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하는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서 기립표결로 단독 의결하며 정국이 얼어붙었다.

정치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내 초선의원들의 모임인 '처럼회'가 법안 처리 강행을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 거대야당이 되는 민주당에서 강경한 목소리를 내는 처럼회의 존재감이 커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검찰개혁법 강행 처리 주도한 처럼회, 거대야당 속 존재감 커지나

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7일 오후 국회의장실에 모여 회동을 앞두고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검찰이 반대하는 가운데 민주당은 검찰개혁 완수를 목표로 법안 처리를 강행하고 있다. 박병석 의장이 이날 본회의를 소집해 중재안 처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이 의사진행 방해를 위한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를 진행할 것으로 보이나 민주당은 회기 쪼개기를 통해서라도 법안 처리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필리버스터 진행 중 회기를 종료하면 필리버스터도 함께 종료되고 다음 회기에서 곧바로 법안 처리가 이뤄진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회동에서 별다른 소득 없이 돌아선 후 "본회의에서 회기 결정의 건과 검찰청법, 형사소송법 두 개를 상정해 줄 것을 회의 소집과 함께 박 의장에게 요청했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검찰의 반대에 맞서 법안 처리를 강행할 수 있는 동력을 초선 강경파 의원모임 처럼회가 제공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처럼회(행동하는 의원모임 처럼회)는 2020년 6월 민주당 안의 초선의원들이 모여 검찰의 민주적 개혁을 표방하며 만든 모임이다.

처럼회에는 최근 탈당한 민형배 의원을 포함해 김용민·김남국·최강욱·이수진·윤영덕·김승원·황운하·이탄희·유정주·장경태·최혜영·홍정민·한준호 의원 등이 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대부분은 친이재명계로 분류된다.

처럼회 의원들 가운데 민형배·최강욱·김남국·김용민·이수진 의원은 국회 법사위 소속이다. 이들은 27일 새벽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이 단독으로 검찰개혁 법안을 처리하기까지 힘을 보탰다.

특히 민형배 의원은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 신분이 되면서 법사위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이 민주당 쪽에 유리하도록 하는 결정적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검찰수사권 폐지 법안 중재안 수용을 여야가 받아들인 것이 처럼회의 덕이라 추켜세우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은 2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박병석 의장안에 대해 여야 정당이 추인했다”며 “최종 목표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이 정도의 2차 개혁도 민주당 안팎에서 강경파라고 비난받던 처럼회 소속 의원들의 눈물겨운 분투 덕분이다”고 적었다.

민주당은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패한 책임을 지고 지도부가 2선으로 후퇴했을 때 윤호중 비대위체제로 전환됐다. 당시 리더십이 흔들린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처럼회 의원들이 행동대장 역할을 하며 윤 위원장의 자리를 지켰다.

박홍근 원내대표 역시 원내대표로 선출이 되는데 처럼회의 지지가 뒷받침된 것으로 파악된다. 원내대표 1차 투표 결과 유력후보가 아니었던 처럼회 소속 최강욱 의원이 10% 이상 득표해 2차 투표에 진출했는데 이 표가 최종 투표에서 박 원내대표로 향했다는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 성향이 처럼회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처럼회는 민주당 내에서도 강경파로 분류된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검찰수사권 폐지 법안 중재안을 제안했을 때도 끝까지 원안 추진을 고집했다.

이 때문에 처럼회의 강성성향을 향한 우려의 시각도 제기된다.

민주당 출신으로 법사위에 소속된 양향자 의원은 21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처럼회 이런 분들은 막무가내"라며 "지금 상황은 처럼회가 곧 민주당이다"라고 지적했다.

김기현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22일 SNS에 올린 글에서 "지금은 처럼회가 민주당이고 민주당이 처럼회인 것 같다"며 "민주당 지도부가 제 정신이 아닌 것 같다"고 비판했다. 김서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