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정부 첫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에 이름을 올린 정호영 경북대 병원장을 향해 사퇴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과거 부적절한 여성관을 드러낸 칼럼 논란에 이어 자녀들의 ‘아빠찬스’ 의혹, 아들의 병역판정 변경 논란까지 불거졌다.

특히 정 후보자 자녀들의 아빠찬스 의혹은 ‘조국 사태’를 떠올리게 해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외친 공정과 상식에 맞느냐며 공세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복지부 장관 후보 정호영 자녀 꼬리무는 의혹, 윤석열 공정 빛바래나

▲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15일 윤 당선인 측과 국민의힘은 정 후보자의 의혹과 관련해 청문회 검증까지 지켜보자는 태도를 보였다.

다만 정 후보자를 적극적으로 감싸지는 않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어낙마 가능성도 조심스레 고개를 든다.

배현진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정호영 후보자가 본인이 소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며 “국회에서 검증의 시간이 이뤄질 때까지 일단은 잘 지켜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역시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자녀들의 아빠찬스 의혹이) 사실인지 여부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며 “언론이 단편적으로 의혹 제기를 하고 있어 청문회에서 그 부분에 대해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 자녀들의 아빠찬스 의혹은 13일 정 후보자가 경북대 병원장과 진료처장(부원장)으로 재직할 때 두 자녀가 경북대 의과대학에 학사 편입한 사실이 알려지며 시작됐다.

정 후보자는 자녀들의 편입에 특혜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15일 서울 서대문구 사무실로 출근하는 길 기자들과 만나 두 자녀의 의대 편입을 두고 공정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는 질문에 “특혜는 없었다”며 “서울대 교수라고 해서 서울대에 자녀를 못 보내냐”고 반문했다.

이어 자진사퇴에 뜻이 있냐는 질문에는 “왜 자꾸 사퇴하라고 하느냐”며 “인사청문회에서 밝히겠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이날 각종 언론을 통해 정 후보자 아들과 관련된 새로운 의혹들이 추가로 보도됐다.

정 후보자 아들이 경북대 의대 입시 때 제출한 서류를 살펴보면 한 학기에 19학점을 이수하며 매주 40시간 연구원 활동을 했다고 기재돼 있다. 하지만 이는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워 허위가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학부 때부터 의학에 뜻이 있었다고 적혀있었지만 4년 동안 수강한 51개 과목 가운데 의학 관련 과목은 2개뿐이었다.

이와 함께 5년 만에 병역판정이 뒤바뀐 사실도 알려졌다. 첫 신체검사 때 현역대상 판정을 받았다가 5년 뒤 실시한 재검사에서 사회복지요원 소집대상으로 판정이 바뀌었다.

민주당은 경북대병원을 방문해 정 후보자 자녀들의 아빠찬스 의혹을 강하게 비판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성주 의원은 15일 경북대병원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두 자녀가 편입을 염두에 두고 아버지를 활용한 스펙쌓기로 보인다고 하는 아빠찬스 논란이 일었다”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주장한 공정과 상식에 정면으로 반(反)한다”고 말했다.

박지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국회에서 “윤 당선인이 정호영 후보자의 입시비리 의혹을 조국 전 장관을 수사하던 수준으로 수사하는지, 측근이라 감싸고 덮어버리는지 지켜봐야 한다”며 “만약 조 전 장관에 적용한 잣대를 자신이나 측근에게는 적용하지 않는다면 국민이 나서서 심판할 것이다”고 비판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연일 관련 의혹을 비판하고 있다.

조 전 장관은 1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살권수(살아있는 권력 수사) 운운하던 검찰은 왜 정호영 후보의 집과 경북대 연구실, 경북대 의대 병원 등을 즉각적으로 압수수색하지 않는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윤석열 절친이자 장관 후보면 진짜 ‘살아있는 권력’이 아니냐”며 “인사권을 쥘 한동훈 법무장관 후보의 눈치를 보는 것인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똑같이 해라”고 말했다.

윤석열 당선인이 검찰총장 시절이던 2019년 9월 검찰은 조 전 장관 딸 조민씨의 아빠찬스 의혹 수사를 위해 자택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정 후보자가 떳떳하다며 청문회에서 다 밝히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논란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이 정 후보자의 의혹을 정조준하는 만큼 낙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행법상 국회에서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아도 윤 당선인이 정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할 수는 있다. 다만 윤 당선인은 대통령선거 때부터 공정과 상식의 가치를 강조해 온 만큼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윤 당선인이 정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한다면 내로남불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데다가 6월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정 후보자가 낙마하게 되면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추천한 인사가 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윤 당선인과 안 위원장은 공동정부 구성을 약속하고 대선 때 단일화를 이뤘으나 초대 내각 인선에 안 위원장이 추천한 인사가 포함되지 않으면서 안 위원장이 일정을 취소하는 등 갈등이 표출됐다.

14일 두 사람은 만찬 회동을 통해 공동정부 방침을 다시 확인했다. 안 위원장은 15일 "보건의료, 과학기술, 중소벤처, 교육분야에서 제가 더 전문성을 갖고 깊은 조언을 하며 관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서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