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하이브리드차량이 고유가로 줄어드는 경유차 수요를 흡수하고 있어 판매량이 더 늘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브리드차량의 계약 뒤 출고대기 기간이 더욱 길어질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고유가에 하이브리드차가 경유차 판매 추월, 출고대기 더 오래해야

▲ 현대차 싼타페 하이브리드 모델. <현대차>


27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은 전날보다 2.99원 오른 리터당 2152.15원으로 같은날 휘발유 평균가격 2133.21원보다 20원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휘발유 가격은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6월 넷째주(19~23일) 전국 휘발유 평균가격보다도 17.41원 올랐는데 경유는 이보다 높은 가격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전국 경유 평균가격은 올해 1월1일 1442.42원과 비교해 50%가량 뛰었다. 경유 가격은 5월12일 역대 최고가였던 2008년 7월 리터당 1947.75원을 넘어선 뒤 연일 최고 가격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유가의 고공행진 속에 경유차는 소비자 선택지에서 멀어지는 반면 하이브리드차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올해 들어 5월까지 누적 판매량에서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이 경유차 판매량을 앞질렀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 1~5월 국내에 신규등록된 하이브리드 승용차는 8만7472대로 전체 신규등록 승용차 가운데 14.9%를 차지했다. 

8만2295대를 기록한 경유차(14.0%)를 0.9%포인트 차이로 따돌렸다. 하이브리드차량 판매량이 경유차를 추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휘발유차가 35만484대(59.7%)로 가장 많았고 LPG차 2만3533대(4.0%), 전기차 3만9628대(6.7%), 수소 등 기타 3720대(0.6%) 순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하이브리드차는 올해 판매량이 크게 줄고있는 경유차 수요를 상당부분 흡수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1분기 하이브리드차는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판매량이 172.1%(3만9389대 증가) 급증했다.

반면 휘발유차 판매량은 7.2%(1만4953대) 줄었고, 경유차는 판매량이 33.6%(4만3441대) 감소했다. 이에 전체 국내 신차 판매대수는 4.8% 뒷걸음쳤다. 

전기차도 판매량이 158.8%(1만7090대) 늘었으나 아직 하이브리드 판매량의 45% 수준에 머물고 있다.

고유가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전기차 시대가 본격 개화하기에 앞서 고가의 전기차가 부담스러운 소비자 사이에서 하이브리드차가 높은 인기를 누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유 엔진은 가솔린 엔진과 비교해 연비가 좋고 중저속에서도 강한 힘을 내는 특징으로 SUV 등에 주로 적용된다. 경유차는 휘발유차보다 비싼 차량 가격에도 유지비에 장점이 있었으나 경유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넘어서면서 가장 중요한 구매 유인이 사라진 셈이다.

반도체 공급 부족 문제가 지속되는 가운데 줄어드는 경유차 수요를 하이브리드차가 흡수하면서 가뜩이나 긴 출고대기 기간을 보이고 있는 하이브리드 차를 출고하는 시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함께 탑재한 하이브리드차는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2배 이상 많은 500~700개의 반도체를 필요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현대차와 기아의 6월 차종별 예상 납기표를 보면 하이브리드차의 출고대기 기간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차 싼타페 하이브리드는 6월에 차량을 계약하면 16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차를 받을 수 있다. 지난달보다 대기기간이 4개월 늘어났다.

기아 K5 하이브리드는 13개월 이상, 현대차 투싼 하이브리드의 12개월 이상으로 한달 전보다 대기기간이 각각 1개월, 3개월 길어졌다.

기아 쏘렌토와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모델은 지난달과 같이 현재 18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차를 받을 수 있다. 

기아 K8 하이브리드는 12개월 이상, 현대차 코나 하이브리드는 9개월, 기아 신형 니로 하이브리드는 6개월 이상의 대기기간이 필요하다.

이달 출고 대기기간이 4개월 줄어든 기아 니로 하이브리드를 제외하면 모든 하이브리드 차종에서 지난달과 같거나 더 늘어난 대기기간을 보였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경유차 라인업을 축소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경유차 가운데 선택할 수 있는 폭도 좁아져 하이브리드를 선택하는 소비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는 G80과 G70 경유차 계약을 지난해 10월 중단한 데 이어 올해 들어 생산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써 국산 세단 경유차는 아예 사라지게 됐다.

이에따라 현재 국내에서 경유차는 현대차의 팰리세이드와 싼타페, 투싼, 스타리아, 기아의 모하비, 카니발, 쏘렌토, 스포티지, 제네시스의 GV70, GV80, 쌍용차의 렉스턴스포츠, 코란도, 르노코리아 QM6 등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및 RV(레저용 차량) 13 종이 판매되고 있다.

한국GM은 지난해 이쿼녹스 경유차 모델을 단종한지 1년여 만에 부분변경을 거쳐 이달 다시 국내 출시하며 1.6L 터보 디젤 엔진을 1.5L 터보 가솔린 엔진으로 변경했다. 다음달 출시되는 쌍용차의 야심작 토레스는 SUV 차량임에도 가솔린 모델로만 출시한다.

현대차와 기아는 2020년 말부터 신규 경유차 엔진 개발을 중단한 바 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