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를 마무리할 개각이 임박했다.
22일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가장 유력하게 전망되는 개각은 내년 초까지 두 차례 나눠 진행하는 방법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0일 기자간담회에서 “개각은 작게 두 차례 나눠서 진행될 것이다”라며 “상황을 봐야겠지만 시기는 연말 연초보다 빠를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정 총리는 최근 김외숙 청와대 인사수석을 만나 인사현안을 보고 받은 것으로도 전해진다.
1차 개각은 예산안처리 법정시한인 12월2일 전후로 장관 3~5명 정도 교체가 유력하다.
개각대상 장관으로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을 비롯해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 이정옥 여성가족부장관 등이 유력하게 거명된다.
박영선 장관은 서울시장 출마가 유력하다. 선거 출마를 위한 공직사임 시한은 선거 한 달 전이지만 12월8일부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만큼 서울시장 출마를 결심하면 그 전에 자리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크다.
박능후 장관은
문재인 정부 출범 때 임명된 장수 장관인 데다 코로나19 대응에 따른 피로도가 높기 때문에 교체 가능성이 큰 장관으로 꼽힌다.
이정옥 장관은 민주당 출신 광역지방자치단체장 때문에 치러지는 내년 보궐선거를 놓고 “성 인지성 집단학습의 기회”라는 발언 등으로 거센 비난을 받아 경질성 교체가 유력하다.
그밖에 이재갑 고용노동부장관, 조명래 환경부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장관 등도 교체 가능성이 있는 장관으로 거명된다.
반면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임명된 장수 장관임에도 유임이 유력하다.
미국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이 맞물려 있는 만큼 외교사령탑을 교체하기에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외교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강 장관이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외교부장관을 할 수 있다는 의미로 ‘K5’라는 말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과
추미애 법무부장관 역시 비교적 유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현미 장관은 부동산정책,
추미애 장관은 검찰개혁의 최전방에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데다 두 사안 모두
문재인 정부의 주요 국정현안이다.
현재 시점에서 장관을 교체하는 것은 자칫 정부의 정책실패를 자인하는 모양새가 되거나 정책 추진동력에 힘을 뺄 수도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거취를 놓고는 전망이 엇갈린다.
문 대통령은 홍 부총리가 3일 사직서를 제출했을 때도 바로 반려했을 만큼 신뢰를 보여주고 있어 교체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시선이 있다.
하지만 홍 부총리의 재임 기간이 2년이 다 돼가는 데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마무리를 위한 분위기 전환이라는 측면에서 교체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에서 다음 경제부총리 후보군 검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말도 돈다.
다만 홍 부총리는 교체가 되더라도 예산안 심사가 마무리 된 이후에 교체될 가능성이 크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수능 등 교육일정을 고려하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내년 개각 때 교체 가능성이 있는 장관으로 꼽힌다. 유 부총리는 내년 개각에서 청와대 참모인사가 진행될 때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청와대 비서실장 후보로 거명된다.
이번 개각에서 마지막 조각은 정 총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정 총리가 내년 상반기 중에는 총리에서 물러난 뒤 본격적으로 대선 도전을 위한 행보를 시작할 것으로 바라본다.
정 총리가 물러날 구체적 시기로는 이르면 내년 초 2차 개각 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최근에는 정 총리 교체가 더 미뤄질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11월 중순 이후 다시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인 데다 개각으로 어수선해질 정부 분위기를 다잡을 중심이 필요하다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 총리로서도 내년 초까지 ‘K방역’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한국경제가 회복 흐름을 보일 때 물러나는 편이 이후 행보에 긍정적일 수 있다. 또 개각이 모두 마무리된 뒤 총리 교체를 따로 진행하는 편이 정 총리의 정치적 존재감 부각이라는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정 총리는 10일 기자간담회에서 ‘대선주자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는 질문에 “하고자 하는 일들이 잘 돼야 다른 생각을 해 볼 여유가 있을 텐데 지금까지는 국민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는 일이 우선이다”고 대답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