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이 재직 당시 법무부에서 받은 정직 2개월 징계가 적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오면서 정계진출 명분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이미 검찰총장직을 사퇴해 실질적 영향은 없지만 징계가 부당하다는 점을 내세우며 문재인 정부로부터 쫓겨났다는 이미지를 부각시켰왔던 만큼 윤 전 총장의 '반문재인' 기치가 퇴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양형기준에 비추어 볼 때 2개월의 정직 처분을 넘어 면직 이상의 징계도 가능해 오히려 징계가 가벼웠다는 재판부의 판단이 나오면서 윤 전 총장은 검찰권을 남용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앞서 14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정용석 부장판사)는 윤 전 총장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이와 관련해 '조국흑서'(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저자 가운데 적극적으로 윤 전 총장을 지지했던 서민 단국대학교 교수는 14일 블로그에 "문재인 정권 아래에서도 사법부는 판사의 성향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소신껏 판결을 내렸으며 이번 사건이라고 해서 권력의 눈치를 봤을 것 같지는 않다"며 "윤 전 총장은 재직하는 동안 권한을 남용했고 그래서 수사의 공정성을 해치는 잘못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공정을 기치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논란 등으로 실제로 공정하지 못하다는 비판 속에서 공정의 상징으로 떠 올랐는데 이번 판결로 정권교체를 위한 명분 가운데 하나를 잃을 수 있다.
곧장 민주당의 압박도 시작됐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후보는 국민께 사죄하고 후보 사퇴는 물론 정치활동 중단을 선언해야 한다"며 "그동안 국민을 속인 행위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전날 페이스북에서 "윤석열 전 총장은 검찰총장으로서는 헌정 사상 처음 징계를 받은 사람이 됐다"며 "윤 전 총장은 지금이라도 국민께 잘못을 석고대죄하고 후보직 사퇴와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수사에 성실히 응하는 것이 마땅한 태도다"고 비판했다.
통상적으로 외부로부터 공격이 거세지면 내부결집이 강화되기 마련이지만 윤 전 총장은 최근 위장당원 급증 발언이나 당 해체 발언 등 당심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말실수를 잇따라 하면서 자충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은 4일 부산광역시 사상구 당협위원회에서 최근 입당자가 늘어 경선 당원선거인단이 23만여 명 증가한 것을 놓고 "위장당원들이 엄청 가입했다"며 "민주당 정권이 우리당 경선에까지 마수를 뻗치고 있다"고 말했다.
위장당원 발언은 경선과정에서 역선택 우려의 연장선에서 볼 여지가 있다고 해도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당선 이후 늘어난 2040세대 당원의 발발을 살 수 있는 발언으로 평가된다.
당 해체 발언은 파급력이 더 컸다.
윤 전 총장은 13일 국민의힘 제주도당에서 개최한 캠프 제주선대위 임명식에서 그를 겨냥한 당내 경선 경쟁자들의 공세에 "정권을 가져오느냐 못 가져 오느냐는 둘째 문제이고 정말 이런 정신머리부터 바꾸지 않으면 우리 당은 없어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당의 존립이 위태로운 상황까지 몰렸던 적이 있던 만큼 당 해체 발언은 당원들에게 무게감 있게 느껴질 수 있다.
실제로 경선 과정에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은 '건방지다' '정치가 우습냐' 등 날선 반응을 보였으며 윤 전 총장과 특별한 갈등을 겪지 않던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당원을 모욕하는 실언"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본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율이 50%까지 늘어나 윤 전 총장에게 유리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당심을 갉아먹을 수 있는 실수가 이어지다 보면 어느 순간 당심이 돌아서 당내 지지기반이 취약한 윤 전 총장으로서는 겉잡을 수 없는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