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일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이 그동안 추진해왔던 생산체제 최적화의 결실을 올해 거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 정부가 올해 하반기에도 철강 생산 감축기조를 어이갈지 여부는 현대제철 올해 실적의 주요 변수다.
 
현대제철 생산체제 최적화 수확 중, 안동일에게 변수는 중국 철강정책

안동일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


16일 현대제철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현대제철은 기존에 예정됐던 공장 보수일정을 미루거나 연기하면서 생산량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에서 철근부족 사태로 공사현장이 멈추는 일까지 생기면서 내수 공급을 더욱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현대제철은 기존에 7월부터 9월까지 예정됐던 인천 소형공장과 철근공장 보수일정을 4분기 이후로 연기하고 보수기간도 단축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9월에서 10월에 예정된 당진제철소 압연공장 보수기간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포항에 있는 압연공장 보수공사는 기존 6월에서 7월로 연기하기로 했다.

현대제철로서는 공장가동률을 100%로 끌어올리고 보수일정을 단축 및 연기하면서 생산량 극대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앞서 안 사장도 9일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철의 날’ 행사 이후 기자들과 만나 “철근 생산량을 늘리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안 사장으로서는 올해 말까지 국내 철강업계에서 ‘훈풍’이 이어진다면 취임 이후 다져온 생산체체 최적화의 결실을 맺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생산과 관련한 악재도 어느 정도 털어낸 만큼 수익성 강화에 집중할 수 있다.

현대제철은 4월 중순 당진제철소 3고로 정기보수를 진행한 뒤 재가동하는 과정에서 예상보다 생산 정상화에 차질을 빚었지만 5월 말부터는 안정적 생산체계에 돌입했다.

5월8일 당진제철소에서 노동자 1명이 작업도중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해 고용노동부로부터 1열연공장과 철근공장 등과 관련해 작업중지 명령을 받았다.

현대제철은 1개월가량 다시 일부 공장에서 생산이 멈췄지만 철근공장은 5월27일 1열연공장은 6월10일에 작업중지 명령이 해제되면서 철강재 생산이 본궤도에 올랐다.

안 사장으로서는 올해 실적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안 사장은 2019년 3월 현대제철 대표에 취임한 이후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해 ‘적기생산체제’ 기반을 닦아왔다. 2020년은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을 크게 받았던 만큼 올해 실적이 사실상 안 사장의 첫 경영 성적표가 된다.

안 사장은 현대제철의 경쟁사인 포스코에서 양대제철소장을 지낸 인물로 현대제철 대표로 영입될 당시에 파격인사로 평가될 정도로 큰 기대를 받았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아닌 외부인사가 현대제철 대표에 오른 것은 안 사장이 처음이지만 취임 뒤 현대제철 실적 개선 성과는 이루지 못했다.

현대제철은 2018년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1조261억 원을 낸 뒤 2019년 3313억 원, 2020년 730억 원으로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물론 2020년 코로나19에다 수익성이 약화된 사업을 철수하면서 영업이익이 대폭 후퇴했지만 아직까지 안 사장으로서는 현대제철 대표이사로 영입된 이유를 실적으로는 보여주지는 못한 셈이다.

안 사장은 지난해 코로나19로 현대제철이 어려울 때 오히려 수익성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면서 올해 실적 반등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안 사장은 2020년 설비 효율화를 통한 최적 생산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뒤 수익성을 중심으로 컬러강판사업과 당진제철소 전기로 열연설비 가동중단, 단조사업 물적분할 등을 추진하며 사업개편에 박차를 가했다.

올해는 현대제철에서 ‘스마트엔터프라이즈’를 내걸고 스마트팩토리 구축과 함께 스마트매니지먼트의 일환으로 사업부제 방식으로 조직을 재편했다.

사업부를 중심으로 책임과 권한을 강화하면서 사업부 사이에도 유기적 융합을 통해 생산체제 최적화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제철 실적 확대를 향한 시장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현대제철이 2021년에 연결기준으로 매출 22조5천억 원, 영업이익 1조4천억 원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2020년보다 매출은 25%, 영업이익은 20배 가까이 늘어나는 것이다.

다만 현대제철이 올해 이런 장밋빛 실적을 이루는 데는 중국 정부의 철강공급 축소기조가 이어질 지 여부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중국 공업및신식화부(MIIT)는 2020년 12월28일 콘퍼런스에서 처음으로 탄소배출을 낮추기 위해 2021년 중국 조강 생산량은 2020년보다 감소해야 한다고 언급한 뒤 올해 1월에도 다시 2021년 조강 생산량을 2020년 보다 줄일 것이라는 방침을 내놨다.

이에 따라 중국 조강 생산량 감소와 관련해 철강업계 기대가 높아졌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 고공행진에 중국 정부의 대응이 철강산업업황에 변화를 낳을 가능성도 나온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 5월12일 국무원 상무회의를 시작으로 수차례 원자재 가격 급등과 관련해 우려를 나타내자 중국에서는 철광석 가격이 5월26일 기준 1톤에 178달러까지 내려갔다.

5월 초만 해도 중국에서 호주산 철광석 수입가격이 1톤에 234달러에 이르렀는데 리커창 총리 발언 이후 2주 만에 철광석 가격이 24%나 떨어졌다. 중국 정부가 원재료시장 안정화 정책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어 철강재 가격도 함께 하락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4월까지 중국 조강 생산량은 정작 2020년 같은 기간보다 16% 증가한 것으로 추산됐다. 코로나19에서 점차 벗어나면서 내수 경기가 회복되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에서 이런 현상이 하반기에도 이어진다면 공급이 늘어 최근 나타난 철강재 가격 고공행진이 한풀 꺾일 공산이 커지는 셈이다.

세계철강협회가 올해 6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세계 조강 생산량은 18억7800만 톤으로 2019년보다 0.5% 늘었다. 

지난해 중국의 조강 점유율은 57%로 2019년보다 4%포인트 상승해 세계 철강공급에서 영향력이 더욱 커졌다.

이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3월부터 지역 내 철강업체들의 가동률을 제재하는 정책을 펴고 있는 중국 탕산시가 5월 말에 지역 철강회사들과 관련한 가동률 제재를 완화할 있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아직까지 진위 여부는 파악하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그는 “현재 시점에서는 중국의 전체적 정책 방향성이 바뀌었다고 판단하기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