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Who] 이준석 잇단 승리로 '선거의 왕자' 등극, 정치적 입지 다졌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8회 지방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방송을 시청하며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제20대 대선에 이어 6·1 지방선거도 승리로 이끌었다.

이 대표는 대선 승리 이후에도 젠더(성별) 갈라치기, 장애인 시위 비판, 성상납 의혹 등에 휩싸이며 리더십 논란이 이어졌으나 선거결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이 대표가 오랜만에 보수정당의 전국선거 연승을 이끌면서 ‘선거의 왕자’로 평가받아 입지가 더욱 단단하게 굳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윤리위 징계 불확실성이 남아있는데다 당내 입지가 약하다는 점도 극복해야할 과제로 꼽힌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2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에 저희가 거둔 성적표는 광역, (기초)지자체를 망라해 많은 권한을 가진 걸 의미한다”며 “민주당이 총선승리 2년 만에 상반된 결과가 나온 것을 교훈삼아 겸손한 자세로 국민만 바라보고 일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17곳 가운데 12곳을 승리했고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7석 가운데 5석을 차지했다. 또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장 가운데 145개를 차지하며 63개 승리에 그친 더불어민주당에 ‘완승’을 거뒀다.

이번 6·1 지방선거 승리에 이 대표의 공이 작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선거를 전면에서 이끌면서 누구보다 분주하게 뛰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지방선거 일정에 맞춰 국민의당과 합당을 마무리 짓고 예비출마자들을 대상으로 공직적성평가(PPAT)를 실시하는 등 차근차근 지방선거를 대비했다. 

이어 그는 윤석열 대통령의 요청으로 당 소속 의원 전원과 함께 5·18 기념식에 참석했다. 보수정당 대표로서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포함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히며 국민의힘이 변화하고 있다는 목소리를 냈다.  

또한 이준석 대표는 민주당에서 이재명 상임고문이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출마하자 ‘지역 일꾼’을 강조하며 끊임없이 이재명 후보를 견제하는 역할도 맡았다.
 
이 대표는 이재명 후보가 김포공항 이전을 주장하자 곧바로 반박하며 선거 막판까지 이재명 후보에 대한 집중적인 공세를 폈다.

그는 31일 제주를 방문해 ‘제주완박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공항이 멀어지는데도 제주관광 수요가 유지된다고 하는 것은 수요공급의 기본원리도 모르는 무식한 발상이다”라며 “전국을 헤집어놓으면서 본인 선거에만 몰두하는 사람이 어떻게 대통령이 되려고 했고 의원이 되려 하는지 개탄스럽다”고 맹비난했다.  

이재명 후보는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 상황이 접전세로 바뀌면서 지역 유세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이 대표의 전략이 사실상 이 후보를 지역구에 가두면서 영향력을 반감하는 효과를 거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선거 승리를 위해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이 대표의 행보는 선거를 앞두고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 발언 등으로 당내 갈등을 겪는 민주당과 대비되며 더욱 부각됐다. 

이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의 성격을 ‘정권 안정론’으로 규정해 대선 승리의 기세를 이어가면서도 ‘4년 무한책임론’으로 유권자들의 신뢰를 얻는 데 공을 들였다.

그는 박지현 위원장이 대국민사과 담화문을 발표한 5월24일 맞불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오만한 ‘20년 집권론’과 대비되는 '4년 무한책임론'을 강조하고 싶다”며 “이번에 우리 당에 표를 주고 잘 못한다면 우리는 4년 뒤에 심판받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발 윤석열 정부가 거대 야당의 무리한 발목 잡기를 뚫고 원 없이 일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여기에 더해 이 대표의 ‘이대남(20대 남성공략)’ 전략이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가 1일 오후 발표한 지방선거 출구조사에서 20대 남성의 65.1%, 30대 남성의 58.2%가 국민의힘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선 때 20대 남성 득표율 58.7%, 30대 남성 득표율 52.8%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이 대표는 3월 대선승리와 6월 지방선거 승리를 연이어 이끈 보수정당 대표로서 이력을 남기게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 대표로 2004년 총선과 2006년 지방선거를 잇달아 승리로 이끌면서 ‘선거의 여왕’이라 불린 데 빗대 '선거의 왕자'로 부르는 이들도 등장했다.

이 대표는 선거 승리로 다진 정치적 자산을 발판으로 2023년 당권재도전과 2024년 총선 출마에 나설 것이라는 시선이 떠오른다.

다만 이 대표가 ‘성상납 의혹’으로 현재 당 중앙윤리위원회의 징계결과를 앞두고 있는 점은 그의 정치적 행보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앞서 국민의힘은 이 대표에 관한 징계 일정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은 채 지방선거가 끝나고 다루기로 했다.

다만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며 입지가 확고해진 이 대표에게 당원권정지 등 정당 활동을 제한하는 징계를 내리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

경기 성남 분당갑에서 당선된 안철수 후보와 당으로 복귀한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의 존재도 이 대표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될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는 차기 당권을 노릴 수 있으며 ‘윤핵관’들과 이 대표의 껄끄러운 관계 역시 아직까지 해소되지 않았다. 

이 대표가 남아있는 걸림돌을 극복하고 정치적 입지를 더욱 넓히기 위해서는 그가 '선거의 왕자'로서 총선 승리도 이끌 수 있다는 믿음을 당내 인사들에게 줄 수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선거를 모두 승리로 이끈 이 대표는 곧바로 2년 뒤 총선을 바라보며 당을 개혁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겸손하게 지방선거 결과를 받아들이고 총선을 대비해 오늘 비공개 회의에서 최고위와 당의 혁신과 개혁을 가속화하기 위한 고민에 대해 논의하고 언론에 공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