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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오토에버 합병비율로 난항,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 앞두고 부담

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 2021-01-22 16:5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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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오토에버가 금융감독원의 제동으로 비상장계열사 현대오트론, 현대엠엔소프트와 합병 과정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시장에서는 금감원이 합병비율을 문제 삼은 것으로 보고 있는데 합병비율 논란이 장기화하면 시장 신뢰에 악영향을 미쳐 현대차그룹 전체 지배구조 개편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현대오토에버 합병비율로 난항,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 앞두고 부담
▲ 오일석 현대오토에버 대표이사.

22일 현대오토에버에 따르면 합병 관련 정정신고서를 내라는 금감원 요구에 따라 합병 증권신고서를 다시 제출할 준비를 하고 있다.

현대오토에버 관계자는 “현재 정정신고서를 준비하는 단계로 세부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며 “향후 공시를 통해 밝히겠다”고 말했다.

국내 상장사가 합병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금감원의 승인이 반드시 필요하다. 

금감원이 현대오토에버의 합병 증권신고서 보완을 요구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인데 현대오토에버는 합병비율 놓고 고민이 많아 보인다.

금감원은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와 관련해 구체적 사유를 공개하지 않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현대오토에버에 유리하게 산정된 합병비율을 문제로 보고 있다.

현대오토에버는 2020년 12월 3사 합병을 발표했을 때부터 합병비율 논란이 일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의 첫 번째 정정 요구 때 합병비율을 소액주주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일부 조정했는데 또 다시 정정 요구를 받았다.

현대오트론은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합병비율이 문제될 것이 없다.

문제는 소액주주 비중(2019년 말 기준)이 34.75%에 이르는 현대엠엔소프트인데 현대차그룹과 소액주주가 바라는 기업가치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평균 내 현대엠엔소프트의 기업가치를 애초 1주당 8만8381원으로 산출했다. 하지만 금감원의 첫 번째 정정 요구를 받은 뒤 수익가치를 일부 상향 조정하며 1주당 가치를 9만1045원으로 3.01% 높여 잡았다.

이에 따라 현대엠엔소프트 소액주주가 1주당 받을 수 있는 합병 뒤 현대오토에버 주식도 기존 0.958주에서 0.987주로 소폭 늘었다.

하지만 현대엠엔소프트 소액주주들은 1주당 자본가치 등을 근거로 현대엠엔소프트 1주당 합병된 현대오토에버 주식 1.951주 가량은 받아야 한다고 본다.

현대엠엔소프트 주식이 현대오토에버와 합병발표 이후에도 여전히 비상장주식 거래사이트에서 10만 원대에 가격대가 형성돼 있다는 점도 소액주주들의 주장에 힘을 싣는다.

현대오토에버가 소액주주의 요구를 그대로 반영한다면 합병을 추진하는데 드는 비용이 애초 계획보다 1천억 원 이상 더 들어갈 것으로 추산된다.

합병비율 이슈가 장기화하는 일은 시장 신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지배구조 개편을 앞둔 현대차그룹에 부담일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말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한 공정거래법 전면개정 등으로 올해 새로운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본격화한다면 주요 계열사의 분할이나 합병을 동반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를 성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장 신뢰가 중요하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지배구조 개편 추진 때도 현대글로비스와 분할된 현대모비스의 합병비율에 발목이 잡혀 결국 계획을 철회한 경험이 있다.

당시 ISS 등 해외 의결권자문사는 총수 일가가 최대주주인 현대글로비스에 유리하고 현대모비스에 불리한 조건이라며 현대차그룹 개편안에 반대 의견을 냈는데 이번 합병건 역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현대오토에버의 주요 주주라는 점에서 당시와 상황이 비슷한 측면이 있다.

정 회장은 현대오토에버 지분 9.57%를 보유한 주요 주주로 현대오토에버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본격화하면 정 회장의 자금줄 역할을 할 대표적 계열사로 꼽힌다.
 
현대오토에버 합병비율로 난항,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 앞두고 부담
▲ (왼쪽부터) 현대엠엔소프트, 현대오토에버, 현대오트론 로고.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2월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를 위해 현대오토에버가 현대오트론과 현대엠엔소프트를 흡수합병하는 형태의 3사합병방안을 발표했는데 시장에서는 지배구조 개편의 정지작업으로 보는 시선도 많았다.

금감원이 최근 들어 기업합병 관련 증권신고서를 까다롭게 심사하는 흐름도 현대차그룹에 부담일 수 있다.

금감원은 최근 현대오토에버뿐 아니라 한국앤컴퍼니와 한국아트라스비엑스 합병, 삼광클라스와 군장에너지, 이테크건설의 합병을 놓고도 연달아 정정 신고서를 요구했다.

이들은 모두 합병이 발표됐을 때부터 합병비율과 관련해 소액주주의 반발을 샀다는 공통점이 있다.

금감원은 한국앤컴퍼니 합병건을 놓고 현재 3번째 정정을 요구해 놓고 있다. 삼광클라스 합병건과 관련해서는 두 번 정정을 요구했고 결국 삼광클라스는 소액주주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합병비율을 바꿔 합병을 성사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업이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보완이 필요해 정정을 요구하는 것이다”며 “이전과 심사기준이 달라진 것이 없고 더 까다롭게 심사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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