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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값 오르고 소형차 없어지고, '카플레이션' 시대 소비자 부담 커진다

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 2022-05-2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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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원자재 가격 상승과 반도체 공급 부족의 영향을 받아 자동차 가격이 오르면서 이른바 '카플레이션'(차+인플레이션)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더구나 완성체 업체들이 고가와 인기 차종 중심의 판매전략에 집중하면서 선택지도 좁아져 소비자들의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차값 오르고 소형차 없어지고, '카플레이션' 시대 소비자 부담 커진다
▲ 더 뉴 팰리세이드. <현대차>

2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기존 모델의 연식변경이나 부분변경 신차 출시에 맞춰 가격을 인상하며 원자재와 물류비 등 원가 상승에 대응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가장 최근 출시된 기아 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팰리세이드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은 기존 모델과 비교해 트림(등급)별로 가격이 261~445만 원 올랐다.

5월11일 출시된 그랜저 연식변경 모델은 88~172만 원, 같은 달 2일 출시된 기아 K8 연식변경 모델은 38~64만 원 높아졌다.

현대차가 4월 내놓은 소형 SUV 코나 연식변경 모델은 182~200만 원, 같은달 출시한 제네시스 GV70 연식변경 모델도 113만 원 상승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연식변경 모델들을 내놓으면서 선호도가 높은 안전·편의사양이나 상위 트림 옵션을 기본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연식변경 모델에서 일부 기능의 상품성을 높이며 원가 상승 부담을 자연스럽게 판매단가에 반영해 수익성을 방어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와 기아의 1분기 평균판매단가(ASP)는 2021년 1분기보다 각각 18.6%, 12% 상승했다.

현대차의 승용차와 RV(레저용 차량) 평균판매 가격은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2020년 사상 처음 4천만 원을 넘어선 뒤 지난해에도 각각 13.8%, 1.5% 상승했다. 

이런 가격 상승세는 올해 들어 더욱 가팔라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기아 역시 지난해 RV 평균 가격이 처음 4천만 원을 넘어선 뒤 올 1분기 가격 인상 기조를 이어가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용민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연식변경 모델들의 출시 가격대가 기존 모델보다 높게 책정되는 카플레이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라 수익성이 좋은 모델을 우선 생산해 평균판매단가의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판매가격 상승에 힘입어 현대차와 기아는 1분기 판매량 감소에도 깜짝 실적을 거뒀다. 

현대차는 1분기 영업이익이 1조929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6.4% 증가했다. 기존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은 것으로 평가됐다. 

기아는 1분기 영업이익 1조6065억 원을 거둬 2010년 새로운 회계기준 도입 뒤 역대 최대 분기 영업이익을 새로 썼다. 

현대차는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제네시스와 SUV 판매 증가에 따른 믹스(판매조합) 개선'을 수익성 개선의 원인으로 가장 먼저 꼽았다. 기아도 "높은 상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고수익 차량 중심의 판매 구조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공급망 충격에 의한 원자재 및 물류비 상승분은 자동차 가격 인상을 거쳐 상당 부분 소비자에게 전가된 셈이다.

더욱이 완성차 업체들이 고가 라인업 중심 판매 전략을 펼치면서 자동차 시장에서 저가 소형차는 점차 사라지고 있어 선택의 폭이 좁아진 소비자 부담은 더 가중되고 있다.

일례로 한국GM은 소형 SUV 트랙스를 올해 단종한다. 르노코리아자동차는 올해부터 소형 SUV 르노 캡처 수입을 중단했다.

르노코리아는 최근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 판매도 중단했는데 소형 해치백 르노 조에도 2021년형 재고가 모두 소진되면서 조만간 단종 절차를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호중 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2월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글로벌 자동차 부품 공급망에 불확실성이 증폭됨에 따라 카플레이션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내다봤다.

더욱이 하반기에는 차량용 강판 가격 인상분(톤당 15만 원 추정)이 반영될 것으로 전망돼 차 가격 상승 압력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차값 오르고 소형차 없어지고, '카플레이션' 시대 소비자 부담 커진다
▲ 쉐보레 트랙스. <한국GM>

그나마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은 하반기부터 점차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호섭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인피니언, NXP, 르네사스 등 주요 차량용 반도체 공급업체들이 2021년부터 단행했던 설비증설 및 신축 물량이 점진적으로 출하되기 시작하면서 올해 하반기부터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이 점진적으로 해소되는 양상을 나타낼 것이다"고 내다봤다.

다만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 차질이 최근까지 이어진 점을 고려하면 반도체 공급 부족이 일부 개선되더라도 단기간에 차량 생산 정상화에 이르기는 힘들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이런 점을 고려해 정부는 6월 말 종료 예정이던 개별소비세(개소세) 3.5% 인하 조치를 올해 말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2018년 7월부터 2019년 말까지 1년 6개월 동안 승용차 개소세를 5%에서 3.5%로 인하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상반기에는 1.5% 개소세를 적용하기도 했다.

그 뒤 2020년 하반기 3.5%로 되돌렸으나 이후에도 6개월 단위로 연장을 지속해 올해 6월 말까지 인하 조치를 이어왔다.

일부에서는 개소세 인하 연장 이외에도 정부 차원의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호중 책임연구원은 "생계 수단으로서의 자동차에 대한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적 고려가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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