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이 XM3 생산 안정화를 이어가기 위해 중단됐던 2020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을 서둘러 재개할까?

르노삼성차 노동조합이 법적 문제로 일단 생산현장에 복귀했지만 2020년 임단협을 매듭짓지 못해 노사갈등이 다시 커질 여지는 충분하다. 더구나 XM3 유럽수출에 탄력이 붙은 만큼 시뇨라 사장으로서는 임단협에서 엉킨 실타래를 풀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르노삼성차 수출 탄력받아, 생산안정 위해 노조와 협상 서두를까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자동차 대표이사 사장.


9일 르노삼성차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대표노조인 르노삼성차 노조가 파업을 철회하고 생산현장에 복귀했지만 봉합된 노사갈등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르노삼성차 노조가 법적 절차 문제로 파업을 철회한 만큼 대표노조 지위를 회복한 뒤 다시 파업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회사가 기본급 동결을 뼈대로 하는 임단협 제시안을 내놓은 뒤 노조는 인상안을 담은 새 제시안을 거듭 요구했다.

그러나 회사가 새로운 제시안을 내놓지 않자 노조는 파업을 진행했고 회사는 부분 직장폐쇄로 맞서며 갈등이 커졌다. 

대표노조 르노삼성차 노조가 1년 동안 단체협약을 타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소수노조인 새미래노조와 영업서비스노조가 회사에 재교섭을 요구했다. 이에 르노삼성차 노조의 쟁의권과 교섭권이 정지되면서 생산현장으로 복귀한 것이다.

현재 르노삼성차 노조가 회사에 교섭창구단일화를 요구해 관련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사실상 르노삼성차 노조가 다시 회사와 교섭을 할 수 있는 대표노조 지위를 확보하는 것은 시간 문제인 만큼 시뇨라 사장으로서는 노사관계를 안정시켜 유럽 수출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과제는 여전히 불투명한 셈이다.

현행법상 복수노조 사이에서 자율적으로 14일 동안 논의한 이후에 단일화를 하지 못하면 과반수 이상의 조합원을 확보하고 있는 조합이 대표노조로 선정돼 르노삼성차 노조가 대표노조 지위를 잃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설립날짜를 기준으로 1노조인 전국금속노동조합 르노삼성자동차지회와 2노조이자 기존 대표노조였던 르노삼성차 노조, 3노조인 새미래, 4노조인 영업·서비스 등 4개 복수노조로 이뤄져있다.

르노삼성차 노조에 따르면 2021년 2월1일을 기준으로 2165명의 직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해 있는데 르노삼성차 노조에 1969명, 새미래에 113명, 전국금속노조 르노삼성차지회에 42명, 영업·서비스에 41명이 소속돼 있다.

시뇨라 사장이 올해 비상경영을 추진하면서 2월26일까지 모든 정규직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 르노삼성차 노조 조합원 수도 일부 감소했을 수 있지만 대표노조 자리를 위협받는 수준까지는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르노삼성차 노조에 따르면 희망퇴직을 신청한 인원은 400~500명으로 추정돼 르노삼성차가 4개 노조 가운데 여전히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이르면 7월 다시 대표노조 지위를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XM3가 유럽에서 인기를 끌면서 수출 물량을 늘려가고 있는 시점에서 자칫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런 점 때문이다.

도미닉 시뇨라 사장으로서는 안정적 생산을 위해 노조와 중단됐던 임단협 협상을 빠르게 재개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르노삼성차 노조와 2020년 임단협을 매듭짓지 못하면 2021년 임단협까지 겹쳐 생산안정화 문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르노삼성차는 5월에 해외에서 XM3를 4247대 판매하면서 전체 해외 판매량을 5713대까지 끌어올렸다. 2020년 5월보다 해외 판매는 320.69% 급증했다.

르노삼성차가 닛산로그 생산 계약을 진행하고 있을 때인 2019년 5월에 해외에 자동차를 8098대 판매했던 것과 비교하면 아직은 절반 수준에 그친다.

하지만 1월 이후 해외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는데다 하이브리드 판매도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6월 이후부터 XM3의 해외판매가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도 흘러나온다.

시뇨라 사장으로서는 안정적으로 유럽에 XM3 물량을 공급해 초반에 유럽시장에 안착하는 것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특히 XM3 하이브리드모델은 국내에서 출시되지 않은 만큼 아예 재고물량이 없는 데다 유럽에서 친환경차의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안정적 생산이 중요하다.

르노삼성차는 XM3의 유럽 판매물량을 본사인 르노그룹으로부터 배정받아 올해 1월부터 XM3 수출물량을 선적했다.

1월에는 1622대였지만 4월에는 2961대, 5월에는 4247대까지 증세를 이어가고 있다.

르노삼성차 노조 관계자는 “우선 부산지방법원에 쟁의권 소멸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현재 생산현장에 복귀한 것은 임시적 방편으로 만약 법원에서 쟁의권이 소멸되지 않았다고 판단하면 그에 따른 추가적 행동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