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반도체업황 불안에 투자 위축,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반사이익

▲ 미국 마이크론 반도체 생산공장.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마이크론이 자체 회계연도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하반기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업황을 두고 부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반도체 실적도 고객사의 메모리 수요 둔화와 가격 하락에 따라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마이크론이 그동안 앞세우고 있던 최신 공정 중심의 공격적 시설 투자 확대 계획을 늦추기로 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경쟁 완화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마이크론은 현지시각으로 6월30일 콘퍼런스콜을 열고 2022년 연간 반도체 수요 전망치를 큰 폭으로 낮춰 내놓는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에 따른 PC와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 소비 위축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공급망 차질에 따른 제조사들의 생산 차질이 반도체 업황에 가장 큰 악재로 지목됐다.

마이크론은 하반기 내내 반도체 재고 증가에 따른 수요 위축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생산라인 가동을 조절하고 재고를 쌓아두는 방식으로 출하량을 줄여 대응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처럼 마이크론이 올해 메모리반도체 업황을 두고 ‘경고등’을 제시한 것은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부진을 예상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메모리반도체에 매출과 영업이익을 대부분 의존하고 있는 만큼 반도체 수요 둔화에 따른 출하량 감소와 가격 하락이 실적에 큰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마이크론이 회계연도 3분기(3월5일~6월3일)에 분기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도 양호한 수준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메모리반도체 업황 악화가 본격화되는 하반기부터 실적에 먹구름이 끼게 됐다.

마이크론이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반도체 수요 둔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데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CEO는 반도체 물량 증가보다 수익성을 중심에 둔 전략을 곧바로 실행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반도체 생산라인 가동을 축소하는 것은 물론 신규 생산라인 증설 계획도 크게 축소해 앞으로 몇 분기 동안 공급 증가율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마이크론은 반도체 수요가 본격적으로 반등한다고 해도 기존에 생산해 재고로 쌓인 물량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공급 축소에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마이크론 반도체업황 불안에 투자 위축,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반사이익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생산공장.

메모리시장에서 주요 반도체기업들 사이 벌어지는 ‘치킨게임’은 반도체 업황을 크게 악화시킬 수 있는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반도체 수요가 둔화하고 가격이 하락하는 국면에서 반도체기업들이 이를 시장 점유율 확대 기회로 삼아 저가에 대량의 반도체를 공급하는 물량 공세를 펼치는 사례가 이전에 종종 발생했기 때문이다.

반도체기업들이 서로 경쟁사를 의식해 동시에 물량 공세를 벌이기 시작하는 치킨게임이 발생하면 업계 전체의 D램과 낸드플래시 재고가 급증하고 이는 업황 악화 장기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마이크론이 이번에는 업황 악화에 반도체 출하량을 줄여서 대응하겠다는 뚜렷한 메시지를 던진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비슷한 전략을 쓸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반도체 업황 악화 기간을 단축시켜 고객사 수요가 반등하는 시기와 업황이 본격적으로 회복하는 시기 사이의 시차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마이크론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보다 앞선 D램과 낸드플래시 공정 기술로 공격적 생산 증설에 나서려던 계획을 포기했다는 점도 중요한 변수로 지목된다.

현재 마이크론은 1γ(감마)나노급 미세공정 D램 개발에 성공해 본격적으로 생산투자를 준비하는 단계에 있다. 낸드플래시 역시 232단 3D낸드 공정을 적용한 증설 투자가 연내 계획되어 있었다.

마이크론이 더 앞선 메모리반도체 기술을 활용해 생산 투자에 속도를 내고 고객사들에 먼저 공급을 시작한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자연히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마이크론이 전체적으로 반도체 증설 계획을 크게 축소하기로 한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마이크론의 D램 및 3D낸드 기술력을 따라잡을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됐다.

메모리반도체 업황 악화가 마이크론의 투자 축소로 이어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전화위복’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마이크론은 최근 투자자행사에서 앞으로 10년 동안 메모리반도체 기술 및 생산투자에 1500억 달러(약 194조 원)를 들이겠다며 공격적 투자 기조를 예고했다.

그러나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마이크론은 태도를 바꿔 “우리는 이미 당분간 투자 규모를 축소하려고 준비하고 있다”며 “반도체 생산 투자는 수익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