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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새 노트북에 인텔 CPU, 모바일기기에서 PC로 자리매김인가

강용규 기자 kyk@businesspost.co.kr 2021-04-29 15:3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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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새 노트북에 인텔 CPU, 모바일기기에서 PC로 자리매김인가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사장이 28일 밤 열린 갤럭시 언팩 행사에서 새 노트북 갤럭시북프로 시리즈를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새 갤럭시 노트북의 출시를 계기로 노트북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에 변화를 주려는 것일까?

29일 전자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새로 공개한 갤럭시북프로 시리즈에 엑시노스 칩이 아닌 인텔의 CPU(중앙처리장치)를 탑재한 것을 두고 삼성전자가 노트북을 모바일 생태계가 아닌 PC 생태계에 편입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최근 전자기기시장에서 브랜드 생태계의 구축이 중요해지면서 삼성전자도 모바일기기에서 갤럭시 생태계 ‘에코시스템’을 내세우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새 갤럭시 노트북을 자체개발 프로세서인 엑시노스 칩을 탑재해 노트북을 모바일 생태계에 본격적으로 편입할 것으로 예상하는 시선이 있었다.

엑시노스는 이미 갤럭시 스마트폰을 필두로 삼성전자 모바일기기에 다수 탑재된 칩인 만큼 노트북과 주변기기를 연동해 사용하기가 수월하다는 측면에서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라이벌 애플이 자체개발 프로세서인 애플실리콘 칩을 탑재하는 전자기기를 늘리는 것도 이런 생태계 구축전략의 일환이다.

그러나 28일 오후 11시 삼성전자는 갤럭시 언팩(공개) 행사에서 갤럭시북프로 시리즈의 제품 2종에 모두 인텔의 최신 11세대 프로세서를 탑재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진행한 첫 노트북 단독 언팩행사라는 무게감 있는 무대에서 애초 예상과 다른 사양의 제품이 공개된 것이다.

이를 놓고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노트북은 모바일기기와 PC의 속성을 모두 보유한 제품으로 삼성전자의 경우는 그동안 노트북의 성격을 모바일기기로 정의하면서 시행착오를 겪어 왔다”며 “이번 갤럭시북프로가 시리즈의 제품 모두 인텔 CPU를 탑재하고 있다는 점은 삼성전자가 앞으로 노트북을 PC 생태계로 편입하려는 의도를 지닌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노트북을 PC의 개념으로 본다면 운영체제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시장 조사기관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2021년 1분기 말 기준으로 글로벌 PC 운영체제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시리즈가 75.55%의 압도적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전자업계는 이를 삼성전자가 인텔 CPU를 새 갤럭시 노트북에 탑재한 이유라고 본다.

윈도우 운영체제는 인텔과 AMD 등이 생산하는 x86 설계 방식과의 궁합을 전제로 만들어진 운영체제다.

반면 엑시노스 칩은 영국 팹리스(시스템반도체 설계전문회사) ARM의 설계방식에 기반을 두고 만들어진 칩으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의 궁합을 전제로 설계됐다.

PC용 응용프로그램과 주변기기 대다수는 윈도우 환경에 최적화돼 있다. x86 기반 칩을 탑재한 PC와는 자연스럽게 연동되지만 ARM 기반 칩을 탑재한 PC와는 원활하게 연동되지 않는다.

갤럭시북프로 시리즈는 인텔 CPU를 탑재한 만큼 PC 주변기기와의 연동이나 응용프로그램의 최적화 등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그만큼 낮다는 얘기다.

기존에 삼성전자는 노트북에 인텔 CPU뿐만 아니라 퀄컴의 스냅드래곤 칩도 탑재하면서 노트북을 모바일기기의 연장선으로 해석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스냅드래곤 칩도 ARM 기반 칩이다.

문제는 스냅드래곤 칩을 탑재한 삼성전자 노트북이 시장에서 대체로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가 2018년 10월 공개한 갤럭시북2와 갤럭시북S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 제품들은 소프트웨어 최적화나 주변기기와의 연동 등에서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았으며 결국 삼성전자는 2020년 6월 갤럭시북S의 인텔 CPU 모델을 따로 발매하기도 했다.

기존 시도들이 실패에 그치면서 삼성전자는 글로벌 노트북시장에서 그다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시장 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노트북 점유율이 별도로 집계조차 되지 않는 순위권 바깥의 제조사다.

삼성전자에게 모바일기기들과의 호환성을 고려해 엑시노스 칩을 탑재하는 것은 이미 기존에 실패했던 길이다. 때문에 윈도우 운영체제를 중심으로 구축된 PC의 생태계에서 갤럭시북프로 시리즈의 성공기회를 찾으려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새 노트북에 인텔 CPU, 모바일기기에서 PC로 자리매김인가
▲ 삼성전자 갤럭시 북 프로 360. <삼성전자>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노트북을 모바일과 PC 어느 한 쪽으로 정의하지 않고 두 제품군의 ‘통로’ 역할로 정의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나온다.

이런 시선은 전날 갤럭시언팩행사에서 공개된 갤럭시북프로 시리즈의 기능에 기반을 둔다.
 
삼성전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협업을 통해 갤럭시북프로 시리즈에서 최대 5개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동시에 실행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 계정을 통해 갤럭시 스마트폰과 갤럭시북프로를 연동하는 기능과 갤럭시북프로에서 전자기기 관리 애플리케이션 ‘스마트싱스(SmartThings)’를 통해 다른 전자기기를 제어하는 기능도 선보였다.

노트북의 하드웨어는 윈도우 중심의 PC 생태계에 두되 다른 갤럭시 모바일기기들과도 연동해 사용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차원에서 개선점을 만든 것이다.

전자업계 다른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이미 전자제품뿐만 아니라 가전제품까지 스마트싱스앱을 통해 제어하는 생태계를 구축해 뒀다”며 “노트북을 PC로 활용하면서 동시에 갤럭시 생태계에 편입하는 것은 스마트싱스앱을 통해 어렵지 않게 실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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