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인수의 우선협상자에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이 선정됐지만 쌍용차 회생까지 가는 과정에서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정기선 사장이 4년 만에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며 현대중공업지주와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에 내정됐다. 정 사장은 계열사 역량을 모아 자율주행선박 등 미래사업에 더욱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두산중공업은 미국과 유럽에서 육성 움직임을 보이는 소형모듈원전사업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실적에서 더없이 좋은 한해를 보내고 있지만 탄소중립과 관련한 준비에 속도를 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자동차>
◆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그룹이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중장기 전기차 판매계획의 공격적 수정을 예고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세운 '2025년 전기차 100만 대 판매 목표'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었다. 이는 현대차와 기아가 2019년 판매한 720만 대의 14% 수준에 머문다.
코로나19 이후 앞다퉈 전기차 전환계획을 공격적으로 수정해 발표하고 있는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느리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최근 현대차그룹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시장에서는 현대차와 기아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CEO인베스터데이를 통해 새로운 중장기 전기차 판매계획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글로벌 반도체 부족에도 여전히 단단한 이익체력과 전기차 전용 플랫폼의 경쟁력을 앞세워 국내외에서 전기차 시설투자와 판매를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 현대차와 기아는 전기차 판매의 중심을 유럽에 두고 있다. 가장 큰 시장인 미국에서 아이오닉5는 물론 EV6와 GV60 판매를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제너럴모터스(GM) 등 현지 완성차업체를 중심으로 전기차산업 육성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미국 전기차시장에서 초반부터 주도권을 쥐기 위해 전용 플랫폼을 활용한 전기차의 현지생산을 서두를지 주목된다.
정 회장은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끈끈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며 ‘톱다운’ 방식으로 인도네시아 전기차시장 확대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는 배터리 핵심소재인 니켈의 매장량과 채굴량 모두 세계 1위일 뿐 아니라 2억7천만 명에 이르는 세계 4위 인구를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경제성장을 하고 있어 전기차산업 성장성이 밝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시장은 일본 자동차업체의 텃밭으로 꼽히는데 일본 업체들은 전기차 전환 투자가 더디다. 정 회장이 인도네시아 전기차 시장을 넓힌다면 동남아시아에서 내연기관차와는 사뭇 다른 양상을 만들 수 있다.
◆ 기아
기아가 내년에 사상 처음으로 현대차를 제치고 국내 완성차시장 1위 브랜드에 오를 가능성이 나온다.
기아는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등 RV(레저용차량)와 높아진 브랜드 이미지를 앞세워 국내판매에서 현대차의 턱밑까지 따라왔다.
올해 1분기에는 현대차가 기아보다 2만2454대 더 팔았으나 2분기에는 1만2547대, 3분기에는 1891대 더 파는 데 그쳤다.
기아는 1999년 현대차그룹에 편입된 뒤 연간 판매에서 한 번도 현대차를 잡은 적이 없다. 최근 몇 년 사이 경쟁력을 크게 끌어올렸다지만 지난해에도 현대차와 차이는 13만 대 가량 났다.
현대차와 격차가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기아가 지금 상승세를 유지한다면 내년에는 국내 판매 1위 브랜드를 충분히 노려볼 수 있다는 시선이 많다.
기아는 완전변경되는 2세대 니로에 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 모델을 강화해 축소되는 국내 소형SUV시장에서 점유율 1위 수성에 나선다. 경형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캐스퍼의 등장에 모닝과 레이의 가격체계를 손보며 국내 경차시장을 지키려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는 2030년 목적기반모빌리티 글로벌 1위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는데 초기시장 선점을 위해 고객 확보에 속도를 내야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상용전기차를 중심으로 목적기반모빌리티(PBV)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할 준비를 하고 있어 기아도 가시적 성과를 위해 사업에 속도를 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목적기반모빌리티(PBV)사업에서 가시적 진전은 기아의 기업가치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 쌍용자동차
쌍용자동차 인수 우선협상자에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대표이사 회장이 에디슨모터스의 전기차기술을 바탕으로 쌍용자동차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금확보를 이뤄낼 지 주목된다.
