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주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대표이사가 신약 후보물질을 임상단계에 진입시켜 기술수출하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임상단계에 들어간 신약 후보물질의 기술수출 계약규모가 전임상단계에서보다 훨씬 커지기 때문이다.
 
김용주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대표이사.

▲ 김용주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대표이사.


6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김 대표는 그동안 전임상 단계에서 여러 차례 신약 후보물질을 기술수출하며 개발역량을 축적해 왔는데 앞으로는 임상단계 진입 이후 기술수출로 더 큰 수익을 낼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가 올해 2월 공개한 기업설명(IR)자료를 보면 김 대표는 올해부터 신약 후보물질을 임상단계에 진입시킨다는 목표를 세워뒀다.

지난해에만 신약 후보물질 3개와 항체약물결합체(ADC) 플랫폼 기술인 콘쥬올을 기술수출해 신약 개발역량이 무르익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항체약물결합체는 항체와 약물을 링커로 결합한 형태의 신약 개발기술이다.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항체가 약물을 항원에 정확히 전달해 치료효과를 높이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김 대표는 그동안 개방형 혁신(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에이비엘바이오, 하버바이오메드 등 국내외 바이오기업으로부터 항체를 도입해 이를 항체약물결합체기술에 탑재한 뒤 전임상단계에서 기술수출하는 전략을 추진해왔다.

올해부터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신약 후보물질을 직접 임상단계에 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최근 거액을 투입해 도입한 항체를 활용해 임상단계 진입을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매출(493억 원)을 넘는 약 4775만 달러(530억 원)를 투입해 3일 이탈리아 바이오기업인 메디테라니아 테라노스틱로부터 다양한 고형암 치료제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항체 Trop2를 도입했다. Trop2를 콘쥬올과 결합하면 글로벌 제약사와 더 큰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항체 Trop2는 다양한 고형암 치료제 개발에 활용될 수 있어 최근 글로벌 제약사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유방암 표적치료제인 허셉틴은 물론 호르몬치료제도 사용할 수 없어 특별한 치료제가 없는 삼중음성 유방암 치료제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 대표는 항체 Trop2를 도입하면서 “신약 후보물질의 글로벌 임상시험을 진행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신약 후보물질을 확보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항체약물결합체 링커의 안전성이 뛰어나 부작용이 적고 약효가 높은 균질의 항암제를 만들 수 있어 계열내 최고(Best-in-class) 항암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항체 Trop2를 활용한 고형암 치료제 후보물질을 연구개발해 내년 4분기에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한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는 2025년까지 자체적으로는 신약 후보물질 4개를, 파트너사를 통해서는 12개 이상을 임상단계에 올린다는 목표를 정했다.

바이오업계는 신약 후보물질이 임상단계에 오른 후 기술수출 계약을 논의한다면 반환의무 없는 계약금 규모는 물론 전체 계약 규모도 훨씬 커지기 때문에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의 재무구조는 한층 안정화될 수 있을 것으로 바라본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는 2019년 영업이익 84억 원을 올렸지만 2020년 영업손실 298억 원을 내면서 적자전환했다. 하지만 이는 연구개발비가 2019년 167억 원에서 2020년 542억 원으로 크게 증가한 영향이 컸다.

바이오업계는 김 대표가 기술수출을 거듭하면서 신약 후보물질을 직접 임상단계까지 올릴 수 있는 기술적 역량을 확보하고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데 필요한 자금 확보에 자신감을 보이는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는 2020년에만 신약 후보물질 및 플랫폼 기술수출을 4건이나 성공시켰는데 파트너사의 임상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매년 꾸준히 단계별 기술수출 수수료(마일스톤)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향후 상업화까지 이어진다면 최대 1조5천억 원가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20년 말 기준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가 보유한 유동자산만 해도 1천억 원에 이르러 직접 임상시험을 진행하기 위한 자금도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2020년에는 임상시료를 생산하게 되면서 연구개발비가 크게 늘어났다”며 “임상단계 진입을 위해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할 수는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추가적 자금조달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제는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1상 단계 진입은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자신한다”며 “매년 2~3개의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해 이듬해 임상단계에 진입시킬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