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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
정성립 사장이 대우조선해양의 방산사업부를 떼내 자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자회사로 분리해 상장 또는 지분 매각 등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의 매각 걸림돌을 제거하는 의미도 있다. 그동안 방산사업은 대우조선해양 매각에 최대 걸림돌로 꼽혀왔다.
◆ 자구안에 ‘방산사업부’ 분사방안 담겼나
대우조선해양은 20일 “경영정상화를 위해 방산사업부문에 대한 구조개편 등을 검토하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추가적인 자구계획안을 제출할 계획이었으나 이를 다음주로 미뤘다.
업계는 정 사장이 자구안에 방산사업부를 분리해 자회사로 세우는 방안을 담을 것으로 파악한다.
방산사업 분리는 유동성 확보를 위한 방안이 될 수 있다. 방산사업부를 분할해 자회사로 만든 뒤 상장하거나 지분을 매각하게 되면 유동성 확보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방산(특수선)사업부에서 잠수함과 전투함 등을 건조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4월 말 기준으로 전체 수주잔량에서 특수선이 차지하는 비중이 11.9%에 이른다.
대우조선해양은 방산사업부에서 연간 1조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연평균 영업이익률도 7~8%에 이르는 알짜사업부로 꼽힌다.
정 사장은 3월 기자간담회에서 “대우조선해양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잠수함을 건조하는 동시에 수출하는 회사”라며 “미래 먹거리의 기초가 될 것”이라며 방산사업의 경쟁력을 강조했다.
대우조선해양 방산사업부가 국내 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오면 1조5천억 원 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바라본다. 경기 변동에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꾸준한 수요가 있어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방산사업부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각에서 제기되는 지분매각 등은 추진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대우조선해양 매각 탄력 받나
정 사장이 대우조선해양의 방산사업부를 자회사로 분할하면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을 매각하는 일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은행은 보유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지분을 2019년까지 매각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산업은행은 3월 말 기준으로 대우조선해양의 지분 49.7%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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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이 경영정상화되는대로 매각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그동안 대우조선해양의 매각가격과 방산사업부는 매각의 최대 걸림돌로 꼽혀왔다.
산업은행은 2008년 한화그룹에 대우조선해양을 6조 원대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매각가격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매각이 무산됐다.
하지만 금융위원회가 산업은행의 비금융 자회사를 조기에 매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방침을 정하면서 매각가격의 부담은 제거됐다. 산업은행은 그동안 일부 지분 매각과 배당 등으로 공적자금 회수를 거의 끝냈다.
나머지 걸림돌은 대우조선해양의 방산사업부였다. 러시아 국영석유회사인 로즈네프트는 2013년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데 관심을 보였지만 정부가 방산기업인 대우조선해양을 해외에 매각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무산됐다.
이번에 방산사업부가 분할돼 별도 자회사가 된다면 대우조선해양 매각의 모든 걸림돌이 없어지게 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에서 방산사업이 제외되면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등 민수부문만 남아 산업은행의 매각 작업이 한결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