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자회사 하만의 전장(차량용 전자장비)사업이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가 차량용 반도체사업을 강화하고 있어 하만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삼성전자 하만 전장사업 정체, 시스템반도체사업과 시너지로 반등하나

▲ 강인엽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


3일 삼성전자가 여러 시장 조사기관의 자료를 활용해 추정한 데이터에 따르면 하만은 2021년 1~3분기 글로벌 디지털콕핏 시장에서 점유율 24.9%를 보였다.

2020년 전체 점유율보다 2.6%포인트 낮아졌고 2019년의 24.8%와 비슷한 수치다.

하만은 전체 매출의 3분의 2가 주력제품 디지털콕핏을 비롯한 전장사업에서 나온다. 디지털콕핏은 오디오, 비디오, 내비게이션 등을 디지털 계기판으로 통합한 형태의 차량 조종석을 말한다.  

디지털콕핏 사업의 정체는 하만의 전장사업이 정체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만은 2021년 3분기 매출 2조4천억 원을 거둬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8.4% 감소했다.

이를 놓고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하만 전장제품을 향한 시장 수요가 낮은 것이 아니다”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수급 균형이 안정적이지 못한 데 따른 불확실성에 하만도 매출 증가에 제약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가 하만의 전장사업 정체상태를 해결하는 데 힘을 보탤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가 최근 전장용 반도체를 포함한 차량용 반도체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데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11월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는 차량용 통신칩 ‘엑시노스오토(Exynos Auto) T5123’, 인포테인먼트용 프로세서 ‘엑시노스오토 V7’, 인포테인먼트 프로세서용 전력관리반도체(PMIC) ‘S2VPS01’ 등 차량용 반도체 신제품 3종을 공개했다.

모두 디지털콕핏에 쓰일 수 있는 제품들이다.

차량용 통신칩인 엑시노스오토 T5123의 경우는 하만의 디지털콕핏과는 궁합이 좋은 반도체라고 보는 시선도 나온다.

하만 디지털콕핏은 텔레매틱스(차량용 무선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외부와의 연결성이 강점으로 꼽히는데 엑시노스오토 T5123 역시 통신기능에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엑시노스오토 T5123은 5G(5세대 이동통신) 기반의 멀티모드 통신칩이 내장돼 5G망만을 사용하는 스탠드얼론(SA) 모드와 LTE(롱텀에볼루션)망을 함께 사용하는 논스탠드얼론(NSA)모드를 모두 지원한다.

이 칩을 탑재한 디지털콕핏은 차량이 5G통신망이 구축되지 않은 지역을 지나갈 때도 LTE통신망을 이용해 외부와의 네트워크 연결을 유지할 수 있다.

일반 차량계기판과 비교해 디지털콕핏의 최대 강점은 대형디스플레이를 통해 영상을 감상하거나 정보를 검색하는 등 인포테인먼트(차량 내부의 디지털 정보전달장치) 기능이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의 새 인포테인먼트 프로세서 엑시노스오토 V7은 LG전자 VS사업본부(전장사업)에서 생산하는 폴크스바겐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ICAS3.1’에 쓰이기로 하는 등 성능과 품질 측면에서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반도체회사로서 삼성전자가 보유한 최대 강점은 설계(시스템LSI사업부)와 생산(파운드리사업부)을 함께 할 수 있는 사업구조다.

하만으로서는 시스템반도체사업을 진행하는 두 사업부의 차량용 반도체 개발 및 생산을 통해 전장제품용 반도체와 최종 제품을 수직계열화해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조달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로서도 하만과 차량용 반도체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면 사업부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의 대표 제품은 모바일기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시리즈’인데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기는커녕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1년 2분기 글로벌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점유율 7%의 5위에 올랐다. 1년 전보다 점유율이 5%포인트 낮아졌고 순위는 1계단 떨어졌다.

최근에는 중저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전문회사였던 대만 미디어텍이 플래그십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디멘시티9000’을 출시하며 퀄컴, 애플, 삼성전자가 경쟁하던 고급제품시장에 도전장을 내미는 등 시장 경쟁도 심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장은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의 신천지가 될 수도 있다. 전기차와 수소차 등 친환경차의 비중이 확대되면서 차량의 전장화 추세에도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조사기관 글로벌마켓인사이트는 디지털콕핏 등 차량용 전자장비시장이 2020년 2400억 달러(283조 원가량)에서 연 6%씩 성장해 2027년 3800억 달러(448조 원가량)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차량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구축과 운전자들의 안전을 위한 차량의 지능화 및 연결성 강화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이런 추세에 맞는 시스템반도체 개발을 통해 전장 관련사업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