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교체] 금융지주도 세대교체 흐름 속으로, '장수 회장'도 변화 올까

▲ (왼쪽부터)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금융권도 세대교체의 거센 흐름에 예외가 아니다. 금융권은 보수적 경영기조가 강한데 디지털금융 변화의 흐름에 적응하기 위한 변신에 안간힘을 쓰면서 젊은 조직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도 누구보다 금융의 디지털 전환에 앞장서고 있는데 2023년 연임 임기 만료와 함께 세대교체 흐름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디지털플랫폼 등 비대면채널이 중심으로 자리잡는 금융시장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주요 금융지주사들도 디지털인력 확충과 연구개발 투자 확대 등 디지털 전환에 대응하려는 시도를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디지털시대에 맞는 조직문화를 갖추기 위해 30대 이하 MZ세대 직원 목소리를 경영에 반영하거나 경영진의 평균 연령대를 낮추는 세대교체 인사를 위한 시도도 지난해부터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런 흐름과 달리 4대 금융지주사를 이끄는 회장들은 장수하고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은 올해까지 10년차, 윤종규 KB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은 8년차 임기를 보내고 있으며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은 5년차,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은 나란히 3년차를 맞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뒤 삼성과 현대차, LG와 롯데 등 SK를 제외한 국내 5대 그룹 총수 가운데 4명이 바뀌었는데 4대 금융지주사 회장들은 모두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BNK금융지주 등 일부 금융지주사가 회장 연임 횟수나 연령을 제한하는 내부규정을 두고 있지만 대부분 금융지주사들은 특별히 의미있는 수준의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이런 금융지주 회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복합적이다.

국회를 중심으로 금융지주사 회장 장기집권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월까지 금융지주사 회장 연임을 1회로 제한하고 임기는 6년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예고했다. 

금융지주사 회장들의 연임을 결정하는 것은 표면적으로 각 이사회 판단이지만 현실적으로 회장이 이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아예 제한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사회에서 엄격한 평가기준에 따라 회장 연임 여부를 결정한다고 하지만 평가기준이나 절차, 구체적 결과 등은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시선도 배경에 깔려있다.

물론 금융지주사 회장들이 좋은 실적과 성과를 내고 투명한 과정을 거쳐 연임했다면 장기집권을 해도 문제가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4대 금융지주사 회장들은 실제로 재임기간에 꾸준한 실적 증가와 주가 부양 등 대부분 좋은 성과를 냈고 안정적 리더십으로 금융당국의 압박 등 외풍을 방어해 왔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한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에서 조용병 회장 및 손태승 회장이 2023년 마무리되는 임기를 마치고 재연임에 나설지 벌써부터 주목된다.

김정태 회장과 윤종규 회장은 하나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에서 각각 3연임과 재연임에 성공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 조 회장과 손 회장도 법적 문제만 해결된다면 충분히 재연임을 할 수 있다.  조 회장은 은행장 시절 채용비리와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고 손 회장은 금감원 중징계에 대응해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조 회장이나 손 회장은 세대교체는 단순히 물리적 나이가 아니다는 점을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누구보다도 MZ세대에 민감하고 디지털 전환에 앞장서고 있다. 

조 회장은 신한금융그룹이 금융권 세대교체 흐름에 뒤처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외부에서 젊은 디지털 인재를 수혈하고 디지털 분야 경영목표를 확립해 투자를 늘리는 등 노력하고 있다.

손태승 회장도 최근 MZ세대 중심의 기업문화 혁신을 하반기부터 추진할 목표로 내걸고 기업문화혁신 태스크포스팀도 출범하는 등 젊은 조직을 만들기 위한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일각에서 보수적인 금융권도 젊은 조직문화로 변화가 도도한 흐름으로 형성되고 있는 만큼 장수 CEO들이 임기를 마친 뒤 스스로 세대교체를 위해 용퇴하는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한 금융회사 관계자는 “장기집권하는 회장들은 그만큼 능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다른 금융회사에도 이런 사례가 늘면 조직이 젊어지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복합적 시선 앞에서 금융지주사 이사회에서 회장을 선임할 때 평가기준과 절차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현재 금융지주사 이사회 구성원 선임기준을 엄격하게 하는 등 회장 선임 과정에 투명성을 높이는 법안을 발의하고 국회 정무위원회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기자]

[편집자주]

시대의 변화에 속도가 붙었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의 일을 빠르게 대체하고 메타버스라는 사이버세계가 광속으로 확장되고 있다. 기후변화와 코로나19 팬데믹은 생활양식의 변화를 물론 사고방식의 대전환을 요구한다.

상생, 동반성장, 사회적 가치 같은 개념은 이미 기업 경영의 기본이념이 된 지 오래고 ESG, 탄소중립, MZ세대 등 새로 등장한 개념들조차 벌써 낯설지 않은 기업 경영의 화두가 됐다.

재계는 어느 때보다 긴장한다. 새 세대와 새 시대를 읽지 못하면 금세 뒤쳐질 수 있다. 기업들이 리더십을 다시 꾸리고 미래 세대를 탐구하는 데 힘을 쏟는 이유다.

정치권에는 30대 제1야당 당수의 출현으로 이미 세대교체 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가 함께 치러지는 2022년은 한국 정치사에 큰 획을 긋는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새 세대와 새 시대를 준비하는 기업과 정치권의 움직임을 짚어본다.   

1부. 재계는 리더십 세대교체 중
1 롯데
2 금호석유화학
3 DB그룹
4. 신한금융 우리금융 

2부. 기업의 미래 세대 읽기
3부. 새로운 세대가 바꾸는 기업문화
4부. 2022선거 2030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