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 출범에 이어 검사 출신이 금융감독원장에 내정되면서 금융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금융권은 4대 금융지주만 보더라도 최근 몇 년 사이 채용비리, 사모펀드 불완전 판매 의혹 등을 놓고 최고경영진이 중징계를 받는 홍역을 치렀는데 향후 금융감독원의 움직임에 따라 경영진 리스크가 또 다시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합수단 출범 이어 검사 출신 금감원장까지, 금융권 감독 강화에 초긴장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내정자. 사진은 2020년 9월1일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시절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삼성그룹 불법합병 및 회계부정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장에 검사 출신이 내정된 것은 1999년 금감원 설립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금감원장은 그동안 관행적으로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이나 교수 등 경제계 쪽 인사가 맡아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검사 출신을 중용한다는 비판 여론에도 새 정부 첫 금감원장에 검사 출신을 내정했다. 그만큼 자본시장 질서 확립에 확고한 의지를 지녔다고도 볼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무엇보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를 강조했는데 자본시장에서는 금감원이 시장경제질서를 바로잡는 일을 맡는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취임과 동시에 과거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린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다시 되살린 것도 자본시장 질서 확립을 향한 윤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금융권은 윤석열정부의 자본시장 질서확립 의지가 이번 금감원장 인사로 나타나자 더 없이 긴장하는 분위기다.

특히 각 금융사들은 금감원의 징계 등에 따라 CEO 리스크가 다시 불거질까 우려하고 있다.

금융회사 임원을 향한 금융당국의 징계는 △해임권고 △직무정지 △문책경고 △주의적경고 △주의 등 5단계로 나뉘는데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으면 연임 및 일정 기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금융당국의 징계는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금융위원회에서 확정되는데 통상적인 경우 금감원의 제재 결정이 금융위에서 크게 바뀌지 않아 금감원의 역할이 중요하다.

4대 금융지주만 보더라도 문재인정권에서 채용비리,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등과 관련한 내부통제제도 미흡 등으로 경영진이 문책경고를 받아 홍역을 치른 경험이 있다.

문재인정부 이전에는 금융지주 회장들이 정권 교체 초반 금융당국의 징계를 받고 자리에서 물러날 때가 종종 있었다.

박근혜정부에서는 임영록 당시 KB금융지주 회장이 전산교체 내분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받은 뒤 이사회에서 해임됐다.

이명박정부에서는 황영기 당시 KB금융지주 회장이 과거 우리은행장 시절 파생상품 투자에 실패한 책임으로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받고 중도 사퇴했다.

문재인정부에서는 여러 금융지주 회장들이 금융당국의 중징계 받았으나 가처분신청과 행정소송 등 법적다툼을 통해 모두 자리를 지켰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관료 출신이나 교수 출신은 어느 정도 업무 스타일이 예상이 되는데 이번 인사는 검찰 출신에다 상대적으로 젊은 인물이 내정돼 전혀 예상이 되지 않는다”며 “업무를 시작한 뒤에야 변화를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업계 다른 관계자는 “금감원장 내정자가 검찰 출신인 만큼 금융감독체계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금감원이 시장친화적 정책을 펴기 위해 노력해 왔는데 여기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고 말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이날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 신임 금융감독원장으로 이복현 전 서울북부지방검찰청 형사2부 부장검사를 임명 제청했다.

이 전 검사는 1972년 태어나 경문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98년 공인회계사, 2000년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2003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뒤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서울중앙지검 검사,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장, 반부패수사4부장, 경제범죄형사부장 등을 역임했다.

이 전 검사는 향후 대통령의 임명을 거쳐 금감원장으로 임기를 시작한다.

금융위원회는 “이 내정자는 금융경제 수사 전문가로 검찰 재직 시절 굵직한 경제범죄 수사 업무에 참여해 경제정의를 실현한 경험을 바탕으로 금융회사의 준법경영 환경을 조성하고 금융소비자보호 등 금감원의 과제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적임자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