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이 아마존과 커머스에 이어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에서도 동맹을 성사할 수 있을까?
아마존은 최근 10조 원가량을 들여 미국 전통 영화 제작사 MGM 인수를 추진하는 등 온라인 동영상서비스사업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SK텔레콤이 아마존과 동영상 플랫폼부분에서도 손을 잡으면 커머스와 미디어콘텐츠 사업은 물론이고 이동통신부분의 새 사업전략인 구독형서비스에도 힘이 실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일 통신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미디어, 커머스, 이동통신 등 각 사업분야에서 점점 서비스의 합종연횡, 융합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
단편적으로 통신, 인터넷, 유료방송, 동영상 플랫폼 등 미디어서비스 결합상품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추세만 봐도 그렇다.
SK텔레콤이 아마존과 동영상 플랫폼서비스 제휴를 성사한다면 이런 시장의 변화 흐름 속에서 더욱 값진 무기가 될 수 있다.
우선 미디어콘텐츠시장에서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에 대적할 수 있는 아군이 생긴다.
한국 미디어콘텐츠시장은 이미 국내 사업자가 혼자 경쟁하기 어려운 글로벌 격전지가 됐다.
SK텔레콤의 동영상 플랫폼서비스 웨이브가 한국 토종사업자의 서비스들 가운데 선전하고 있다고 해도 세계적으로 사업을 펼치며 거대한 자금력과 지적재산(IP)를 보유한 글로벌 사업자들과 비교하면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게다가 SK텔레콤은 KT, LG유플러스와 달리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와 모두 손을 잡는 데 실패하고 경쟁자로 날을 세우고 있다.
아마존은 이커머스 배송서비스 멤버십인 아마존프라임 회원들에게 온라인 동영상서비스를 함께 제공하고 있는데 아마존프라임 비디오 서비스 자체로도 세계적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아마존은 2010년 드라마 제작사인 아마존스튜디오를 세워 미디어콘텐츠사업에 진출했고 1년 뒤에는 온라인 동영상서비스인 아마존프라임 비디오를 출시했다.
시장조사기관 암페어애널리시스에 따르면 아마존은 2020년 4분기 기준 미국 동영상 플랫폼시장 점유율이 20%로 집계돼 넷플릭스(22%)에 이어 2위에 올랐다. 디즈니플러스는 후발주자로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며 5위권에 들고 있다.
이에 더해 아마존은 최근 넷플릭스나 콘텐츠업계 정통강자 디즈니플러스와 비교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영화, TV 콘텐츠를 확보하고 자체제작 콘텐츠를 늘리는 데 투자를 퍼붓고 있다.
아마존이 현재 인수작업을 추진하고 있는 MGM은 황금색 사자 로고로 유명한 영화 제작사로 첩보영화 007 시리즈, 록키, 양들의 침묵, 터미네이터 등 4천여 편에 이르는 방대한 영화 지적재산(IP)을 보유하고 있고 케이블채널을 운영하며 TV쇼도 제작한다.
SK텔레콤이 아마존과 동맹 영역을 콘텐츠로 넓히면 기존 커머스사업에서도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애초 아마존의 성공전략도 아마존프라임 비디오를 통한 커머스와 미디어 결합서비스에 있었다. 아마존은 커머스 플랫폼 회원제 고객들에게 동영상 플랫폼서비스를 추가로 제공하면서 새로운 이용자를 유입하고 기존 이용자들의 이탈을 막는 데 효과를 봤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는 2016년 한 콘퍼런스에서 “아마존프라임에서 비디오콘텐츠를 구독할 수 있으면 사람들이 아마존프라임 구독기간이 끝났을 때 갱신하는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 사장이 올해 3월 SK텔레콤 주주총회에서 커머스 자회사 11번가는 합종연횡이 우선과제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강조한 풀이된다.
박 사장은 당시 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을 들며 “SK텔레콤은 쿠팡과 커머스뿐 아니라 미디어 등에서도 경쟁관계에 있고 이에 따라 융합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이 이동통신부문에서 구독형서비스를 크게 내걸고 있다는 점에서도 아마존과 동영상 플랫폼사업에서 제휴한다면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SK텔레콤은 올해 하반기 미디어, 게임, 배송, 교육 등 생활과 밀접한 영역의 서비스들을 아우르는 통합형 구독서비스를 내놓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SK텔레콤이 2020년 11월 아마존과 커머스사업 협력을 발표했을 때 업계에서는 이미 SK텔레콤의 통신상품과 11번가, 아마존프라임 비디오서비스를 연계한 구독형서비스를 출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SK텔레콤은 앞서 2019년 12월 한 달 9900원에 11번가의 온라인 쇼핑서비스, 웨이브 등의 동영상 플랫폼서비스, SK텔레콤의 모바일서비스를 결합한 구독형서비스 ‘올프라임’을 내놓은 적이 있다.
하지만 올프라임서비스는 가입자 확보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했는데 아마존프라임 비디오서비스가 힘을 실어주면 시너지가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 사장도 직접 아마존과 동영상 플랫폼 사업제휴 가능성을 내비치며 의지를 보였다.
박 사장은 올해 4월 한 행사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SK텔레콤이 기업분할을 추진해 설립할 투자전문회사에 전략적 주주를 유치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아마존을 언급하기도 했다.
SK텔레콤은 신설 투자전문회사 아래 웨이브 등 동영상 플랫폼사업을 포함한 비통신사업을 둘 계획을 세워뒀다.
SK텔레콤은 아마존과 11번가 지분참여 약정을 맺었다고 발표할 당시에도 “커머스영역을 포함해 다양한 정보통신기술영역에서 시너지를 창출하겠다”고 말해 협업의 범위를 커머스에 한정하지 않았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