쌍용차 회생을 위해서는 바로 수천억 원의 돈이 더 들어가야 한다. 구주 인수대금 외에도 공익채권 등 부채를 갚은 돈이 필요하다. 강 회장이 공언한 대로 전기차 신차를 개발하는 데도 천문학적 자금이 필요하다.
강 회장은 KDB산업은행의 자금 지원을 희망하고 있으나 산업은행에선 쌍용차 회생 가능성과 전기차 사업성을 검토해 자금 수혈을 결정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강 회장은 산업은행이 지원이 아니어도 쌍용차 자산을 담보로 자금을 융통해 얼마든지 쌍용차를 회생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국책은행이자 주채권은행의 지원을 얻어내지 못한다면 강 회장이 쌍용차를 인수하고 회생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을 공산이 크다는 시선이 여전히 많다.
◆ 르노삼성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는 XM3의 유럽 수출이 올해 6만 대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XM3는 과거 르노삼성차의 수출을 이끌었던 닛산 로그처럼 판매량 확대를 이끌 차종으로 기대를 받는다.
르노삼성차는 수출에서 숨통이 트이는 상황에서 XM3 하이브리드모델을 앞세워 내수판매 회복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 나설 것으로 보인다.
XM3 하이브리드는 현재 유럽에서만 판매되는 모델이다. 2022년 XM3 하이브리드 모델을 얼마나 이른 시점에 국내에 출시하느냐는 내년 르노삼성차의 국내판매 확대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르노삼성차는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국내시장에서 4만2803대를 판매했다. 1년 전보다 41.8% 줄었다. 같은 기간 국내 완성차 5사의 평균 내수판매량이 1년 전보다 9.58%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르노삼성차 내수판매 부진의 골이 더 깊다.
최근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하이브리드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XM3 하이브리드 모델은 르노삼성차 내수판매 부진을 벗어나는 데 돌파구가 될 수 있다.
◆ 한국GM
한국GM은 반도체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로 올해 수출과 내수판매가 다 힘든 상황에 놓여있다.
이에 미국 제네럴모터스(GM)의 리콜 문제로 생산이 중단됐던 전기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볼트EUV와 볼트EV 새 모델을 조기에 국내에 들여오기 위해 힘쓸 것으로 보인다.
한국GM은 올해 차량용 반도체 수급문제로 정상적으로 공장을 운영하지 못하면서 판매절벽을 맞고 있다. 한국GM은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내수에서 4만6663대 차량을 판매했다. 이는 2020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2.3% 줄어든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에서 전기차를 들여와 내수판매를 늘린다면 그나마 위안이 될 수 있다. 볼트EUV와 볼트 포함 신형 볼트EV는 사전계약 4천 대 이상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볼트EUV는 가격 측면에서 전기차와 SUV를 동시에 원하는 20~30대의 생애 첫 차를 꿰찰 가능성도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선 중공업>
◆ 현대중공업그룹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대표이사 내정자 겸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내정자 사장이 4년 만에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현대중공업그룹 경영권 승계가 본격화됐다.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 사장, 손동연 현대두산인프라코어 대표이사 사장이 모두 부회장으로 승진해 주력사업인 '조선-정유-건설기계'에서 정 사장 체제의 안착을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그동안 그룹 신사업 발굴에 힘써왔는데 그룹 지주사와 조선부문 중간지주사 대표를 맡게 돼 이전과 비교해 경영 판단과 관련한 무게감이 달라질 수밖에 없게 됐다.
