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후보 자리를 놓고 당내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적이 있는 중진 정치인부터 정치 경험은 부족하지만 뚜렷한 정치 스타일을 앞세워 스타로 떠오른 인물들까지 다양한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이 내년 재보궐선거에서 서울과 부산시장 후보를 추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며 여권의 서울시장 후보군의 움직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내년 재보선에서 서울·부산시장 후보를 낼 수 있도록 당헌을 개정하는 안건을 모든 당원 투표에 부치기로 했다. 후보를 내야한다는 당내 여론이 높아 당헌 개정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3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진행자가 서울시장에 출마할 것인지 묻자 “당의 방침이 결정되면 그것을 전제로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서울시장 도전 의지를 내비쳤다.
우 의원은 서울 서대문구갑 지역구에서만 4번 국회의원에 당선된 중진 정치인으로 서울에서 주로 활동한 덕분에 서올의 지역 지지기반이 단단한 것으로 평가된다. 원내대표와 최고위원 등 중요한 당직을 거쳤다는 강점도 있다.
우 의원은 2018년 지방선거 때 민주당의 서울시장후보 경선에 참여한 적이 있다.
당시 함께 겨뤘던 박원순 전 서울시장(66.26%)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19.59%)에 밀려 14.14%의 득표율로 3위에 그쳤다.
지난 서울시장후보 경선에서 우 의원과 경쟁했던
박영선 장관도 유력 서울시장후보로 꼽힌다.
박 장관은 2011년 서울시장 보선에서도 서울시장에 도전해 천정배, 추미애, 신계륜 후보 등을 꺾고 민주당 후보로 선정됐지만 그 뒤 무소속 후보였던 박원순 전 시장과 단일화 경선에서 패배해 서울시장 꿈을 접어야 했다.
박 장관은 이미 두 차례나 서울시장 본선 티켓을 아쉽게 놓친 만큼 누구보다 서울시장 도전에 강한 집념을 품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4선 의원과 원내대표 경험도 있다. 애초 중기부 장관에 오르며 21대 총선에 불출마하기로 한 까닭에 장관을 거쳐 서울시장에 재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서울시장에 여성후보를 공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점도 박 장관의 서울시장 도전에 긍정적일 수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서울시장후보로 거명된다. 추 장관도 2011년에 민주당 서울시장후보 경선에 도전한 바 있다.
다만 추 장관은 검찰개혁과 관련해 윤석열 검찰총장과 각을 세우고 있어 법무부 장관 자리에서 내려와 선거를 준비하기는 어렵다는 시선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추 장관이 서울시장은 건너 띄고 대통령선거에 도전할 것으로 점치기도 한다.
재선의 박주민, 박용진 의원 등 젊고 개혁 이미지가 강한 인물들도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1970년대 태어난 두 사람은 무게감 있는 당내 서울시장후보들과 비교하면 정치경력은 부족하지만 확실한 정치 브랜드를 구축한 스타 정치인으로 평가된다.
▲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왼쪽), 박용진 의원. |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에서도 진보적 성향이 강한 인물로 분류된다.
변호사로서 세월호 참사에 관심을 기울이며 관련 행보를 이어온 덕분에 ‘세월호 변호사’란 별명을 얻게 됐다.
정계 입문 후에도 사회적 약자를 위한 활동과 검찰개혁, 재벌개혁 등 사회를 바꿔 나가는 일들을 추진하며 인지도를 높였다.
박 의원은 당내 최대계파인 친문재인계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현재 거명되는 민주당 서울시장후보군 가운데 박 의원 외에 뚜렷한 친문 인사가 없는데 박 의원에게 친문 당원들의 지지가 집중되면 쟁쟁한 당내 서울시장후보들과 겨뤄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 의원의 당내 득표력은 전당대회에서 이미 확인됐다.
8월 치러진 당대표선거에서 박 의원은 17.85%의 표를 얻어 이낙연 대표(60.77%), 김부겸 전 의원(21.37%)에 이어 3위를 했는데 1위와 2위 후보가 모두 대선주자급이란 점에서 비교적 선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박용진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가장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정치인으로 손꼽힌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 과세 문제를 지적하며 재벌 저격수로 떠올랐고 사립 유치원의 회계부정 문제를 수면 위로 끄집어내는 역할도 했다.
박 의원이 발의해 올해 초 통과한 유치원 관련 법안 3개는 ‘박용진3법’으로 불리기도 한다.
당내 주류와 다른 목소리를 내며 소신파로 꼽히는 덕분에 다른 민주당 후보들보다 무당층의 지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말도 나온다.
서울시장은 바로 대선주자로 인정되는 자리인 만큼 여야를 막론하고 경선 단계에서부터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 결과를 토대로 내년 서울시장 보선에서도 민주당이 우세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하지만 민주당에 악재가 많은 탓에 민주당이 고전할 것이란 시선도 만만치 않다.
전임 시장의 성추행 문제가 쟁점이 되거나 자책 사유가 있을 때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원칙을 뒤엎었다는 비판이 불거져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같은 당 밖 대선주자급 인물이나 참신한 이미지의 파괴력 있는 새 인물을 내세울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점도 내년 서울시장 선거의 당락을 가를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