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지원계획 접나, 바이든 중국 압박에 '역풍'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바이든 정부가 삼성전자 등 반도체기업의 공장 투자를 지원하기 위해 내놓은 대규모 지원법안에 대한 여론이 점차 싸늘해지며 시행 여부가 더욱 불확실해지고 있다.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가 인플레이션 심화의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오며 중국 반도체산업을 견제하는 바이든 정부의 정책에 득보다 실이 크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13일 미국 외교전문매체 내셔널인터레스트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 시절부터 이어져 온 미국 정부 외교정책이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와 인플레이션 심화를 이끌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인 데 이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 반도체산업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정책에 무게를 실으면서 사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내셔널인터레스트는 미국 정부가 이를 통해 중국의 반도체 생산량 및 세계시장 점유율을 낮추고 미국이 중국 반도체 공급망과 거리를 두는 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불붙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부족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자동차와 전자제품 등의 생산 차질 및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물가 상승을 주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장관마저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과 관련해 “모두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산업 관련 정책에 다소 비판적 시각을 나타냈다.

바이든 정부가 출범 뒤 중국 반도체산업에 전면전을 선포하고 중국을 상대로 한 제재를 강화하는 동시에 해외 반도체기업들의 미국 진출을 유도해 온 일이 부정적 결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내셔널인터레스트는 미국의 중국산 반도체 수입 물량이 트럼프 정부와 바이든 정부를 거치면서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SMIC와 같은 중국 반도체기업이 미국 정부의 제재로 최신 반도체장비나 기술을 확보하지 못 하게 된 점도 생산 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중국의 반도체산업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바이든 정부는 이에 그치지 않고 화훙반도체와 YMTC 등 다른 중국 반도체기업들 대상으로 제재를 확대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520억 달러(약 67조 원) 규모의 반도체 지원법안을 시행해 삼성전자 등 미국에 반도체공장을 건설하는 기업에 대규모 금전적 지원과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계획도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급격한 인플레이션으로 경기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바이든 정부의 최대 당면과제로 급부상하게 되면서 이런 정책의 필요성과 당위성이 다소 낮아지고 있다.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에 따른 물가 상승을 가장 빠르게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은 결국 중국의 반도체 생산량 회복을 돕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미국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지원계획 접나, 바이든 중국 압박에 '역풍'

▲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반도체 파운드리공장.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최근 논평을 통해 미국 정부의 중국 반도체산업 제재가 공급부족 사태를 심화시켜 결국 미국 경제에 역풍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내셔널인터레스트와 같은 미국 언론마저 바이든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기 시작한 만큼 앞으로 반도체산업과 관련한 미국 정부 정책에 큰 변화가 이뤄질 공산이 크다.

내셔널인터레스트는 “중국 반도체를 향한 미국의 적대적 태도가 결국 다양한 산업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바이든 정부는 이런 상황을 무시한 채 반도체 보조금 지급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정부가 520억 달러 반도체 지원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뒤 삼성전자와 인텔, 대만 TSMC는 잇따라 미국에 모두 수십 조 원 규모의 반도체공장 투자 계획을 내놓았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를 들여 반도체 파운드리공장을 짓기로 하며 반도체 지원법 시행에 따른 수혜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인플레이션 심화를 계기로 반도체 지원법의 필요성과 당위성에 회의적 시선이 힘을 받으면서 삼성전자가 실제 법안 시행에 따른 지원을 노리기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해당 법안은 이미 미국 의회에서 장기간 계류되면서 이른 시일에 자동적으로 폐기를 앞두고 있다. 바이든 정부가 다음 회기에 반도체 지원법을 다시 추진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내셔널인터레스트는 미국 정부의 제재가 없어도 중국 반도체기업들이 삼성전자나 TSMC와 같은 선두기업을 따라잡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큰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을 보였다.

바이든 정부가 막대한 자금을 들여 반도체기업을 돕는 것보다 중국을 대상으로 한 제재를 해제하는 일이 현재 상황에서 더욱 효과적인 정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미국 반도체공장 투자 과정에서 바이든 정부 지원을 받을 가능성은 앞으로 더 희박해질 수밖에 없다.

미국이 인플레이션 안정화에 성공한다면 반도체 지원법 도입 논의에 다시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있지만 이는 최소한 수 년 뒤의 일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셔널인터레스트는 “미국 정치인들은 중국 경제를 해치려는 미국 정부 정책이 결국 미국에 악영향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며 “적대적 태도를 거두는 일이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인플레이션 해소에 우선과제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