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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이 2014년 3월14일 주총을 진행하고 있다. |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호텔신라의 호텔사업과 면세점사업을 분할할까?
국내 면세점사업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이 사장이 글로벌 면세점을 목표로 면세점사업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호텔신라 분할을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호텔사업의 경우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호텔사업의 적자를 면세점사업이 메우는데 대한 내부불만이 높고 핵심인력의 유출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회사분할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호텔신라가 호텔사업과 면세점사업을 인적분할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호텔신라는 면세점과 호텔의 분리를 통해 면세점사업의 전문성을 확보해 글로벌 면세점업체로 도약이 필요하다고 보고 법인분할에 대한 검토를 끝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호텔사업과 면세점사업을 별도법인으로 나눌 경우 인적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본다.
인적분할을 하면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분할법인의 주식을 나눠 보유하게 되는데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없어 자금부담을 덜 수 있고 이해관계가 부딪치는 주주들을 설득하기도 수월하다.
호텔신라의 경우 면세사업부가 전체매출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영업이익은 전적으로 면세사업부에 의존하고 있다. 호텔사업부는 2013년부터 영업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면세사업부 내부에서 이런 상황에 대한 불만이 높은 데다 최근 신세계그룹과 두산그룹 등이 면세점사업에 진출하면서 핵심인력 영입에 나서면서 내부동요까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호텔신라는 호텔사업에서 낸 적자를 면세점사업이 메워주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몇 년째 성과급을 받지 못하자 내부불만이 상당하다”며 “면세사업을 완전히 별도법인으로 운영해 면세사업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부진 사장은 그동안 호텔신라의 면세점사업에서 경쟁우위를 보여줘야 한다는 주문을 받아왔는데 법인 분할 검토는 이런 지적을 사실상 수용하는 것이다.
양지혜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면세사업권을 겨냥한 신규진입자들의 도전과 기존사업자들의 방어전이 치열해지면서 경쟁강도는 더욱 세질 것”이라며 “호텔신라도 기존 지배적사업자들이 신규 면세사업자 대비 경쟁우위를 입증해야 우려감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면세점시장의 전망은 여전히 밝다.
국내 면세점시장은 2013년 6조8천억 원, 2014년 8조3077억 원, 2015년 9조1984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2020년 16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부진 사장은 그동안 호텔신라의 면세점사업을 세계적 차원으로 키우는 데 주력해 왔는데 법인분할이 이뤄질 경우 글로벌 진출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호텔신라는 지난해 말 한인규 호텔신라 부사장을 호텔신라 면세유통사업부문 사장으로 승진해 면세점사업에 힘을 실어줬다.
한 사장은 면세유통사업과 관련해 삼성그룹에서 최고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지난해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에 시내면세점을 따내는 공을 세우기도 했다.
호텔신라는 이에 앞서 지난해 3월 로베르토 그라치아니 전 뉘앙스(Nuance) CEO를 상임고문으로 영입하며 글로벌 면세시장 확대를 위한 전력을 강화했다. 그는 스위스 면세업체인 뉘앙스의 대표이사를 11년이나 역임한 전문가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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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
호텔신라는 지난해 미국 플로리다에 본사를 두고 있는 세계 1위 기내면세점 사업자 디패스의 지분 44%를 1억500만 달러에 인수했다.
호텔신라는 2008년 인천공항 면세점 개장을 시작으로 2010년 대구공항 면세점, 2011년 김포공항 면세점을 열었다.
호텔신라는 2014년 싱가포르 창이공항의 화장품과 향수매장 운영을 시작하는 등 지속적으로 면세점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호텔신라는 3월 HDC신라면세점 그랜드오픈도 앞두고 있다.
호텔신라가 호텔사업과 면세점사업으로 분할될 경우 면세점사업의 가치도 높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호텔신라 주가는 지난해 8월만 해도 13만8천 원이었으나 11일 기준으로 6만9500원까지 떨어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면세점사업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점이 악재로 작용했지만 호텔사업의 실적도 주가의 발목을 잡았다”며 “별도법인으로 면세점을 운영할 경우 사업 집중도와 전문성이 높아지고 수익성도 증가해 주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호텔신라가 면세점사업과 호텔사업을 분할하면 호텔사업의 경우 비즈니스호텔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해 갈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호텔신라 관계자는 “호텔사업과 면세점사업은 원래부터 별도사업부로 나뉘어 운영하고 있다”며 “별도법인으로 분할하는 것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호텔신라의 분할 추진을 부인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