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 스톡옵션 논란’과 관련해 재발방지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도 카카오페이 스톡옵션 논란을 개인의 일탈이 아닌 제도적 문제로 바라보는 만큼 대책 마련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오늘Who] '카카오페이 먹튀' 방지 요구 커져, 금감원장 정은보에 시선

▲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하지만 정 원장이 깐깐한 ‘원칙주의자’로 알려진 만큼 설익은 대책을 서둘러 내놓기 보다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행사로 불거진 ‘먹튀’ 논란이 또 발생하지 않도록 금융당국의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핀테크 기업들의 금융산업 진출이 활발해지는 데 따라 새로 상장하는 기업도 계속 나올 텐데 이런 일이 또 발생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정 원장도 시장에서 제기하는 문제의식에는 충분히 동의한다.

당장 카카오페이 사태만 보더라도 경영진의 스톡옵션 대량매도로 적지 않은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본 만큼 이를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 원장이 당장 제도개선에 나서는 등 급하게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시선이 나온다.  

정 원장은 원칙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감독당국의 역할은 법과 원칙에 근거해 이뤄져야 한다는 게 금융감독원장으로서 정 원장의 원칙이다.
 
정 원장이 강조하는 원칙을 따르자면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스톡옵션 대량 매도는 현행법 위반이 아니라는 점에서 강력한 규제 대상이 되기 어렵다.

물론 카카오페이 경영진들의 스톡옵션 행사 과정에서 불공정거래 등 불법적 행위가 확인된다면 당장 제재에 들어가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추가로 규제 방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지 않을 수 있다.  

게다가 정 원장은 금융시장을 규제하기보다 지원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는데 이런 방향성은 핀테크 기업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정 원장은 금감원장 취임사에서 △법과 원칙에 기반한 금융감독 △사전적 감독과 사후적 감독 조화 운영 △금융소비자 보호 노력 등 3가지 목표를 금융감독 방향으로 제시했다.

올해 신년사에서는 “금융서비스 공급자가 다양해지면서 규제가 복잡해진 지금의 상황일수록 감독정책은 법과 원칙에 근거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 카카오페이 논란이 중요한 문제로 인식되고 관련 법안도 추진되고 있지만 정 원장은 당분간 관망하는 태도를 지킬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정 원장은 카카오페이 스톡옵션 논란과 관련해 제도개선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20일 핀테크업계와 간담회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시장 또는 개인 투자자 보호가 전제되면서 스톡옵션 제도가 운용돼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며 “제도개선 부분을 살펴보고 필요하다면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상장사를 대상으로 ‘내부자 거래 사전신고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설 명절 뒤 이를 발의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도 카카오페이 스톡옵션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이 후보는 1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카카오페이 먹튀 철저히 조사하고 예방하겠다’는 제목으로 글을 올리며 “기관 투자자 의무보유확약, 우리사주 보호예수처럼 신규 상장기업 경영진의 스톡옵션 행사 기간을 제한해야 한다”며 “자사주 매각시 가격과 일자 등을 사전공시하는 등 투명성을 높여 소액주주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카카오페이 스톡옵션 논란은 류영준 전 대표이사를 비롯한 카카오페이 경영진 8명이 지난해 12월 스톡옵션으로 얻은 주식 약 44만 주를 한 번에 매도하면서 시작됐다.

경영진들의 주식매도는 통상적으로 주식시장에서 악재로 받아들여지는데 특히 많은 물량이 한꺼번에 나와 카카오페이 주가도 타격을 입었다.

카카오페이 주가는 경영진들의 주식 재매입 등 대책이 나오면서 21일 14만5천 원까지 올랐지만 지난해 11월30일 기록했던 최고가 24만8500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