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이 곡물 등 식품 원재료 가격의 대폭 상승으로 제품 가격 인상 부담을 안고 있다.

최은석 CJ제일제당 대표이사는 원재료 가격 상승의 타격을 최소화하고 수익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CJ제일제당 원재료 가격 상승 부담, 재무전문가 최은석 솜씨 보여줄 때

▲ 최은석 CJ제일제당 대표이사.


9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국제 곡물 가격이 치솟으면서 CJ제일제당 등 음식료업체들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분석된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곡물가 상승이 상반기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곡물 가격 상승세가 3개월 이상 장기화되고 원달러 환율도 상승한다면 식품업체들의 원가부담은 전반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CJ제일제당은 현재 6개월 이상 규모의 원재료 재고가 확보돼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곡물 가격 상승세가 장기화돼 재고가 소진된다면 제품 가격 인상의 압박은 커질 수밖에 없다.

CJ제일제당은 이미 쌀값 상승을 이유로 즉석밥 ‘햇반’ 제품들의 가격을 6~7% 인상했다.

최은석 대표는 다른 제품의 가격 인상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원재료 가격 상승분을 판매가격으로 전가하면 수익성 악화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은 올해 2월 고추장 5종의 가격을 평균 9% 인상했는데 포장김치 가격을 조만간 올릴 것이라는 말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포장김치는 가격을 올린 지 1년이 지나지 않아 현재는 인상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제품별로 가격정책을 다르게 적용하고 있으며 올해 초 일부 제품의 가격을 인상한 것 외에 추가적으로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제품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과 기업 거래(B2B) 제품은 가격 인상이 용이한 만큼 인상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CJ제일제당의 기업과 기업 거래 비중은 70%가량 된다.

이경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가 지속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기업과 기업 거래 수요 감소는 올해 상반기까지 흐름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지만 이후에는 정상화될 수 있다”며 “기업과 기업 거래는 상대적으로 원가부담의 전이가 용이함을 감안할 때 최근 상승하는 원재료 영향을 상쇄할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최은석 대표는 올해 CJ제일제당의 수익성 향상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CJ제일제당은 기업설명(IR) 자료를 통해 2021년 7~8%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20년 영업이익률 5.7%를 웃도는 목표치를 세운 것이다.

이를 위해 국내에서는 카테고리별 초격차 역량을 기반으로 고수익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미국 등 글로벌에서는 ‘비비고’의 인지도 확대를 통해 할인율 축소 등 수익성 중심의 가격 전략을 추진한다. 

특히 수익성 향상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은 최 대표의 중요 과제다.

CJ제일제당의 2020년 말 기준 부채총계는 9조7935억 원으로 2019년 11조2783억 원보다는 감소했다. 하지만 미국 냉동식품업체 슈완스를 인수하기 전인 2018년 부채총계 7조2528억 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한유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CJ제일제당은 2019년 상반기 6조8천억 원에 이르렀던 CJ대한통운 제외 순차입금이 2020년 말 기준 4조 원 초반대로 축소됐다”며 “재무구조 개선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건전한 체력에 실적 개선도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 대표는 CJ그룹에서 대표적 ‘재무 전문가’로 꼽히는데  CJ제일제당의 당면 과제를 해결할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최 대표는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삼일회계법인에서 회계사로 활동하다 2004년 CJ 사업2팀장으로 CJ그룹에 합류했다. 2011년 CJ그룹이 CJ대한통운을 인수할 때 재무분야에서 실력을 보여 주목을 받았고 2018년 임원인사로 CJ 총괄부사장 대열에 합류하면서 그룹에서 입지를 키웠다.

CJ는 당시 최 대표를 사내이사로 추천하며 “공인회계사 경험을 보유한 회계, 재무 전문가로 그룹의 재무 건전성 높이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