특히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말까지 인공지능(AI)이 조종하는 초대형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의 자율운항 시험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정 사장은 계열사 역량을 결집해 자율운항선박 시장 선점에 고삐를 죌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수소사업이나 친환경선박 등에도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 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이 올해 안에 재고 드릴십 4기 가운데 2기를 추가로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중공업은 6월29일 이탈리아 시추선사 사이펨(Saipem)과 드릴십 1척의 용선계약을 맺었는데 최근 국제유가가 이 당시보다도 더 높아지면서 드릴십 매각 혹은 용선 협상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 영업손실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중공업이 수년 동안 영업손실을 규모를 쉽게 줄이지 못한 주요 원인이 재고 드릴십이다. 최근 2년(2019~2020년)을 보면 삼성중공업 영업손실에서 드릴십 재고자산 평가손실이 차지하는 비중이 45%를 웃돈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중공업이 매년 재고 드릴십 1척당 재고자산 평가손실 200억 원, 유지비용 100억 원을 부담하고 있다고 추정한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2017년 이후 4년 만에 연간 수주목표를 달성했다. 드릴십 재고 부담까지 던다면 삼성중공업이 올해 좋은 수주실적을 바탕으로 2023년 흑자전환에 성공하고 흑자기조를 유지하고 확대하는 데 기반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 두산중공업
두산중공업이 새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소형모듈원전(SMR)사업 확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탄소중립 차원에서 소형모듈원전을 육성하는 데 이어 전력난을 겪는 유럽 주요 국가들이 소형모듈원전 투자를 늘릴 채비에 나서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두산중공업은 미국 뉴스케일파워에 투자를 진행하면서 소형모듈원전 기자재를 공급하고 있다. 뉴스케일파워는 소형모듈원전 개발에서 가장 앞서 있는 회사로 평가받는다.
두산중공업은 아울러 고온가스로 소형모듈원전을 개발하고 있는 미국 엑스에너지와도 주기기 제작에 협력하면서 사업 확대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이들 미국 업체와 단단한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두산중공업은 2022년부터 2027년까지 모두 3조 원 규모의 소형모듈원전 기자재를 수주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가스터빈, 풍력터빈과 함께 소형모듈원전은 두산중공업의 재도약에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철강>
◆ 포스코
포스코는 3분기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3조 원을 넘겼다. 시장에서는 포스코가 4분기에도 철강 가격 강세로 좋은 흐름을 이어가 사상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 9조 원을 넘길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다만 탄소중립 목표달성과 관련해 더 현실성 있는 계획을 마련해 내놓아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 점은 경영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학동 포스코 철강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최정우 포스코 대표이사 회장을 대신해 출석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포스코의 탄소저감 계획과 관련해 강도 높은 비판을 받은 만큼 향후 경영 방향성에 친환경전략을 더 중요하게 반영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포스코는 국내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온실가스와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그럼에도 탄소배출 저감 실적이 더디며 탄소저감 계획이 말장난 수준에 머문다는 비판을 여야 의원들에게서 받았다.
이밖에 계열사의 석탄화력발전소 건립문제, 고로(용광로)의 오염물질 저감장치 등 환경문제와 관련해 포스코가 해결해야 할 일이 많다. 환경문제는 장기적 관점에서 포스코의 경영에 중요한 요소로 앞으로 행보를 주의깊게 볼 필요가 있다.
◆ 현대제철
현대제철은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영업이익 신기록을 경신했다. 2분기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5천억 원을 넘겼는데 3분기 영업이익 8262억 원을 냈다.
그동안 경영불안 요인으로 작용하던 노조와 단체교섭도 거의 마무리했다. 5개 정규직 노조 가운데 현대제철 인천지회를 제외한 4개 노조와 2021년 임금협상을 타결했다.
그런 만큼 현대제철은 철강업계 최대현안으로 꼽히는 탄소배출 줄이기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현대제철은 철강업계 1위 포스코와 비교하면 온실가스 배출 절대량은 적지만 정부로부터 할당받은 배출권 양이 부족해 비용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에 고로가 있는 주력 생산시설 당진제철소를 중심으로 친환경 설비투자를 위해 2025년까지 49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을 세웠다.
더구나 현대제철은 현대차그룹에서 유일하게 부생수소(철강을 만드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생산되는 수소)를 생산하는 만큼 친환경 설비투자를 늘릴 필요성이 크다. 이에 친환경투자 확대를 위해 중장기적 재무건전성을 높여야 한다는 시선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창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