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은 기업에게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의 영향은 올해 하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위기의 강을 건너 포스트 코로나19를 준비하는 기업들에게는 기회의 문이 활짝 열리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큰 어려움에 놓일 수 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등장도 북한과 미국 관계, 미국과 중국 관계의 변화를 예고한다. 세계 경제질서도 급변할 수 있다.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시작으로 대통령선거 국면이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기업에게 불확실성도 커지게 된다.
2021년을 움직일 변수를 중심으로 기업들의 대응을 미리 짚어 본다. <편집자주>
1. 대선 바이든 친환경 그리고 경제
2. 새 틀 짜기
3. 그린뉴딜
4. 상생경영
5. 디지털 전환
▲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왼쪽)과 윤종규 KB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 |
"코로나19 이후 시대 신한금융의 운명은 디지털 전환에 좌우되는 만큼 디지털에 과감히 투자하며 고객과 시장이 인정하는 혁신을 이뤄내는 데 박차를 더하겠다."(
조용병 회장)
"디지털혁신을 통해 차별화된 가치를 창출하고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KB금융 중심의 디지털 생태계 구현에 힘쓰겠다."(
윤종규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과
윤종규 KB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은 2021년도 신년사에서 디지털 전환에 더욱 힘을 싣겠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금융권 최대 라이벌인 신한금융과 KB금융이 이제는 금융업에 진출하는 대형IT기업을 강력한 경쟁상대로 맞이한 만큼 올해부터 디지털분야에 강력한 승부수를 두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7일 신한금융과 KB금융에 따르면 모바일앱을 포함해 디지털 플랫폼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신한금융과 KB금융은 모두 네이버와 카카오를 필두로 한 대형IT기업의 간편결제와 금융상품 판매 연계 등 금융업 진출 확대로 거센 공세를 받는다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비대면 금융서비스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일상화되면서 디지털분야에 강점을 갖춘 IT기업들이 승기를 잡기에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과 KB금융은 모두 은행과 카드 등 계열사 모바일앱을 통해 인터넷뱅킹과 간편결제, 소비분석과 자산관리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반면 네이버와 카카오는 포털사이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비금융 플랫폼에서 확보한 막강한 고객기반을 금융서비스로 끌어들이면서 신한금융과 KB금융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
금융서비스의 한계에 갇혀 있는 금융회사 플랫폼이 자연히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는 셈이다.
신한금융과 KB금융은 이런 변화에 대응해 자체 플랫폼 경쟁력을 키워 대형IT기업의 플랫폼 기반 금융서비스에 맞선다는 계획을 꺼내들고 있다.
좀더 세부적으로 들여다 보면 신한금융은 올해 비금융분야의 새 플랫폼 개발에, KB금융은 기존 모바일앱 경쟁력 강화에 주로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다소 전략적 차이를 보이고 있다.
조용병 회장은 최근 신한금융지주에 플랫폼 연구개발을 전담하는 회장 직속조직을 신설하고 비금융분야까지 영역을 확장해 혁신적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새 디지털 플랫폼이 당장은 금융업에 직접적으로 기여하지 않더라도 최대한 많은 이용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콘텐츠와 서비스 등을 갖추도록 해 IT기업 플랫폼과 정면승부를 노리겠다는 것이다.
조 회장은 신년사에서 신한금융 자체역량으로 혁신을 이뤄내기 부족할 수 있는 만큼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디지털기업에 과감하게 투자해 협력을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윤종규 회장은 1등 금융 플랫폼을 만들어내 고객과 접점을 확대하겠다는 과제를 제시했다.
신한금융과 달리 KB금융의 새 플랫폼을 개발하기보다 기존 모바일앱 경쟁력을 높이는 다양한 방법을 찾아 고객들이 금융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본에 충실하겠다는 것이다.
KB금융은 이를 위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머신러닝 등 다양한 디지털 신기술을 활용하며 대형IT기업과 차별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플랫폼 기능 발전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신한금융과 KB금융은 올해부터 금융당국 규제 완화에도 힘입어 디지털 플랫폼 발전에 더욱 속도를 낼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금융위원회가 최근 은행 등 금융회사 모바일앱에서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 범위를 확대하는 등 규제완화에 속도를 내 IT기업과 공정한 경쟁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시대 금융시장 변화에서 신한금융과 KB금융이 입지를 지키고 경쟁에서 승기를 잡는 것은 결국 플랫폼 경쟁력 확보와 이를 위한 디지털기술 발전속도에 달려 있다.
변화에 뒤처지는 기업은 결국 다른 금융회사 또는 IT기업에 고객을 빼앗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신한금융 회장에 오른 뒤 공격적 투자와 인수합병을 통한 외형 확장전략으로 신한금융의 금융권 선두를 지켜내는 등 강한 추진력을 보였다.
윤 회장은 그동안 KB금융 실적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리스크 관리에 성과를 거두면서 3연임에 성공했다.
신한금융과 KB금융의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도 조 회장은 새 플랫폼으로 외형을 확장하는 전략, 윤 회장은 기존 플랫폼의 완성도를 높이는 안정적 전략에 집중하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 디지털 금융시장에서 어떤 금융그룹이 승기를 잡게 될 지는 이런 전략 차이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신한금융과 KB금융이 금융권 디지털 전환의 선봉에 서 가장 활발한 변화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이들의 전략과 성과는 앞으로 비슷한 과제를 안고 있는 금융회사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크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