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준 SKE&S 대표이사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해 SK그룹 에너지계열사들의 CEO(최고경영자) 가운데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그룹이 추진하는 에너지사업 전환을 이끄는 임무를 맡기기 위해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보인다.
3일 SK그룹의 2021년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유정준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SKE&S 대표이사도 계속 맡는다.
재계에서는
최태원 회장이 이 인사를 통해 SK그룹이 추진하는 신재생에너지 관련한 사업의 전면에 유 부회장을 내세운 것으로 바라본다.
재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SK그룹의 에너지사업은 정유(SK이노베이션)가 대표해 왔으나 세계적으로 신재생에너지가 주목받는 만큼 앞으로 SKE&S의 역할이 더욱 커질 수 있다”며 “SKE&S와 유 부회장에게 최 회장이 더 큰 역할을 부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 부회장은 2013년부터 SKE&S를 이끌고 있다. 이번 연임으로 4번째 대표이사 임기를 맞는다.
전문경영인으로서 상당한 장기 집권이지만 유 부회장이 일궈낸 성과를 고려하면 연임의 이유는 충분하다고 에너지업계는 바라본다.
유 부회장은 SKE&S의 에너지사업 포트폴리오를 도시가스와 집단에너지 등 기존 발전원에서 LNG(액화천연가스), 태양광, 풍력, 연료전지 등 다양한 에너지로 다각화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에서 성과가 두드러진다. 현재 SKE&S가 운영하고 있거나 개발하고 있는 200MW가량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 가운데 유 사장의 손이 닿지 않은 것은 900kW급의 함안 태양광발전소와 3MW급의 창원1 태양광발전소뿐이다.
SKE&S는 9월 새만금개발청이 진행하는 200MW 규모의 새만금 수상 태양광발전사업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국내 최대의 수상 태양광회사로 발돋움할 기회까지 잡았다.
최 회장과 SK그룹의 수펙스추구위원회는 유 부회장의 이런 성과들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SK그룹이 마주한 에너지 전환의 과제에서 SKE&S가 수행해야 할 임무도 막중하다.
SK그룹은 앞서 1일 ‘수소사업추진단’을 발족하면서 신재생에너지의 범위를 수소로 넓히려는 준비를 하고 있다.
여기서 SKE&S는 2023년까지 연 3만 톤의 액화수소를 생산하는 설비를 구축한다. 2025년부터는 블루수소(LNG를 개질해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발생을 없앤 친환경 수소)를 연 25만 톤 추가로 생산하는 역할도 맡는다.
수소사업의 핵심인 수소 생산을 SKE&S가 전담한다는 뜻이다.
그만큼 SKE&S를 더 이끌 유 부회장의 어깨도 무겁다.
유 부회장이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사업에서 만들어내야 할 성과는 최 회장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SK그룹은 이번 인사와 함께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수펙스추구협의회의 조직도 개편했다. 그동안 그룹의 에너지사업전략을 논의했던 에너지화학위원회가 사라지고 환경사업위원회가 신설됐다.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를 내세우며 계열사들에 환경 역량 강화를 꾸준히 주문해 왔다. 임원인사와 함께 조직개편까지 단행하면서 ESG경영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셈이다.
유 부회장은 SK그룹에 둥지를 튼 뒤로 최 회장의 신임을 계속 받았다.
유 부회장은 LG건설에서 일하다 1998년 SK그룹으로 옮겼는데 최 회장이 직접 영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유 부회장은 SK가 직면한 위기상황마다 역량을 내보이며 최 회장을 보좌했다.
유 부회장은 2003년 일어난 SK 분식회계사건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채권단과 출자전환 협상을 마무리했다.
SK와 소버린의 경영권 분쟁에서는 대외 소통창구 역할을 맡아 주주총회에서 열린 표대결에서 SK의 승리를 이끌었다.
앞서 9월 최 회장의 아들 최인근씨가 SKE&S 전략기획팀에 입사해 유 부회장은 경영수업도 맡았다.
SK그룹 관계자는 “유 부회장은 에너지업계에서 풍부한 경험과 글로벌 감각을 쌓으며 여러 성과를 냈다”며 “앞으로 그룹이 추진할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솔루션 등 성장사업을 이끌 적임자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