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기존 원전 수명 연장, '사회적 합의와 폐기물 처리부터' 한목소리

▲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산업계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에너지믹스 방안' 정책 세미나에서 각계 전문가들이 패널 토론을 펼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정부는 원자력발전 활성화(탈원전 정책 폐기 및 원자력산업 생태계 강화)를 110대 국정과제 가운데 세 번째에 놓고 있다.

새 정부는 원전을 러시아-우크라이나 사이 전쟁으로 중요성이 커진 에너지안보뿐 아니라 글로벌 기조에 따른 탄소중립을 실현하는데 중심축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새 원전 건설보다는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에 무게 중심을 두는 쪽으로 정책방향이 바뀌었다.

원전을 에너지 구성의 중심축에 세운다는 이런 정부 계획의 실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산업계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에너지믹스 방안’ 정책 세미나를 비즈니스포스트가 직접 가봤다.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원전 수명 연장을 추진할 때 사회적 합의를 먼저 이루는 일이 중요하며 폐기물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원전이 에너지안보와 탄소중립 정책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은 “현재 원전이 부각되면서 새 원전이 빨리 건설되는 데 지나치게 초점이 맞춰진 경향이 있다”며 “원전이 가까운 시일 내 탈탄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은 원전의 계속 운전, 수명 연장 작업이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는지,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수 있는지 등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양의석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원전의 전제조건인 고준위 방사물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정부의 에너지안보 및 탄소중립 정책의 색이 바랠 수 있다”며 “원전의 안전성을 담보하고 고준위 폐기물 처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국회에서 조속히 법제화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원전 활성화 정책의 방향성에는 동의하면서도 지나치게 원전에 치우치는 정책을 경계하기도 했다. 정부는 ‘원전 최강국’을 내세우고 있다. 이런 청사진이 자칫 에너지정책을 극단적으로 흘러가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조영탁 한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원전의 역할이 정상화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원전 최강국’과 같은 표현에서는 정치적 부작용을 우려한다”며 “정부가 바뀔 때마다 나타난 에너지믹스(에너지구성비율)의 ‘쏠림 현상’이 나타나지 않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근 부각되는 소형모듈원전(SMR)의 효용성에 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소형모듈원전은 주 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한 소형 원자로를 말한다. 기존 원전보다 안전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최 전문위원은 “부지가 부족한 우리나라 특성상 원전을 해체한 부지에 새 원전을 지을 것인지, 원전의 종류를 소형모듈원전을 포함해 무엇으로 할 지와 같은 구체적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전문위원은 “원전 비중을 확대하더라도 상한선을 설정해 놓는 등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정책 세미나에서는 원전 이외에도 신재생에너지 공급 확대 방안, 에너지 공백을 메울 수 있는 기존 화석연료발전의 중요성, 가격을 결정하는 전력시장의 개선 방안, 기업들의 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금융정책의 필요성 등이 다양하게 논의됐다.
[현장] 기존 원전 수명 연장, '사회적 합의와 폐기물 처리부터' 한목소리

▲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산업계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에너지믹스 방안' 정책 세미나에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전문가 토론에 앞서 천영길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전환정책관이 에너지안보, 탄소중립을 키워드로 새 정부의 에너지정책이 전략에 관한 주제발표를 진행했다.

특히 4월28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발표한 에너지 정책방향과 5월3일 확정된 새 정부 국정과제의 원자력발전 정책의 차이점을 중점적으로 설명했다.

기존 인수위원회의 에너지 정책방향의 원자력발전은 2030년 원전발전 비중 상향을 목표로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재개를 중심으로 하는데 국정과제 정책방향에는 운영허가가 완료되는 원전 10기의 ‘계속 운전’을 강조하고 있다.

천 정책관은 “2030년 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는 신규 원전이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며 “신한울 3, 4호기의 온전한 가동은 2030년 이후이기 때문에 온실가스감축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현재 원전 수명이 연장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국무회의에서 확정된 2030년 온실가스감축목표 상향안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과 비교해 40% 줄여야 한다. 기존 감축목표인 35%에서 상향조정된 것이다.

또 새 정부 국정과제에선 방폐물 관리 및 안전확보 정책도 추가됐다.

구체적으로는 고준위 방페물 처분을 위한 특별법을 마련하고 국무총리실 아래 전담조직 신설도 추진한다. 현재 국무총리실 아래 원자력발전위원회의 전문성 및 독립성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천 정책관은 “이런 방안들은 중장기적으로 원전 안전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안전에 관해서는 현실과 타협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이다”고 설명했다.

천 정책관은 “부산, 울산, 경남을 중심으로 한 원전 관련 기업들의 어려움을 알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원전연계 수소생산 등 원전 활용이 커질 수 있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원자력 생태계 경쟁력 강화 방안을 빠르게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전날(16일)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도 역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국가 에너지발전에서 원자력발전을 앞세우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

천 정책관은 패널토론이 끝난 뒤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방향과 관련해 지속해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나누겠다”며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중립으로 수렴해가는 균형 잡힌 에너지정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