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로서는 법적 투쟁을 통한 항전모드에 들어갈 때 국민의힘 내홍을 바라보는 민심이 더 싸늘해질 수 있는 점도 부담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로 내려앉는 상황에서 여당 내 권력투쟁으로 비치면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날 발표된 뉴스토마토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의 징계 심의를 놓고 응답자의 53.2%가 정당한 징계라고 대답한 점에서 볼 수 있듯이 국민 여론이 마냥 이 대표에게 호의적인 것만은 아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당원권 정지 기간에 당 안팎에서 이 대표를 향한 사퇴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국민의힘 원로들은 당내 혼란의 책임을 이 대표에게 물으면서 스스로 물러났어야 했다는 태도를 내보이고 있다.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7일 CBS 라디오 '한판 승부'에 출연해 "대선 끝나고 방송에서 선거도 이기고 정권도 바뀌었으니까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고 했다"며 "
이준석 대표가 대선에서도 이기고 지선에도 이겼으니까 큰 공을 세웠는데 장수는 큰 공을 세웠을 때 물러나야 미래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제 상임고문도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서 이 대표를 향해 "새로운 지도부를 준비하고 뒤로 용퇴하는 이런 결단을 해 줬으면 모든 문제가 잘 풀렸을 것 같은데 이미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 대표는 윤리위 판단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버티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는 시선이 나온다.
2020년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맞서 직무정지 처분에 대한 가처분 신청으로 7일 만에 업무에 복귀한 것처럼 '핍박받는 당대표'라는 점을 부각할 수도 있다.
이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국민의힘 당원 가입을 독려하는 글을 올리며 여론전에 힘을 싣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의힘의 당원이 되는 빠르고 쉬운 길은 온라인 당원가입이다"며 "한 달에 당비 1천 원 납부약정하면 3개월 뒤 책임당원이 돼 국민의힘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고 적었다.
이 대표는 윤리위 결정이 내려지기 전인 6월에도 페이스북에 4번이나 당원가입 독려 글을 올렸다. 자신의 지지 기반이기도 한 2030 청년층의 당원 가입을 독려하며 여론을 결집하고 당내 우호세력을 만들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가 정상적으로 대표직을 수행하기가 어려운 만큼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전국을 돌며 국민과 당원들을 만나 징계의 부당성을 강조하고 2030세대를 중심으로 당원 모집 활동을 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