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혁 예스코홀딩스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경영전면에 나서면서 재무구조 개선작업부터 집중하고 있다.
그린뉴딜정책의 호재를 타고 연료전지 등 예스코홀딩스의 신사업을 본격적으로 키우기 위해 먼저 투자체력부터 키우려는 것으로 보인다.
▲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대표이사 사장.
8일 증권가 분석을 종합하면 2021년 정부의 그린뉴딜사업이 더욱 본격화되면서 연료전지 등 친환경에너지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극복과 더불어 저성장시대의 새로운 경기부양책으로 그린뉴딜을 선택하고 정책 수립에 돌입했다”며 “한국 정부도 수소경제 활성화를 그린뉴딜 핵심과제로 선정하면서 연료전지를 포함한 그린에너지 등 분야에 2025년까지 모두 37조 원을 투자한다”고 말했다.
구 사장은 이런 시장의 변화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올해 대표에 오르자마자 재무정책의 기조부터 변화를 주고 있다. 시장변화를 따라갈 체력 확보에 예스코홀딩스의 미래가 걸려 있다는 절실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예스코홀딩스 관계자는 “구본혁 사장이 안정적이면서도 성장 가능성이 있는 곳에 투자하는 ‘사업 포트폴리오 경영’을 하자는 비전을 내놓고 있다”며 “예스코가 보유하고 있던 유류보관업 온산탱크터미널 지분 매각과 맥쿼리인프라 투자 등도 안정적 현금흐름을 확보하기 위한 활동의 하나”라고 말했다.
구 사장이 올해 1월 지휘봉을 잡은 뒤 예스코홀딩스는 건설부문 자회사들의 합병 등 사업구조 재편을 통해 경영비용의 효율화를 꾀하고 비주력 부동산 등 유휴자산 매각을 추진하면서 현금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무엇보다 예스코홀딩스 실적에 부담을 주던 투자활동부문의 기조 변화가 눈에 띈다.
예스코홀딩스는 그동안 고수익 고위험의 공격적 투자성향을 보여왔다. 그러나 구 사장의 선임 뒤 고속도로, 철도 등 인프라시설에 투자하며 배당수익률을 보장하는 맥쿼리인프라에 350억 원을 출자하며 안정적 수익 확보를 우선순위에 놓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예스코홀딩스는 안정적 수익구조가 장점인 도시가스사업을 바탕으로 탄탄한 현금창출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2016년 뒤 위험부담이 높은 금융자산 투자를 늘렸다가 이익 회수에 실패를 거듭하면서 투자부문 손실이 커졌다.
예스코홀딩스는 2018년 투자금융상품으로 별도기준 평가손실 412억 원 규모를 냈고 2019년에도 금융상품 투자로 평가손실 54억 원을 보이는 등 투자부문 실적이 저조했다.
2020년에도 미국 금융회사 WBL이 발행한 채권에 투자한 199억 원가량을 고스란히 손실충당금으로 반영했다. 돌려받을 가능성이 희박해 손실 처리한 것이다.
신호용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2020년 5월 예스코홀딩스의 장기신용등급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하면서 “예스코홀딩스는 투자실적이 저조한 데도 지분 및 채무상품에 공격적 투자를 지속하고 있어 추가적 실적 및 재무부담 변동성이 존재한다”고 바라봤다.
구 사장으로서는 실적뿐 아니라 자금시장에서 회사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도 재무정책에 변화를 보여줄 필요가 있는 셈이다.
구 사장은 ‘공부’기간을 마치고 2021년도 임원인사를 통해 올해 예스코홀딩스 대표 자리에 올랐다.
앞서 2019년 말 임원인사에서 예스코홀딩스 대표이사에 선임됐지만 열흘 만에 도시가스 등 에너지사업과 경영에 관한 공부가 필요하다며 스스로 물러났다.
그 뒤 예스코홀딩스 미래사업본부장을 맡아 회사의 내부 경영과 사업분야의 영업환경을 파악하는 데 1년을 보냈다.
예스코홀딩스는 수년 전부터 미래 성장동력사업으로 연료전지분야에 공을 들여왔지만 여전히 100% 자회사 예스코를 통한 도시가스사업에 매출의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2020년 3분기 기준 예스코홀딩스 전체 연결 매출에서 천연가스(LPG)를 도입·운반·공급하는 도시가스사업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77%에 이른다
구 사장은 예스코홀딩스가 이미 보유하고 있는 천연가스 관련 자원을 활용하는 연료전지사업뿐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먹거리의 발굴도 고심해야 해 투자재원 마련의 필요성이 커진 상황에 놓였다.
아직까지는 한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연료전지발전을 위한 수소생산에 천연가스와 석탄 등 화석연료를 사용한다.
하지만 친환경과 신재생에너지시장이 발전해가면 천연가스 등을 수소추출 원료로도 사용하지 않고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얻는 방식 등 완전한 무공해시스템으로 나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구 사장은 LS그룹 오너일가 3세로 구자명 전 LS니꼬동제련 회장의 장남이다.
구 사장은 2003년 LS전선에 입사해 LS 경영기획팀, LS니꼬동제련 지원본부장·사업본부장, 예스코홀딩스 미래사업본부장 등을 거쳤다. 2019년 말 인사에서 오너3세 가운데 가장 먼저 예스코홀딩스 대표에 선임됐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