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스의 매출에서 LPG 판매비중이 절대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 윤병석 SK가스 대표이사 사장이 수소사업 투자금을 마련하는 데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4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SK가스 등 국내 LPG공급업체들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로부터 매월 통보받은 국제 LPG가격(CP)을 기준으로 삼아 국내 공급가격을 정한다.
아람코는 10월 프로판과 부탄 가격을 9월보다 각각 톤당 132.5달러씩 올린 800달러와 795달러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5개월 전인 5월과 비교해 61.6%, 67.4% 올랐다.
LPG는 프로판과 부탄 제품으로 구분되는데 프로판 제품은 주로 가정·상업용 취사와 난방에, 부탄 제품은 자동차용 연료로 쓰인다.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LPG가스 가격도 덩달아 상승하고 있다. 두바이유는 1년 전 배럴당 40달러 선이었으나 최근 80달러 선까지 올랐다.
여기에 LPG를 들여오는 데 필요한 해상운임도 갈수록 비싸지고 있다.
에너지업계에서는 SK가스가 국내 LPG시장 점유율 1위를 보이고 있지만 국내 공급가격을 쉽게 조정하지 못하는 구조 속에 있어 앞으로도 이중고를 겪는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휘발유와 경유와 달리 LPG는 한달에 한 번 기준가격이 정해지는데 국제가격이 가파르게 오를 때는 국내 공급가격에 반영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여기에 정부가 최근 LPG업계와 간담회를 열어 판매가격 인상을 자제할 것을 요청한 점도 SK가스의 어깨를 무겁게 한다.
SK가스에 따르면 전체 사업비중에서 LPG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98%에 가까울 정도로 절대적이다.
윤병석 사장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수소사업을 밀고 있는데 LPG 국제가격 상승은 부담을 안겨줄 수도 있다.
윤 사장은 롯데케미칼과 수소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합작회사를 연내 출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SK가스는 롯데케미칼과 수소 조인트벤처를 통해 수소충전소 약 100개를 건설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실무적 검토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윤 사장은 롯데케미칼과 수소사업 공동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식을 맺는 자리에서 "앞으로 다양한 협업을 통해 수소 생태계 구축에 앞장서고 기존 사업인 LPG사업에 수소사업을 연결해 미래 지향적 사업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윤 사장은 수소사업개발그룹도 신설해 중장기 성장전략을 추진하면서 의욕적으로 수소에너지 관련 신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윤 사장은 수소를 중심으로 하는 SK가스의 탄소중립 사업에 2025년까지 2조2천억 원을 투자하고 이를 통해 2030년에는 세전이익을 7500억 원 올리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국제 LPG가격이 당분간 상승세를 지속해서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데다가 SK가스의 재무 관련 비율도 나빠지고 있어 수소사업 초기에 어려움을 겪을 공산이 커지고 있다.
SK가스의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2020년 말 136.9%에서 올해 상반기 147.4%로 커졌다.
여기에 총차입금 의존도도 증가했다. SK가스의 총차입금 의존도는 2020년 말 41.5%에서 올해 상반기 43.8%로 늘었다. 일반적으로 총차입금 의존도가 30% 이하일 대 안전하다고 평가되는 것을 고려하면 좋지 않은 신호로 여겨진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SK가스의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1년 안에 상환해야 하는 단기차입금은 9362억 원으로 2020년 상반기보다 54% 가까이 늘었다.
2021년 상반기 기준 현금성자산은 1조257억 원 규모로 단기차입금이 현금성자산의 약 92%까지 차오른 상황에 놓였다.
SK가스는 관계자는 “LPG 국제가격이 올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맞지만 LPG 트레이딩부문에서 최대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단기차입금 가운데 7천억 원 가량은 LPG 판매를 통해 회수할 수 있는 만큼 유동성 위험이 발생할 일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