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IT기업 등 외부 기관과 협력을 강화하고 외부 개발자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개방형 전략을 통해 기업은행의 디지털역량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윤 행장은 디지털 기술력을 키워 신사업 진출과 비대면서비스 확대에 제공하는 것은 물론 중소기업과 신생기업 지원에도 활용하겠다는 목표를 앞세워 다양한 협력사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6일 기업은행에 따르면 다양한 핀테크 및 IT기업, 연구기관 등에 협업을 추진해 기업은행의 디지털금융서비스 생태계를 확장하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기업은행의 디지털 경쟁력 확보는 다른 금융회사들과 같이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빠르게 성장하는 비대면 금융시장에 대응해 소매금융 영업력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다만 디지털 전환에 일제히 속도를 내는 대형금융지주사들과 비교하면 기업은행은 자체적으로 디지털분야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단점을 안고 있다.
신한금융지주와 같은 대형금융지주사는 매년 디지털에 3천 억~4천억 원 안팎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내놓은 상태인데 기업은행은 투자규모와 자본력 등 측면에서 열세에 있기 때문이다.
윤 행장은 이런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외부 IT기업 및 연구기관, 개발자들이 활발하게 기업은행과 디지털서비스 개발에 협력할 수 있는 거대한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특히 6월 말 출범한 오픈API 플랫폼이 외부 IT협력사 확보에 중요한 창구로 자리잡고 있다.
오픈API 플랫폼은 외부 IT기업이나 개발자가 핀테크서비스 등을 개발할 때 기업은행의 기존 금융인프라와 관련한 정보를 얻고 호환성을 미리 테스트해볼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개발자들이 핀테크서비스에서 기업은행 고객의 계좌 및 대출정보 조회, 자금이체 등 서비스를 지원할 때 들이는 시간과 비용 등을 절약할 수 있어 서비스 연계가 더 활발해지는 효과가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현재 오픈API를 통해 외부와 협력이 논의되는 사례들이 있다”며 “제휴가 간편해지고 기업은행의 금융생태계를 확장하는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이런 협력을 바탕으로 외부 핀테크 및 IT업체와 다양한 융합상품 및 서비스를 개발하며 고객의 다양한 금융서비스 수요를 충족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최근 기업은행이 KT와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에 잇따라 체결한 업무협약도 기업은행 금융상품 및 서비스에 디지털 신기술을 결합하고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목적으로 진행됐다.
윤 행장이 올해 초 기자간담회에서 다양한 핀테크 및 IT기업 등에 제휴를 통해 기업은행 디지털생태계 확장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뒤 외부 협력사 확보에 힘쓴 성과로 볼 수 있다.
기업은행은 윤 행장 직속조직인 디지털혁신위원회를 통해 외부에서 적극적으로 협력 기회를 발굴하며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메타버스 등 신기술분야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윤 행장이 올해 초 간담회에서 “기업은행에게 디지털 전환은 이미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며 위기감을 강조한 뒤 외부 디지털 전문기관과 손을 잡는 사례가 빠르게 늘어난 덕분이다.
기업은행은 핀테크 신생기업과 기업은행이 협업할 수 있는 육성프로그램 ‘IBK퍼스트랩’을 운영하며 기술협력을 통해 부동산대출 자동심사와 디지털 본인인증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성과를 냈다.
윤 행장이 KT와 카이스트 등 강력한 디지털협력사를 확보할 수 있던 배경은 디지털기술 역량을 중소기업과 신생기업 지원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을 앞세웠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KT는 기업은행과 협력을 통해 공동으로 금융 분야 신사업을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디지털기술로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신생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방법도 함께 찾기로 했다.
중소기업 지원과 같은 ESG경영 강화가 여러 기업과 기관들에 필수로 자리잡고 있는 만큼 중소기업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기업은행이 금융분야에서 중요한 협력사로 주목받고 있다.
윤 행장은 KT와 협약식에서 “디지털 신기술 기반 신사업 발굴로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으로 국가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KT와 기업은행은 앞으로 중소기업 관련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효과적 지원방안을 파악하고 모험자본 공급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기로 했다.
카이스트 역시 기업은행과 함께 인공지능 기반으로 중소기업 고객과 관련한 예측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기업은행 영업현장에서 중소기업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을 찾기로 했다.
금융권에서 갈수록 빨라지는 디지털 전환흐름에 대응하는 일은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에도 예외 없이 중요한 과제로 자리잡고 있다.
윤 행장은 이런 변화에 외부기관과 협력을 확대해 디지털역량 강화에 속도를 내고 중소기업 전문 은행으로 정체성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방식으로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오픈API 플랫폼을 통해 기업은행과 기술협력 가능성을 찾는 외부 IT기업 및 개발자들이 늘어난다면 윤 행장의 개방형 전략은 더욱 큰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오픈API를 통한 핀테크 및 IT기업과 협력이 기업은행의 금융서비스 생태계 확장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