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후보가 대선 후보 4자토론에서 또다시 주택청약 제도와 관련해 무지를 드러냈다.

토론 자체는 예상 외로 선방했다는 여론이 나오지만 표심에 민감하게 영향을 주는 부동산 관련 발언에서 실수를 반복하면서 잘못을 바로잡고 약점을 보완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택청약만 만나면 작아지는 윤석열, 다음 토론에서는 고쳐질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오른쪽)이 1월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후보 토론'에 앞서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후보의 가장 큰 실수로 3일 열린 4자토론을 통해 주택청약 관련 사항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난 대목을 꼽는 시각이 많다.

윤 후보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공약을 보니 2030 청년을 위해 군필자 청약가점 5점 공약을 냈는데 청약점수 만점이 몇 점인지 아시나"라고 묻자 "40점이다"고 대답했다.

안 후보가 "84점이다"고 지적하자 윤 후보는 "아 84점이다"고 고쳤다.

주택청약 점수는 무주택기간 32점, 부양 가족 수 35점, 청약통장 가입기간 17점을 합해 만점은 84점이 맞다. 이 외에 윤 후보는 서울지역 청약 커트라인을 두고도 잘 모른다는 태도를 보였다.

윤 후보는 정권심판론에 힘입어 대선판에 뛰어들었다.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이루면 가장 먼저 문재인 정부의 최대 실수로 지목되는 부동산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정작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하는 주택청약 제도를 두고 어리숙한 모습을 보인 셈이다. 더욱이 윤 후보가 주택청약 제도를 제대로 알지 못해 비판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9월26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 3번째 방송토론에서 홍준표 의원이 청약통장을 만들어본 적이 있냐고 묻자 윤 후보는 "집이 없어서 만들어보진 못했다"고 대답했다.

청약통장은 아파트 분양 청약을 하기 위한 것으로 무주택자에게 필수적이다. 집이 없어서 만들지 않았다는 말에 윤 후보를 향해 일반 서민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부동산 문제가 뭔지 모르는 것 같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윤 후보는 청약제도와 관련해 한 차례 비난을 받았음에도 대선 공식 첫 토론회에 관련 내용을 숙지하지 않고 나온 셈이다.

국민의힘은 실수를 반복한 윤 후보를 옹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윤 후보가 경험이 없어 그랬을 것이라고 편들었다.

이 대표는 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아무래도 윤 후보가 주택 문제에 있어서는 다른 분들과 다른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며 "독신 상태에서 검찰 공무원을 하다보면서 관사를 돌았고 주택 마련에 관해 늦게 인식한 게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혼 뒤 주택도 배우자가 가져왔다 보니 경험해보지 못한 영역"이라면서 "충분히 가능한 지적이지만 정책 결정에 있어 오류를 가져올 실수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외에 윤 후보는 RE100, EU택소노미 등 친환경 분야 전문용어도 모른다고 고백했다.

다만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질문이 들어오면 대답하기 어려워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4자토론에서는 자신감 있는 태도를 보여 실력이 나아졌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번 4자토론에서는 앞서 자신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를 주장한 것과 관련된 논쟁이 벌어지자 윤 후보는 "적극적 의지를 드러내는 것 자체가 전쟁을 막는 것이다"고 대답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EU택소노미에 관해 질문하자 윤 후보는 "EU 뭐라는 것은 나는 들어본 적이 없으니까 가르쳐 달라"고 대응했다.

지지자들 사이에선 윤 후보가 당당하게 '모르니 가르쳐 달라'라는 자세를 보인 것을 놓고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토론 기세싸움에 있어서 확실히 검찰총장의 힘이 무엇인지를 보여줬다"며 "후보가 굉장히 전문가적으로 학습을 많이 해서 전문성에도 많이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여당은 정반대 평가를 내렸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단편적 부분에 집착하고 그게 국정철학으로 어떻게 녹아있는지 거의 얘기를 못했다"며 "오히려 상대 후보를 향한 네거티브에만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특히 김 최고위원은 윤 후보가 청약주택 만점을 40점이라고 한 것에 빗대어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점수를 매겨보자면 84점 대 40점이다"고 평가했다.

다음 4자토론은 21일 열린다. 윤 후보가 부동산 등 관련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면 TV토론을 통해 점수를 벌 수 있다. 하지만 또 다시 실수를 반복한다면 지지율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첫 4자토론에서 지상파 3사의 합계 시청률이 39%를 찍을 만큼 유권자들은 정확한 대선 정보에 목말라 있다. 게다가 다음 토론 분위기는 지지율에 더 많은 영향을 줄 공산이 크다.

설연휴 밥상머리 민심이 대선 결과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많았으나 실제로는 아직까지 윤 후보와 이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헤럴드경제 의뢰로 설 연휴 끝자락인 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윤 후보는 45.7%, 이 후보는 40%로 오차범위 안 격차를 보였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더 자세한 내용은 한국사회여론연구소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노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