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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옥시 본사 앞에서 옥시 영국 본사 레킷벤키저를 항의 방문했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가습기 살균제 사태 책임론이 애경산업으로 확산되면서 애경그룹이 긴장하고 있다.
애경산업은 거듭 불거지는 책임론에도 그동안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제조사에 책임을 미뤘다.
애경산업은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애경산업이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책임이 있다고 결론이 날 경우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옥시처럼 애경산업 모든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
◆ 가습기사태 책임론 확산, 애경산업도 수사선상에 오르나
12일 업계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대한 애경산업의 책임론이 확산되고 있다.
애경산업은 CMIT(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과 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를 주원료로 하는 가습기 살균제인 ‘가습기 메이트’를 2001년부터 2011년까지 판매했다. 환경단체에 따르면 이 제품을 사용한 피해자 가운데 사망자는 39명으로 옥시 다음으로 많다.
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처음부터 가습기 살균제 모든 영역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해 왔다”며 “애경산업의 ‘가습기 메이트’처럼 CMIT나 MIT 제품 사용자들도 각종 질환으로 사망하거나 고통 받고 있는 만큼 성역 없는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옥시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버터플라이이펙트(세퓨) 등이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수사를 받을 때 애경산업은 수사선상에 오르지 않았다.
환경부는 2012년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 결과를 근거로 가습기 살균제 원료 가운데 PHMG와 PGH만 폐 손상의 원인물질로 인정하면서 검찰이 PHMG와 PGH를 원료로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에 대해서만 수사했기 때문이다.
CMIT와 MIT 성분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 사용자들은 비염이나 기관지염, 편도염 등 폐 질환 이외의 다른 질환을 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는 4월28일 가습기살균제 조사·판정위원회를 열고 비염·기관지염 등 경증피해와 폐 이외의 건강 피해 가능성에 대해서도 검토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환경부의 새로운 조사 결과가 발표되면 애경산업도 가습기 살균제 피해관련 수사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는 이미 애경산업 등에 구상권 청구 소송도 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애경산업을 포함한 13개의 가습기 살균제 제조 및 판매 기업을 대상으로 구상권 청구소송을 냈다. 정부는 애경산업에 13개 기업 가운데 세 번째로 큰 8억5700만 원을 구상금으로 청구했다.
구상금은 정부가 피해자에게 장례비나 치료비를 먼저 지원한 다음 가해기업으로부터 해당 금액을 징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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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습기살균제 '가습기 메이트'(왼쪽)와 고광현 애경산업 대표이사. |
◆ 애경산업, 커지는 논란에도 침묵하는 까닭은?
애경산업은 가습기 살균제 관련 논란이 확대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공식적인 사과나 책임과 관련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애경산업은 CMIT와 MIT 성분의 유해성 조사가 아직 마무리 되지 않은 데다 피해규모 등도 정확하게 집계되지 않았기 때문에 상황이 정리되는 대로 입장을 내놓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애경산업도 환경부의 조사가 빨리 마무리되기를 바라며 해당제품의 판매사로서 책임질 부분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책임을 지고 사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애경산업은 2011년 질병관리 본부에서 옥시 가습기 살균제 제품에 대한 위해성을 발표했을 때 강제리콜 대상이 아니었음에도 자발적으로 제품을 회수하고 판매하지 않았다”며 “사안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섣불리 입장발표를 할 수 없었을 뿐 책임을 회피하거나 하려는 의도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애경산업은 책임은 통감하지만 1차적인 책임소재는 SK케미칼에 있다고 강조했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애경산업도 치약이나 세제 등을 제조해 대형마트 등에 납품하고 있다”며 “소비자가 제품을 사용해 피해를 입을 경우 제조물 책임법에 따라 제품을 만들어 제조하는 업체가 책임을 지게 돼 있다”고 말했다.
애경산업은 정부의 구상권 청구소송에 대해서도 상황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이라 구상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피해상황 등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은 상태라 소송을 담당하는 판사가 현재 변론일정을 미뤄놓은 상태”라며 “애경산업은 피해상황 등이 명확해지면 소송 결과에 따라 구상금 지급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 가습기 살균제 논란에 기업공개 차질 생기나
가습기 살균제 책임론이 확대되면서 애경산업의 기업공개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애경산업은 4월에 대신증권을 상장 대표주관사로 선정하고 기업공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애경산업은 내년 상반기 안에 상장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애경산업이 계획대로 상장하면 애경유화, AK홀딩스, 제주항공에 이어 애경그룹의 4번째 상장사가 된다.
업계 관계자는 “애경산업이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 공식적으로 밝혀지면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했던 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이미지 훼손은 물론 옥시처럼 모든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확산돼 기업가치도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옥시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의 여파로 온오프라인에서 불매운동이 번지면서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상장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애경산업의 신사업 추진에도 지장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애경산업은 상장을 통해 조달하는 자금으로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고 해외진출을 포함한 신사업 확대를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업계 관계자는 “애경사업은 화장품사업에 공을 들이면서 해외진출 등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는데 상장일정이 지연돼 자금수혈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추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애경산업은 어떤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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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 |
애경산업은 애경그룹의 주력 계열사 가운데 하나로 1985년 설립됐다.
애경산업 지분은 애경그룹 지주사인 AK홀딩스가 48.27%, 애경유지공업이 48.07%, 우리사주조합이 3.66%를 보유하고 있다.
애경산업은 설립 초기에는 주로 비누제품을 생산했고 1990년대 이후 합성세제와 주방세제, 샴푸 화장품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애경산업은 생활용품 시장에서 LG생활건강(35.4%)에 이어 국내 시장 점유율 21.1%를 기록하고 있다.
애경산업은 지난해 매출 4594억 원, 영업이익 273억 원을 냈다. 2014년보다 매출은 12.9%, 영업이익은 247.6% 늘었다.
화장품 사업이 전체 실적을 이끌었다. 화장품 판매 호조에 힘입어 지난해 애경산업의 화장품 사업 매출 비중은 14.6%로 2014년보다 두 배 넘게 높아졌다.
애경산업은 회사의 주력 사업이던 생활용품 부문이 경쟁심화 등으로 정체기에 접어들자 신성장동력으로 화장품을 택하고 공을 들여 왔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