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이 고객 대면영업에 의존을 낮추고 무인점포와 모바일앱 등을 활용한 비대면영업을 강화하는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디지털 영업채널이 신한은행 소매금융영업의 중심으로 완전히 자리잡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과감히 영업점 감축과 인력 구조조정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은행 대면영업 의존 낮춘다, 진옥동 디지털 영업채널 중심 대전환

진옥동 신한은행장.


23일 신한은행에 따르면 은행의 정체성을 ‘대면영업채널을 갖춘 디지털 전문은행’으로 바꿔내기 위한 변화가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모바일앱 등 디지털채널 기반의 비대면영업으로 영업점을 통해 이뤄지는 대면영업을 상당 부분 대체한다는 것이다.

진옥동 행장이 하반기에 디지털영업부 조직 규모를 키워 전국 단위로 고객 대응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내놓은 점이 대표적 노력으로 꼽힌다.

디지털영업부는 전담 직원들이 고객에 비대면으로 금융상품 거래와 상담 등을 제공해 모바일앱과 같은 디지털채널에서도 영업점 수준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조직이다.

영업점과 같은 대면채널을 줄이는 대신 디지털영업 전담조직을 통해 고객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영업력을 유지하겠다는 진 행장의 의지를 담고 있다.

신한은행은 최근 모바일앱으로 고액자산가를 위한 프라이빗뱅킹(PB)서비스도 제공하기 시작하며 다양한 고객층이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아도 대부분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런 변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점포 통폐합 등 방식으로 올해 영업점 수를 크게 줄이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신한은행은 지난해 다른 시중은행과 비교해 영업점을 많이 줄이지 않았다”며 “올해 영업점 감축 계획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금융당국과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신한은행 영업점 수는 3월 말 기준 706곳으로 1년 전과 비교해 29곳 줄었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은 74곳, 하나은행은 40곳, 우리은행은 37곳의 영업점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금융 취약계층 지원 등을 이유로 은행 영업점 감소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신한은행은 충분히 다른 은행과 균형을 맞추는 수준에서 영업점 감축을 추진할 여지가 남아있다.

진 행장이 신한은행의 비대면 영업채널 관련된 기술 발전을 주도해 온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점도 영업점 감소에 따른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배경으로 꼽힌다.

신한은행은 디지털영업부를 통해 비대면고객 지원을 강화했을 뿐만 아니라 화상상담 전문 인력도 확보해 화상으로 은행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디지털 키오스크 형태 영업점도 설치했다.

고객이 비대면 상담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디지털 키오스크는 이미 10곳 이상의 지점에 설치됐고 직원이 없이 화상상담으로만 업무가 이뤄지는 전용 점포도 운영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직원과 연결 없이 간단한 은행업무를 언제든 신속히 처리할 수 있는 가상의 인공지능 상담사를 구현하는 기술도 연내 출시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은행 영업점 감소와 디지털채널 강화는 자연히 직원 인력구조 변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신한은행은 올해만 두 차례의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는데 40대 후반 직원도 대상에 포함됐다.

1차 희망퇴직자 수가 220명으로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다른 시중은행보다 훨씬 적은 수준인 만큼 앞으로 희망퇴직 대상 확대 등 인력 구조조정이 더 활발히 이뤄질 수도 있다.

신한은행이 상반기에 신입 은행원 공채는 실시하지 않은 반면 디지털 인재 확보를 위한 수시채용은 진행했다는 점도 디지털 관련부서를 중심으로 인력 이동이 이뤄지고 있는 흐름을 보여준다.

진 행장은 영업점과 직원 구조조정을 통해 대면영업에서 디지털채널 기반 비대면영업으로 이동을 가속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비용 효율성과 조직 유연성 등 측면에서 인터넷전문은행 및 핀테크 기반 IT기업과 경쟁하려면 영업방식과 인력구조도 이에 맞춰 바꿔내야 한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신한은행의 영업점 폐쇄와 대면 상담직원 감소 등이 디지털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취약계층 등의 불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이런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신한은행이 영업점을 감축하는 과정에서 공동으로 대안을 마련하는 등 소통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은행이 결국 화상상담 키오스크와 같은 비대면 영업채널 기술력을 통해 금융취약계층 불편을 줄이고 소비자들에 편의성을 인정받는 일이 진 행장의 사업체질 개선 과정에서 이뤄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진 행장은 최근 신한은행 경영전략회의에서 “디지털을 중심으로 미래 금융업의 기준을 새롭게 제시하고 전통적 금융회사에서 디지털회사로 빠르게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