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한은 총재 인사청문회, 이창용 "금리인상 인기 없지만 필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4월19일 오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인기는 없더라도 선제적으로 금리 시그널을 줘서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를 안정시키는 게 중요하다.”

19일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는 담담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이날 인사청문회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둘러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대치 속에서 진행됐지만 정책 중심으로 질의응답이 오고갔다. 그만큼 이 후보자의 개인적 문제를 끌어내 이슈를 삼을 것이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여당과 야당 가릴 것 없이 물가 및 금리와 관련된 질문을 이 후보자에게 던졌다.

화려한 색감과 문양의 넥타이를 맨 이 후보자는 학계와 정부, 국제기구 등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전문가의 시각에서 당황하는 기색 없이 의원들의 질문에 차분히 답변해 나갔다.

이 후보자는 최근 대내외적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져 물가상승 국면이 적어도 1년에서 2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바라봤다.

이 후보자는 현재 국내 가계부채가 상당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어 금리 인상을 통해 증가세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계부채는 금융안정은 물론 성장에도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며 “금리 시그널을 통해 증가세를 계속 완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은행의 적정 금리 수준을 묻자 “적정 금리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방향성을 줄 수 있어 언급하기 어려우나 현재 금리 수준이 굉장히 완화적 수준에서 회귀하는 중이다”고 답변했다.

이 후보자는 미국처럼 금리를 빠른 속도로 올리면 많은 부작용이 일어나기 때문에 적절한 속도로 금리를 조정하겠다고 했다. 

다만 이 후보자는 금리 인상만으로 가계부채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범정부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리로 시그널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은행의 금리정책만으로는 부족하다”며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서 범정부태스크포스를 만들어 구조적, 재정적 측면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때 국민의힘 의원이 이 후보자의 지명을 문제삼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지만 이 후보자가 몸을 한껏 낮추는 자세를 보여 청문회장의 전체 분위기는 차분하게 가라 앉았다.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협의 없이 지명했다며 ‘알박기 인사’라고 비판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제안이 왔을 때 많은 부담이 있었다”며 “제가 전문성이 충분한지 판단해주면 그 결과에 따르겠다”고 몸을 낮췄다.

이 후보자는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이 윤석열정부와 팀워크를 강조하자 “객관적 데이터에 입각해 가장 좋은 정책을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윤 당선인의 대출규제 완화 공약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 후보자에게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이 후보자는 “새 정부에서 발표하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 정책은 우선적으로 생애 첫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에게 한정돼 있기 때문에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나머지 대출규제 완화 정책은 점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원칙적으로는 바람직하다”고 답변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이날 이 후보자에 관한 인사청문회를 마무리하며 인사청문 결과보고서를 처리한다. 이후 이 후보자는 대통령의 임명을 받아 27대 한국은행 총재에 취임하게 된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