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2022-04-25 16: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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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금융권에서는 실적 시즌만 되면 '리딩뱅크' 자리를 두고 펼쳐지는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의 치열한 순이익 다툼에 많은 관심이 몰린다.
하지만 앞으로는 3위와 4위인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순이익 경쟁에도 적잖은 관심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왼쪽)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우리금융은 1분기 우리은행을 앞세워 실적을 크게 늘린 상황에서 공격적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까지 불릴 준비를 하며 하나금융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이 1분기 MG손해보험 관련 대손비용을 보수적으로 잡지 않았다면 하나금융을 제치고 국내 금융지주 순이익 3위에 올랐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금융은 1분기 보유하고 있는 MG손해보험 관련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의 80%인 320억 원가량을 대손비용 등으로 선반영했다.
우리금융은 JC파트너스의 MG손해보험 인수 당시 자금을 일부 지원했는데 MG손해보험은 최근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돼 공개 매각이 결정됐다.
이성욱 우리금융 재무부문 부사장은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1분기 MG손해보험과 관련한 사항을 보수적으로 손실 처리했다”며 “향후 추가 충당금을 부담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며 MG손해보험의 매각 상황에 따라 일부 환입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1분기에 연결기준 순이익(지배주주 지분 기준)으로 각각 9022억 원과 8840억 원을 냈다. 차이는 180억 원으로 나타났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지난해 1분기에는 연결기준 순이익으로 각각 8360억 원과 6720억 원을 올렸다. 당시만 해도 순이익 차이가 1640억 원에 이르렀는데 1년 사이 크게 줄었다.
우리은행이 실적 확대에 나서며 우리금융과 하나금융과 순이익 차이를 좁힌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은행은 1분기에 연결기준으로 순이익(지배주주 지분 기준) 7620억 원을 냈다. 1년 전보다 29.4% 증가했다.
반면 하나은행은 1분기에 연결기준으로 순이익 6670억 원을 올렸다. 지난해 1분기보다 15.9% 늘어나는 데 그치며 우리은행에 1천억 원가량 못 미쳤다.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만 하더라도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순이익 6230억 원과 3890억 원을 냈다. 당시만 해도 하나은행 순이익이 2500억 원이나 많았는데 한 분기 만에 상황이 바뀌었다.
기준금리 상승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개선이 우리은행 실적 확대를 이끌었다.
우리은행은 1분기에 순이자마진(NIM) 1.49%를 보였다. 지난해 4분기보다 0.07%포인트 오르며 4대 금융지주 은행 가운데 가장 많이 올랐다.
하나은행은 1분기에 순이자마진 1.50%를 보였다. 직전 분기보다 0.03%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이성욱 우리금융 부사장은 “그동안 진행한 중소기업 중심의 대출 증가 효과와 조달비용 절감 노력을 통한 수익구조 개선 결과에 힘입어 그룹의 이자이익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우리은행은 단기 금리연동이 타사와 비교해 많아 기준금리 민감도가 높은 편이다”며 “앞으로 계속 기준금리가 오른다면 순이자마진이 연말 1.59%까지 개선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하나금융투자와 하나카드의 순이익이 줄어든 점도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1분기 순이익 차이를 좁히는 데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하나금융투자와 하나카드는 하나금융 비은행부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첫 번째와 세 번째로 많은 자회사인데 증권업황과 카드업황 부진으로 1분기 순이익이 모두 줄었다.
하나금융투자와 하나카드는 1분기에 각각 연결기준으로 순이익 1193억 원과 546억 원을 냈다. 1년 전보다 각각 12.8%와 24.7% 감소했다.
우리금융이 1분기에 하나금융 뒤를 바짝 쫓아왔지만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이 하나금융을 순이익 기준으로 추월하는 일은 시기상조라고 보는 시선이 많다.
우리금융이 증권사와 보험사를 보유하지 않아 아직까지 종합금융사의 모습을 갖추지 못한 만큼 증권사와 보험사를 지닌 하나금융과 현재 금융그룹의 계열사 구조로 지속해서 순이익 다툼을 벌이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우리금융이 비은행부문 강화를 위해 공격적 인수합병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새로운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이성욱 부사장은 1분기 실적발표에서 “기업가치 강화를 위해 자사주 매입보다는 중장기적으로 비은행부문 인수합병이 더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며 “증권사가 그룹 시너지를 내기에 가장 좋고 벤처캐피털(VC)도 핵심 경쟁력을 갖춰 우선적으로 인수합병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이 공격적 인수합병을 예고한 만큼 실제로 증권사 등을 품는다면 앞으로 1,2년 사이 금융지주사의 3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 있는 셈이다.
우리금융이 지금은 하나금융에 순이익이 뒤지지만 계속 그랬던 것은 아니다. 하나금융은 2015년 외환은행을 품에 안은 뒤 2016년부터 순이익으로 우리금융을 제쳤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전망을 모두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이 모두 1분기에 시장 전망을 10% 이상 넘어서는 호실적을 냈다”며 “하나금융은 훌륭한 실적과 함께 배당 기대감이 크고 우리금융은 아직 분배보다 성장에 방점을 두고 있는 유일한 금융지주로 성장이 기대된다”고 바라봤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하나금융은 하나금융투자에 5천억 원 증자를 결정했는데 이번 증자로 사모펀드(PE)부문 강화, 글로벌사업 확장 등 비은행 부문의 성장이 예상된다”며 “우리은행은 이익창출 능력이 높아진 만큼 올해 3조 원 이상 순이익도 가능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