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은 왜 민주당 대선후보 졌나, 너무 뼈아픈 세 가지 결정적 패착

▲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선 경선후보가 10월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서울 합동연설회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주당 대통령선거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에서 졌다.

10일 치러진 서울 경선에서 이 전 대표는 결선투표를 노렸으나 실패했다. 

이 전 대표는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에 이어 민주당 대표를 지내며 한때는 부동의 대선후보 지지율 1위였다. 그런 그가 이재명 경기도지사에서 지게 된 데에는 결정적 세가지 장면이 꼽힌다.

◆ 대장동 네거티브의 판단 착오 

이 전 대표는 5일 서울지역 공약 발표 기자회견에서 이 지사의 측근으로 알려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 본부장이 구속된 일을 두고 "민주당 1위 후보의 측근이 구속됐다"며 "그런 인사와 행정을 했던 후보가 국정을 잘 운영할 수 있겠나"고 비판했다.
 
그는 다음날인 6일 이 지사를 향해 "책임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실상 대선후보직 사퇴까지 종용한 것이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 전 대표 캠프의 네거티브 공세는 처음부터 문제가 됐다. '내부 총질'이라는 당내 반발이 나왔고, 이 전 대표는 끝내 이를 이겨내지 못했다.

애초 이 전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첫 번째 국무총리로 취임한 뒤 '책임총리'로서 안정적 중도 이미지를 쌓아왔다. 특유의 신중하고 치우치지 않는 이미지가 강점이었는데 민주당 경선기간에는 점점 다른 모습을 보여왔다.

이 지사는 곧장 반격했다. 

이 지사는 5일 열린 민주당 TV토론회에서 이 전 대표를 향해 "이 후보는 민주당 소속 아닌가. 국민의힘이 부당이익을 취한 것이 핵심인데 그 얘기는 안 하고 내부에만 자꾸 문제를 제기하니 답답하다"고 맞받아쳤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까지도 합세했다.

추 전 장관은 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수사를 기다려보지도 않고 자꾸 마치 몸통이 이쪽에 있는 것처럼 억지 주장을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 전 대표가 대장동 의혹을 두고 국민의힘의 부당한 공격이라면서 이 지사와 공동전선을 먼저 형성했더라면 외려 지지율이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 지지층에선 곽상도 전 의원 아들 50억 원 퇴직금이 나오면서 이번 사안은 국민의힘게이트라는 쪽으로 확 기울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설훈 의원의 네거티브 공세는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설 의원은 이낙연 캠프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7일 대장동 의혹을 두고 "시장이 배임 혐의가 있을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는 사안"이라며 "(이재명) 후보가 구속되는 상황도 가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9월 말 경선 불복을 시시하는 듯한 발언에 이어 이 지사의 구속 가능성까지 꺼내든 것이다.

경선 과정에서 이낙연 캠프의 이 지사 공격은 불가피했다. 문제는 국민의힘 쪽 주장에 동참하는 공격이었다는 점이 고약했다.

◆ 종로구 국회의원직 사퇴, 감동 못 줘
 
이 전 대표는 9월8일 서울 종로구 국회의원직 사퇴를 전격 발표했다. 

그는 이날 광주 서구 광역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제 모든 것을 던져 정권재창출을 이룸으로써 민주당과 대한민국에 진 빚을 갚겠다”면서 “민주당의 가치,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국회의원직을 버리고 정권재창출에 나서기로 결심했다”고 의원직 사퇴를 발표했다.

광주·전남지역 경선을 앞둔 승부수였다. 그 승부수는 어느 정도 효력을 발휘해 이 전 대표는 전남·광주 지역에서 1위를 차지했다. 지역순회 경선에서 처음 오른 1위였다. 

하지만 효과는 그게 전부였다. 그는 곧바로 전주·전북지역 경선에서 또 다시 이 지사에게 크게 밀렸다. 의원직 사퇴의 효과는 한 번뿐이었던 셈이다. 

국회의원직을 던질 때 당내 주요인사들은 적극 이 전 대표를 만류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내년 3월 대선과 함께 치뤄질 보궐선거가 걱정되기 때문이다. 

서울 종로구는 청와대, 정부서울청사 등 중요 공관, 관공서 및 시설물들이 위치한 대한민국 중심부다. 소위 '대한민국 정치 1번지'라고도 불리는 지역으로 매번 여야의 싸움이 치열했다.

내년 종로구 보궐선거후보로 누가 나오느냐에 따라 대선 판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벌써 정치권에서는 2030세대의 지지를 받고 있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인지도가 높은 나경원 전 의원과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 최재형 전 감사원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까지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민주당 안에서는 종로구를 내팽개쳐 대선판에 악영향을 주게 됐다면서 '이낙연 책임론'을 거론하는 이들도 있다.

◆ 전직 대통령 사면 건의라는 최악의 수  

이 전 대표는 1월 언론 인터뷰에서 "적절한 시기에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는 문 대통령이 일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해다"며 "이 문제를 적절한 때에 풀어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표를 전직 대통령 사면을 통해 국민통합을 이루겠다는 큰 그림을 그린 것으로 보인다. 내년 대선의 최대 화두가 국민통합이 될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는 분석도 나왔다. 여야를 두루 아우르는 합리적 중도진보로 스스로를 자리매김한 것이다. 

그러나 여야 모두 반응은 냉담했고 무엇보다 민심이 이 전 대표에게 등을 돌렸다.

실제 올해 들어 여러 차례 진행된 여론조사에서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에 반대하는 여론이 과반을 계속 넘기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조차도 사면의 근거로 '국민의 뜻'을 꼽지 못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사면 발언의 파장에 4·7 재보궐선거 패배까지 겹치며 지지율이 10%대까지 급락했다. 그는 한때 40%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었다.

결국 이 전 대표는 5월16일 광주를 방문해 "촛불정신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며 공식 사과했다.

그는 "그 후로 아픈 성찰을 계속했고 많이 깨우쳤다"며 "앞으로 국민의 뜻을 살피는 데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직 대통령 사면 건의는 이 전 대표의 개혁성 부족을 증명한다는 공격까지 낳았다.  

추 전 장관은 9월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순회경선 연설에서 "누군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으로 정치적 지분을 챙기려 할 때 개혁의 동력은 맥없이 무너지기 시작했다"며 이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서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