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사업부 사장이 추진해온 기술중심의 전략이 1분기에 반도체사업의 실적을 방어했다.
메모리반도체의 업황악화에도 D램의 미세공정전환을 앞당기고 3D낸드 기술적용의 확대에 주력한 전략이 주효했다.
김 사장은 메모리반도체에서 고부가제품의 판매에 집중하는 한편 시스템반도체의 비중을 높이고 공급처를 다변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 반도체 기술력 앞서, 실적방어 주효
28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을 비교해 보면 반도체사업에서 1분기 실적이 크게 엇갈렸다.
세계 메모리반도체시장에서 공급과잉현상이 지속되며 D램과 낸드플래시 평균가격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큰 폭의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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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사업부 사장. |
SK하이닉스의 경우 업황악화에 직격탄을 받아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1분기의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반도체부문은 1분기에 영업이익 2조6300억 원을 내 지난해 1분기보다 10% 정도 줄어드는 데 그쳤다.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하면 영업이익은 오히려 소폭 늘었다.
삼성전자는 1분기에도 메모리반도체의 가격하락이 지속됐지만 반도체부문에서 수익성을 효과적으로 방어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와 달리 선방한 원인으로는 D램 미세공정의 비중상승과 3D낸드 기술발전으로 반도체 생산원가를 절감하고 고부가 제품의 비중을 높인 점이 꼽힌다.
전세원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무는 "D램에서 20나노대 공정제품 비중을 높여 원가를 낮췄으며 수익성이 높은 제품을 중심으로 공급해 수익성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3D낸드의 양산이 본격화돼 고용량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의 수요확대에 효과적으로 대응한 것도 실적방어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김기남 사장이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강화에 주력한 점도 메모리반도체의 타격을 만회할 수 있던 요인이다.
삼성전자는 기존의 14나노 미세공정기술을 2세대로 발전해 성능과 전력효율을 높이며 AP(모바일프로세서) 등 위탁생산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7 시리즈에 탑재되는 삼성전자의 엑시노스8890과 퀄컴의 스냅드래곤820을 모두 2세대 14나노 공정으로 생산했다.
갤럭시S7이 기대 이상의 판매증가를 보인데다 중국업체들의 스마트폰 신제품 고사양화 추세로 스냅드래곤820의 출하량이 크게 늘며 위탁생산에서 실적개선이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의 고사양화 경쟁은 삼성전자의 고용량 모바일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의 공급도 늘렸을 것으로 분석된다. 주요 고객사인 애플의 아이폰6S 판매부진을 만회할 수 있는 충분한 수요를 이끌었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3D낸드를 적용한 SSD의 성능향상과 가격하락으로 기업용 서버분야에서 채용이 확대된 점도 삼성전자 반도체 실적방어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3D낸드 기술은 메모리의 집적도를 높일 수 있어 고용량 제품 생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3D낸드의 대량양산체제를 갖춘 유일한 메모리반도체기업이다 보니 성장에 독보적으로 수혜를 본 것이다.
전 전무는 "모바일용 프리미엄 반도체와 서버용 SSD의 시장확대가 반도체실적 개선을 이끌었다"며 "2분기에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개선되며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성장기반 마련
김기남 사장은 고용량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의 적용분야를 신사업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김 사장은 최근 독일 아우디와 업무협약을 맺으며 고성능 메모리반도체의 공급을 자동차로 확대하고 있다. 또 AP의 공급분야도 가상현실과 사물인터넷 기기 등으로 다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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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의 2세대 14나노 공정으로 생산하는 퀄컴 AP '스냅드래곤820'과 삼성전자 '엑시노스8890'. |
전 전무는 자율주행차와 가상현실기기 등 고용량 메모리를 필요로하는 4차산업의 성장에 대응하기 위해 전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라인을 별도로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모바일 AP 라인업을 다양화하며 시스템반도체의 비중을 더욱 높일 것"이라며 "웨어러블기기와 가상현실, 사물인터넷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신제품 개발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미세공정과 3D낸드 기술은 가장 앞서 있어 고용량 제품으로 갈수록 성능과 원가경쟁력이 부각돼 향후 경쟁에서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AP 위탁생산시장에서도 경쟁력을 더욱 확보하기 위해 대만 TSMC 등 경쟁사보다 원가절감에 유리한 2세대 10나노 미세공정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사업부 투자금액이 지난해보다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SK하이닉스 등 경쟁사 역시 실적부진으로 투자를 축소하는 만큼 당분간 삼성전자의 독주체제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 전무는 "AP 위탁생산 고객사를 다변화하고 반도체제품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며 "향후 반도체사업이 확실한 성장기반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