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공동재보험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는 가운데 국내 공동재보험시장 규모가 매우 클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23개 생명보험사의 1분기 책임준비금 규모는 원가 기준으로 626조7911억 원, 시가 기준으로는 1천조 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약 10%만 공동재보험으로 이전된다고 가정해도 이전 계약의 규모가 60조~100조 원 수준이다.
공동재보험은 원보험사가 위험보험료 이외에 저축보험료 등의 일부도 재보험사에 출재하고 보험위험 이외 금리위험 등 다른 위험도 재보험사에 이전하는 재보험을 뜻한다.
원보험사가 보험상품에 내재된 손실위험을 재보험사에 전가하고 재보험사는 그에 상응하는 이익을 얻으며 전가받은 위험을 원보험사와 함께 분담하게 된다.
오렌지라이프, 푸르덴셜생명, ABL생명 등이 코리안리를 비롯해 여러 재보험사와 공동재보험 계약 체결을 위한 사전작업을 하고 있는 가운데 빅3로 꼽히는 한화생명도 공동재보험 활용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관계자는 “공동재보험 시행세칙이 시행된 지 이제 겨우 한 달 남짓 지났고 재보험사들이 국내 사정에 맞는 공동재보험 상품을 개발하는 데 한창인 만큼 구체적 방안이 마련된 것은 아니다”며 “고금리 확정형 상품의 리스크 부담을 덜게 된다면 자산운용을 수단을 더욱 다각화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공동재보험으로 넘길 수 있는 고금리 보험상품 및 비용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승주 사장이 공동재보험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이차역마진을 유발하는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재보험사에 넘겨 한화생명의 재무 건전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화생명은 2000년대 초반 금리가 높았던 시절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많이 판매했다.
고금리 확정형 상품에 지급해야 할 이자비용은 꾸준히 발생하는데 금리가 하락하면서 자산운용 수익이 줄어 이차역마진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
한화생명은 변동금리형 상품 판매를 늘리는 방식으로 고금리 확정 부채 비중을 줄이고 있지만 기준금리가 빠르게 하락하면서 부담해야 할 이율 하락폭보다 자산 수익률 하락폭이 더 크다.
2019년 한화생명의 운용자산 이익률은 3.45%, 부담금리는 4.51%로 집계됐다. 운용자산 이익률과 부담금리의 차이는 2016년 -0.71%포인트, 2017년 -0.89%포인트, 2018년 -0.95%포인트로 점차 커졌고 지난해에는 -1.06%포인트로 차이가 1%포인트를 넘어섰다.
이차역마진 확대는 한화생명뿐만 아니라 삼성생명도 겪고 있는 문제지만 여 사장과 달리 전영묵 사장은 상대적으로 느긋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전 사장은 공동재보험을 활용하지 않더라도 삼성전자 주식 매각을 통해 이차역마진을 내부적으로 감당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국회에서 논의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해야 한다. 이 때 주식을 매각하면서 발생한 이익을 주주들에게 배당하기 전에 이차역마진으로 발생한 결손금을 먼저 상각해야하기 때문에 이차역마진 부담을 덜 수 있는 것이다.
삼성생명은 2018년 삼성전자 주식 1조1700억 원가량을 매각하면서 이차역마진에 따른 손실액 7천억여 원을 공제한 바 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공동재보험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1분기 지급여력(RBC)비율이 325%로 생명보험사 가운데 최상위권을 유지하는 등 높은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어 공동재보험이 시급하지 않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