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일 전국삼성전자노조 위원장(앞줄 왼쪽에서 2번째)이 25일 서울 용산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자택 앞에서 삼성전자노동조합 4개 노조(삼성전자사무직노조, 삼성전자구미지부노조, 삼성전자노조동행, 전국삼성전자노조)로 구성된 공동교섭단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회사는 지금껏 노동조합의 목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
이원일 전국삼성전자노조 위원장이 25일 서울 용산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자택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2021년 10월부터 44개 요구안을 제시했는데 회사는 그 어떤 안에도 합의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회사가 일방적으로 노동자의 임금과 휴식권을 일방적으로 정한다면 이는 무노조경영 폐기 선언을 폐기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요구는 최대치가 아닌 최소한의 요구사항인 만큼 양보의사는 없다.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더 큰 투쟁으로 나아가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은 삼성전자 안에 구성된 전국삼성전자노조, 삼성전자사무직노조, 삼성전자구미지부노조 삼성전자노조동행 등 4개 노조가 구성한 공동교섭단 주최로 진행됐다.
4개 삼성전자의 노조 간부들은 회사 측이 노사협의회와 임금을 교섭하는 것은 '무노조경영의 시즌2'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회사창립일(11월1일) 유급휴가를 요구하는 삼성전자노조. <비즈니스포스트> |
김성훈 삼성전자노조동행 위원장은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 제5조에 따르면 노사협의회는 노동조합의 단체교섭이나 그 밖의 모든 활동에 영향을 끼쳐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성훈 위원장은 "하지만 회사는 고용노동부로부터 승인을 받아 정당하게 설립된 노조를 부정하고 노사협의회와만 임금협상을 진행하며 사실상 무노조경영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원일 위원장도 "회사가 일방적으로 노동자의 임금과 휴식권을 일방적으로 정한다면 이는 무노조경영 폐기 선언을 폐기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지금껏 삼성전자는 매년 노사협의회와 2월에 임금인상 논의를 시작하고 3월에 합의한 뒤 3월 임금분부터 인상분을 반영해 왔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2022년 임금과 관련해서는 노사협의체와도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14일 열린 8차 노사협의회 회의에서 회사는 임금인상률 4%를,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측은 인상률 15.7%를 주장하는 등 시각차가 컸다.
이와 별도로 삼성전자 노조공동교섭단은 2021년 10월부터 2021년도 임금협상을 진행하면서 연봉 1천만 원 일괄 인상과 영업이익 25% 내 성과급 지급 체계 공개 등을 요구하고 있다.
올해 2월에는 '삼성연대 2022년 임금인상 및 제도개선 공동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을 열어 2022년도 임금 10.0% 인상, 포괄임금제 폐지, 세전이익의 20% 성과급 지급 등 6대 요구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 이원일 전국삼성전자노조 위원장(왼쪽 1번째)이 SK하이닉스 노조 관계자들과 만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20년 5월 대국민사과를 통해 그동안 고수해 온 무노조 경영을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디스플레이, 삼성화재 등 주요 계열사들에서 전국단위 노조를 상급단체로 둔 노조가 속속 들어섰고 일부 계열사는 회사와 단체협약을 맺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노조가입율은 아직 저조한 상태다. 삼성전자 내 4개 노조 가입인원은 모두 더해도 5천여 명에 불과하다.
삼성전자 국내 전체 임직원 수가 11만여 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임직원의 노조 참여율은 5%에도 미치지 못해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에 삼성전자 4개 노조로서는 가입자를 늘리고 회사와 독점협상권을 확보하기 위해 이 부회장 자택 앞 기자회견과 농성을 펼쳐 선명성을 부각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국삼성전자노조를 비롯한 4개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을 포함해 모든 노조 및 단체에 연대하자고 요청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SK하이닉스 노조 관계자 등이 함께 하기도 했다.
▲ 김성훈 삼성전자노조동행 위원장. <비즈니스포스트> |
재계 일각에서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를 중심으로 삼성전자 노조의 요구가 과도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를 놓고 김성훈 위원장은 "경총은 대기업 나팔수에 불과하다"며 "세간의 오해와는 달리 영업이익 25%를 전부 성과급으로 달라는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김 위원장은 "성과급 지급 기준을 투명하지 못한 경제적 부가가치(EVA)가 아닌 명확한 기준인 영업이익으로 바꿔주고 영업이익 25% 이내의 범위에서 성과급을 지급해 달라는 것이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노조는 4월13일부터 이 부회장 자택 앞에서 집회와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 부회장 자택 앞에 '(가칭)삼성전자 임금교섭 투쟁 승리 공동지원단' 본부를 운영할 천막을 설치했고 5월3일 출범식을 열기로 결정했다.
천막을 치는 과정에서 현장에 있던 경찰은 삼성전자노조에 "공도에 천막을 설치했다"며 "향후 행정대집행 절차에 따라 철거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현국 전국삼성전자노조 조직쟁의국장은 "집회와 농성은 2021년도 임금협상안이 타결될 때까지 진행할 것이다"며 "전국에 있는 삼성그룹 계열사 노조와 함께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