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인철 오리온 부회장이 성장하는 인도 제과시장을 놓치지 않기 위해 온라인 유통전략을 새롭게 펴고 있다.

허 부회장은 인도시장에 일찍이 진출한 롯데제과가 오리온의 대표 제품인 초코파이로 시장을 장악했지만 이를 따라잡기 위해 투자를 늘리고 온라인 유통을 강화하고 있다.
 
오리온 인도에서 소비자 직접공략 강화, 허인철 선발주자 롯데제과 추격

▲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


12일 국내 유통업계와 인도 현지언론에 따르면 오리온 인도 법인은 인도 전역의 소비자들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기 위해서 홈페이지를 통해 소비자 직거래(D2C) 방식의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인도 법인에서는 우선 세계적 제품력과 인지도로 강한 브랜드 파워를 갖춘 초코파이를 집중 생산할 계획이다”며 “소득 수준이 높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이커머스 판매를 강화해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고 중국과 베트남에서의 성공 노하우를 바탕으로 소규모 전통채널도 공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오리온은 중국에서 ‘말차 초코파이’, 베트남에서 ‘다크 초코파이’ 등을 출시한 것처럼 인도에서도 현지인 입맛에 맞는 제품을 개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오리온은 우선 인도 최대 명절인 '디왈리'를 앞두고 초코파이 판매량을 최대한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올해 11월4일부터 8일까지 열리는 디왈리는 '빛의 축제'라고도 불리는데 보통 5일 동안 진행된다. 우리나라의 ‘설날’과 비슷한 인도의 명절이다. 1년 가운데 인도인들이 가장 소비를 많이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오리온은 이 시기를 겨냥해 온라인을 통해 전국 각지로 초코파이 판매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초코파이는 인도 현지에서 제사 음식으로 사용되거나 특별한 선물로 취급되는 등 고급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인도에서는 90% 이상의 제과 제품이 길거리의 좌판이나 소형 소매점 등을 통해 유통된다. 체계화된 전국 유통망이 확충되기 어려운 조건인 탓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최근 대형마트나 슈퍼, 카페 등에서 판매되는 비중이 늘고 있으며 현대화된 매장을 통한 유통과 온라인 주문서비스를 이용하는 유통방식이 대도시를 중심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 부회장은 이런 현지상황의 변화를 포착하고 소비자 직거래(D2C) 방식의 온라인 판매를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인도에서 판매되는 초코파이 10개 가운데 9개가 롯데제과 제품일 정도로 현지에서는 롯데제과 초코파이가 ‘대표 초코파이’로 인식되고 있는 점은 해결해야 할 숙제다. 

허 부회장은 인도 제과시장의 성장성을 고려해 늦었지만 현지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허 부회장은 2019년 인도 공장 착공식에 참석해 “오랫동안 준비해 온 인도시장 진출의 첫 삽을 뜨게 됐다”며 “첫 해외진출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 그룹의 새로운 시장을 확장하는 데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인도 제과시장은 인구와 문화를 고려하면 앞으로도 성장성이 크다고 평가받는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기준 인도 인구는 13억7천만 명(국제연합 기준)에 이른다. 중국의 인구 증가율이 주춤하면서 인도가 세계 인구 1위 국가가 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인도인들이 단 맛을 선호하는 경향도 인도 제과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높게 평가되는 이유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인도의 과자시장(비스킷류 판매액)은 2013년부터 2018년까지 해마다 평균 7.4%의 성장률을 나타냈다. 앞으로도 매년 6.6%씩 성장해 2023년에는 64억7천만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관측됐다.

오리온은 2018년 12월 인도법인 ‘오리온 뉴트리셔널스’를 설립한 뒤에 올해 2월 인도 라자스탄(Rajasthan)주에 공장에서 본격적으로 제품 생산을 시작했다.

오리온이 직접 공장을 설립했지만 생산은 현지기업인 만 벤처스에 맡겼다. 다만 제품 관리와 영업, 마케팅 등 생산을 제외한 전체 경영은 오리온이 맡고 있다.

오리온 인도 법인은 올해 대규모 채용을 진행했으며 앞으로 2년 동안 현지 인력을 적극적으로 고용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도 알려졌다.

오리온 관계자는 “인도가 다양한 민족과 문화, 넒은 영토를 지닌 시장인 만큼 현지인의 선호를 정확히 파악하고 만족시키기 위해 대부분의 직원은 현지인으로 채용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정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