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정치권과 여론 조사기관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유 전 의원과 원 지사는 보수야권 대선주자로서 의미 있는 지지도를 확보하는 데 더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7월 1주차 다음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를 보면 유 전 의원은 2.3%의 응답을 받았다.
윤 전 총장(31.4%)과 이재명 경기도지사(30.3%)과 비교하면 상당히 뒤처져 있다. 이 조사는 TBS 의뢰로 2~3일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1002명의 응답을 받아 이뤄졌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12.2%)와도 격차가 다소 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3.9%),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3.9%), 최재형 전 감사원장(3.2%),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3.1%), 정세균 전 국무총리(2.6%), 박용진 민주당 의원(0.5%) 등과는 오차범위 안에서 순위를 다투고 있다.
이 조사와 관련한 설문지에 원 지사의 이름이 없었기에 원 지사의 지지도는 따로 집계되지 않았다.
다만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의 보수야권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원 지사는 2.7%로 여러 야권 후보 가운데 하위권에 머물렀다. 이 조사는 오마이뉴스 의뢰로 6~7일 이틀 동안 만18세 이상 1006명의 응답을 받아 이뤄졌다.
이 조사에서 윤석열 전 총장은 33.2%, 홍준표 의원은 12.9%, 유승민 전 의원은 9.7%, 안철수 대표는 6.6%,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4.0%, 하태경 의원은 3.9%,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는 3.4%,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2.6%로 조사됐다.
야권 후보만 따로 조사했을 때 유 전 의원은 윤 전 총장 다음의 2위권에는 올라 있지만 원 지사는 여기에서마저도 저조한 모습이다. 앞서 인용한 여론조사들의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밖에 다른 여론조사들을 살펴보더라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윤 전 총장을 비롯한 당 밖 대선주자들에게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당내 터줏대감인 유 전 의원과 원 지사는 관심권에서 벗어나 있다고 할 수 있다.
국민의힘도 당 차원 대선 준비에서 당 밖 대선주자를 영입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당도 현재로서는 지지율 측면에서 본선 경쟁력이 낮은 당내 주자를 키우는 일보다 국민적 지지도를 유지하고 있는 당 밖 주자에게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다만 윤 전 총장과 관련한 각종 불안요인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는 점은 유 전 의원과 원 지사에게도 '결정적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윤 전 총장의 도덕성에 흠집이 날 수 있는 사안들이 하나둘씩 언론에 공개되고 있다.
윤 전 총장 장모의 법정구속이 첫 테이프를 끊었다.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3부(정성균 부장판사)는 2일 윤 전 총장 장모 최아무개씨에게 의료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혐의를 적용해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윤 전 총장은 선고 직후 “법 적용에는 누구나 예외가 없다는 게 내 소신”이라는 메시지를 내놓으며 장모와 선긋기에 나섰다. 하지만 여권에서는 그동안 장모가 법망을 피해 처벌 받지 않은 데는 검사였던 윤 전 총장이 뒷배경이 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았다.
부인 김건희씨와 관련해서도 수입차 판매기업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을 비롯해 여러 건의 의혹이 나온다.
최근에는 김씨의 박사학위 논문을 두고 ‘수준 미달의 엉터리’란 지적이 제기됐다. 김씨의 논문들을 보면 제목과 부제, 본문에서 비문과 맥락에 맞지 않는 설명이 다수 나오는 데다 한 논문에는 3개의 기사를 출처 없이 발췌했다는 것이다. 논문들에 참고문헌 정리도 제대로 돼 있지 않다는 점도 지적됐다.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은 8일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논문을 심사한 국민대학교와 해당 학술지, 한국연구재단을 관리하는 교육부가 해당 논문들이 게재된 사실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심각한 문제가 공신력 있는 기관의 조사에서도 사실로 드러나면 논문 및 학위 취소 등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 여부도 불투명하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윤 전 총장이 8월 경선열차에 탈 것이란 희망을 누차 얘기하고 있지만 다른 전망도 나온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8일 공개된 신동아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 뒤 경선 참여 여부를 놓고 “민주당 대선 경선을 보면 서로 극렬하게 상대방 약점을 잡고 가는데 그런 과정을 안 거쳐도 지지율을 유지하고 확장할 수 있다면 입당 없이 지금 상태로 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지율만 유지된다면 거친 당내 경선을 피하려 할 것이라는 말이다.
윤 전 총장이 당내 경선을 치르지 않고 11월 경 국민의힘 후보와 야권 단일화에 나설 수 있다고 바라본 셈이다.
윤 전 총장과 관련한 불안요인이 늘고 그의 입당이 당장 이뤄지지 않는다면 유 전 의원이나 원 지사에게도 기회가 돌아갈 수 있다. 윤 전 총장이 입당하지 않는다면 우선 당내 경선에서 승리하고 여세를 몰아 11월경 진행될 후보단일화에서 승리할 수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바로 이런 과정을 거쳐 지난 4월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했다.
두 사람은 현재 보수야권 대선주자들 가운데 당내 지지기반이 가장 두텁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치경험이 풍부하고 인지도도 높은 편이다.
당내에서 윤 전 총장의 대안주자로서 입지를 닦을 여지는 있다는 얘기다.
원 지사는 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정책포럼 ‘희망오름’ 창립식에서 “‘흠 많은 사람’ 대 ‘흠 많은 사람’으로 정권교체 초점을 흐리는 것을 집권여당이 노린다”며 “나에게는 혹시 몰랐던 무언가 튀어나오지 않을까 걱정할 게 전혀 없다. 결벽주의자라는 오해를 받을 정도로 관리했다”고 말했다.
여·야 유력 대선주자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윤 전 총장의 도덕적 흠결을 꼬집은 말이다. 도덕성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음을 강조한 것이기도 하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유 전 의원과 원 지사가 야권 대선주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고비가 아직 많다고 본다. 이들이 윤 전 총장의 대세론과 당내 후발주자 사이 샌드위치처럼 껴있는 형편이란 시선도 나온다.
유 전 의원과 원 지사는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을 따라가기에 아직 벅찬 데 당내 후발주자들의 추격은 가파르다. 하태경·윤희숙 의원 등이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었는데 정치권의 세대교체 바람을 타면 이들이 뜻밖의 선전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