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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공인회계사회는 4월 17일~18일 이틀 동안 서울 사학연금회관 대강당에서 수습 공인회계사들을 위한 ‘기본실무과정 집합연수 및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했다. |
우리나라 회계 투명성은 국제사회에서 최저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세계경제포럼(WEF)은 한국의 회계감사 적합성을 148개국 중 91위로 순위를 매겼고, 스위스의 국제경영개발원(IMD)은 60개국 가운데 58위로 꼽았다.
기업의 분식회계는 여전히 빈번하게 벌어진다. 최근에만 해도 STX그룹이 2조 원이 넘는 분식회계를 한 사실이 검찰수사 결과 밝혀지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경제 선진국 문턱에 서 있다고 하는데 회계분야는 왜 아직도 후진국에 머물러 있을까?
삼일회계법인은 지난해 11월 부실회계를 가려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140억 원 배상판결을 받았다. 상장폐지된 포휴먼 투자자들이 적자를 흑자로 둔갑시킨 회계보고서 때문에 피해를 봤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삼일회계법인은 164억 원의 적자가 414억 원의 이익으로 장부가 꾸며졌지만 ‘적정’하다는 의견을 낸 책임을 져야 했다.
삼일회계법인은 또 대우건설의 회계처리기준 위반혐의가 드러났다. 이에 따라 대우건설의 지분을 보유한 산업은행과 함께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딜로이트안진은 쌍용차 회계조작 혐의와 관련해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렸지만 민사소송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기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이밖에도 STX그룹과 동양그룹 등 최근 무너진 그룹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분식회계 혐의 때문에 담당 회계사들이 검찰 조사실 문턱을 오가고 있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 동안 분식회계와 관련해 금융당국이 조처한 건수는 280건에 이른다. 연평균 56건의 분식회계가 드러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분식회계 2건 중 1건은 회계사의 과실이라고 지목했다. 그러나 한 회계사는 “회사에서 마음먹고 속이려 하면 회계사는 절대 알 수 없다”며 “포휴먼 같은 경우도 회계사를 철저히 속이려 했기 때문에 회계사가 알 수 없어 발생한 일”이라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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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회계투명성 관련 WEF 국제순위 |
회계감사를 받아야하는 회사에서 회계사에게 제대로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는 많다. 부실한 감사환경에서 부실한 감사보고서가 나오고 결국 신뢰도가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한 회계사는 “회사에서 회계사를 감사인으로 인정하지 않고 귀찮은 존재로 보는 인식이 가장 큰 문제”라며 “감사하기 위해 현장에 가면 감사에 필요한 자료도 제대로 제공하지 않으면서 감사를 빨리 끝내달라고 요구하는 탓에 감사를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분식회계로 판명된 포휴먼 사건이 대표적이다. 한 회계사는 “그들이 제공한 감사자료만 놓고 보면 상당히 잘 된 감사보고서였다”며 “회사에서 회계사에게 해외매출액이 발생하는 것처럼 속이는 바람에 회계사가 당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회계 투명성이 낮은 이유로 재벌형 회사가 많다는 점을 든다. 회사의 오너와 최고경영자가 한 사람이다 보니 재무나 회계활동에서 부정을 일으키더라도 견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미국회계사는 “미국과 영국에서 오너가 CEO를 견제하는 수단으로 회계감사를 활용한다”며 “그러나 국내에서 대기업 대부분이 오너경영이기 때문에 그럴 필요를 못 느낀다”고 말했다. 곧 회사의 권력이 한 곳에 모여있다 보니 불법행위를 견제할 힘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회사 안에 감사위원회가 있어도 유명무실한 존재가 되고 만다. 한 회계법인의 대표는 “외국의 경우 감사위원회가 독립된 기관으로 존재하면서 외부 감사인을 선정하기 때문에 회계감사가 CEO에 대한 견제수단으로 활용된다”며 “그러나 우리는 감사위원회가 오너의 통제를 받고 있어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